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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겨레는 수학의 달인 - 경주로 떠나는 수학 여행 ㅣ 수학과 친해지는 책 3
안소정 지음, 최현정 그림 / 창비 / 2010년 2월
평점 :
아마도 이 책을 보고나면 여태까지와는 사뭇 다른 경주로의 여행을 그려보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절로 든다. 다름 아닌 수학여행(修學旅行)이 아닌 수학여행(數學旅行)을 위한 경주행을!
다시말하면, 경주하면 천 년 고도의 역사가 살아숨쉬는 뛰어난 문화재를 직접 보고 느끼기 위해 떠났던 기존의 여행과 달리 문화재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비밀과도 같은 우리 겨레의 뛰어난 수학적 재능(감각?)을 확인하러 가는 새로운 여행말이다.
언제부터인가 자연스레 우리의 의.식.주에는 우리 고유의 것들은 사라지고 서양의 양식이 그 자리를 당당히도 꿰차고 있다. 그로인한 폐해는 말할 것도 없는 요즘이다. 지난 반 세기동안 열강의 침략과 우리민족끼리의 큰 다툼이 끝난 후 우선 먹고사는데 급급한 나머지 소중한 것들을 알게모르게 잃어버리고 살아온 우리 민족. 그 세월의 후유증이 이제 여유를 느끼게 되는 우리의 눈에 피부에 생생하게 와닿는다. 무엇보다 심각한 우리의 먹을거리 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우리 고유의 학문이며 지식과 생활양식까지 어느 것 하나 온전한 것이 없을 지경이다.
하긴 아직도 우리의 땅을 차지하려는 야욕을 버리지 못하고 호시탐탐 뻔뻔한 과거를 아직까지도 되새기며 우리를 만만하게 보는 무리들이 있어 여전히 우리는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우리 민족의 시초가 언제부터인지를 두고 근래에 들어 의견이 분분해지고는 있지만,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우리 민족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조상들이 남겨주신 것들(문화재)이 우리 땅 곳곳에 있어 우리 역사를 돌아보고 또 기억할 수 있음은 그나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우리 겨레는 수학의 달인'이라는 이 책 역시 문화재에 담긴 조상들의 수학적 지혜와 지식이 결코 서양의 그것에 견주어 못함이 없기는커녕 오히려 오늘날에도 풀지 못하는 수수께끼와 같이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한다니 더욱 든든한 자부심이 가슴 속에 피어오른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요즘 아이들은 수학때문에 공부를 포기하고 심지어 자신의 미래까지도 바꾸게 되는 현실이 생각나 우울한 생각마저 든다.
우리의 조상들은 '피타고라스의 정리' 보다 훨씬 이전에 발견된 '진자의 정리'를 삼국시대부터 응용하여 첨성대며 불국사를 축조하였으며, 거리가 더 짧은 직선보다 물체를 빨리 떨어지게 하는 '사이클로이드 곡선'을 석가탑의 지붕돌과 한옥의 기와지붕에 적용하여 빗방울이 빨리 흐르게 하여 빗물로 인한 피해을 줄이게 하였다고 하니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이미 여러차례 방송과 신문지면을 통해 보았던 석굴암의 비밀과도 같은 축조기술 또한 보고 또 보아도 이해가 되기보다는 놀랍기만 할뿐. '부처의 세계를 보여 주려고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마치 수학의 세계를 보여 주기 위해 지어진 것처럼 느껴질 정도'라는 본문의 말(63쪽)에 자못 수긍이 간다.
그밖에도 안압지에서 발견되었지만 당시의 무지함으로 전기오븐에서 한 줌 재가 되어버린 14면체 주사위 '목제주령구'의 특이한 모양새에도 불구하고 각 면이 나올 확률은 비슷하다니 그 또한 놀랍지 않을 수 없고, 이제는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계산도구인 산가지나 곱셈 계산 막대를 비롯해 세종때 도량형이 통일될 때까지 사용되었던 다양한 기구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맨 뒷장에 우리의 문화유산 복원에도 수학이 이용된다니 우리의 전통 수학 연구에도 많은 관심과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학창시절 한 번 어려운 학문으로 각인된 탓인지 이 책 역시 우리 문화재에 숨겨진(아니 미처 알지 못한) 수학을 깨닫게 하여 우리 민족이 세계 어느 민족에 견주어 결코 수학적 지식이나 활용이 못하지 않음을 또한 깨우쳐 주고 있음에도 생각만큼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겨레가 수학의 달인이라는 것에 어느새 자부심이 뻐근하게 밀려온다.
수학의 달인이었던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이어받아 다시금 수학에의 생명력을 불어넣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해본다. 시험지 앞에서 끙끙대며 숫자맞추기에 급급한 우리 아이들에게 생활 속에 숨겨진 수학의 비밀을 일깨우는 좀더 재미있는 수학을 꿈꿔본다~

[국보 제31호 첨성대] 학자들마다 천문대가 아니고 '종교적 제단이다' '신라의 권력을 상징하는 건축물이다' '천문학과 수학의 원리를 담은 탑이다'라는 의견들을 내놓고 있는 첨성대.
어떻게 관측을 했는지 역사적 기록으로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첨성대가 해와 달, 별자리 등 천문과 관련이 있는 점은 분명히 알 수 있다. (본문 17쪽)

신라시대에 있었던 중국의 수학 책 <주비산경>에 나오는 내용: 밑변을 '구', 높이를 '고', 빗변을 '현'이라고 해서 3,4,5를 '구고현'이라고 함.
'구고현'은 중국의 진자가 발견했다고 하여 '진자의 정리'라고도 하는데 이것은 '피타고라스의 정리'보다 휠씬 앞섰으며, 가장 완벽한 증명법으로 세계 수학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국보 제20호 다보탑] 몸체와 지붕, 난간, 기둥까지 팔각형 모양을 한껏 치장해 마치 화려한 팔각정을 보는 듯한 다보탑은 맨 꼭대기에서 시작하여 1층 지붕돌까지 내려오며 탑의 너비를 두 배씩 늘어나게 하여 1,2,4,8,16의 비례로 하였다. 이렇게 수를 거듭할숡 1,2,4,8,16...... 두 배씩 늘어나는 것을 '등비급수' 또는 '기하급수'라고 한다. (본문 42~43쪽)

[사이클로이드 곡선] 곡선일 때 물체가 가장 빨리 굴러 떨어지는데, 이때 자전거 바퀴가 굴러가면서 만드는 곡선과 같다고 해서 '사이클로이드 곡선'이라고 한다. 직선, 사이클로이드 곡선, 원 모양으로 미끄럼틀을 만들어 공을 동시에 굴러 떨어뜨려 보면 거리가 짧은 직선보다 사이클로이드 곡선을 따라 굴러간 공이 가장 빨리 떨어진다.
석가탑의 지붕돌, 한옥의 기와지붕, 지붕을 오목하게 덮고 있는 암키와 끝에 얹은 암막새의 곡선이 바로 사이클로이드 곡선 모양이다. (본문 46~47쪽)

[목제주령구] 안압지에서 발견된 주사위로 높이가 4.8cm로 손에 잡히는 크기의 14개의 면을 가졌다. 6개의 정사각형과 8개의 육각형 면으로 된 14면체로, 놀이를 하는데 사용했다.
면의 모양이 같지 않은데도 확률이 같은 것은 정사각형과 육각형의 넓이가 6.25cm에 가까운 값이 된다는 것을 통해 알 수 있다. 즉, 모양은 다르지만 넓이를 비슷하게 하여 확률을 비슷하도록 만든 것!
수학에서 확률이론이 나온 것이 17세기무렵이었음을 고려한다면, 이미 신라 시대에 확률을 이해하고 놀이기구를 만든 신라인의 수학실력이 놀랍다~ (본문 8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