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노동자의 벗 이재유 우리시대의 인물이야기 9
안재성 지음, 장선환 그림 / 사계절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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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의 말처럼 이재유라는 이름이 매우 낯설다는 표현조차 무엇한, 그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전무한 탓에 책을 통해 그가 일제 식민지하에서 항일 노동 운동의 주요 인물로, 사후 62년 만인 2006년에서야 정부로부터 그의 항일 운동 공로를 인정받아 건국 훈장 독립당이 수여되었음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가혹한 일제의 통치하에서 열악한 노동자들의 현실을 개선하고자 용감히 맞서 싸우며, 악명 높던 일제 경찰로부터의 몇차례 탈출을 성공하며 항일 노동 운동을 위해 일생을 바친 그의 이야기는 가슴까지 찡하게 하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슴에 와닿은 것은 일제치하에서의 조국의 독립을 향한 무조건적인 희생이나 무용담이 결코 아니었다. 여태껏 알고 있던 독립운동가, 애국자의 모습이 아닌 진정으로 확신있고도 뚜렷했던 자신의 삶에 대한 최후까지의 그의 열심, 그것이었다.

 함경도 깊은 산골에서 가난한 화전민의 아들로 태어난 그가 어려운 형편에도 배움에의 간절함을 마침내 이루었다거나 자신의 한 몸을 기꺼이 바쳐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거나 하는 식상한 영웅으로서의 이재유가 아닌 자신의 배움의 목적을 깨달아 배움을 위한 올바른 통로를 기꺼이 찾고자 하였으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향해 그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했던 누구보다 강한 인간 이재유의 이야기에 가슴 한 구석이 뻐근해져왔다.

 당시 일제의 지배하에서 인간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궁핍한 삶을 연명하던 동포의 모습이나 일본의 침략의 원인이라 할 수 있는 자본주의에 대항해 누구에게나 평등한 세상을 열어줄 사회주의의 이상향을 꿈꾸었던 이재유.

 물론, 막스와 엥겔스가 꿈꾸었던 모두가 평등한 이상적인 사회주의는 21세기 현재까지도 실현되지 않은, 어쩌면 영원히 이론적인 이상향일지도 모를 사회주의에 일찍 눈뜬 이재유가 부르짖었던 주 40시간 노동이나 실업보험, 최저 임금제, 국민 연금 등에 관한 주장과 요구는 노동자들의 인권을 누구보다 절실하게 여겼기때문일 것이다.

 이 이야기를 통해 식민지 노동자의 새로운 영웅 이재유를 발견하기 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삶의 목표를 향해 그 무엇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살다간 인간 이재유의 아름다운 모습을 조금이라도 닮아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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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가진 아이 사계절 중학년문고 9
김옥 지음, 김윤주 그림 / 사계절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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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오자마자 나보다 먼저 책을 들고 앉은 딸아이가 한참 후에야 벌개진 얼굴로 나와서는 첫마디가 '내가 지금까지 읽은 책중에 이렇게 충격적인 건 처음이야!'라며 아직도 놀란 가슴을 어쩌지 못하는 표정이다.

그런 딸아이의 모습에 우습기도 하고 의아하기도 해서 책표지 그림을 살펴보고 있자니 딸아이가 또 하는 말이 '엄마는 다행이야, 내가 동배같은 아이가 아니라서...'라며 나를 쳐다보는 눈빛이 반짝거리기조차 한다.

딸아이의 성화에 떠밀리다시피 다른 일을 제쳐두고 동배의 이야기를 읽기시작했다. 반쪽이 산 채석장에서 돌조각이 튀어 왼쪽 눈을 잃고 의안을 한 뒤로도 일을 계속하며 며칠에 한 번씩 집에 오는 무서운 아버지와 낡은 봉고차에 화장품을 싣고 장터를 돌아다니며 장사를 하는 엄마. 그래서 항상 동배는 혼자다. 엄마가 올 때까지 늦도록 기다리다 잠들기 일쑤이고 친구라고는 아이들이 멀리하는 지훈이가 전부이다.

부모의 따뜻한 보살핌과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초등 4학년 동배의 가슴은 그래서 너무나 휑하다. 어느날 우연히 빌린(?) 선생님의 라이터를 빼앗기고 또 다시 빌린 성냥. 따뜻한 불을 피울 수 있는 성냥이 주머니에 있는 한 동배의 마음은 따뜻하기만 하다.

그런 동배를 읽으며 나는 조금전 딸아이의 당황스럽고 놀라움이 생각나 마음이 어지러웠다. 부모인 나는 이미 동배가 남의 물건을 훔치면서도 빌리는 것이라고 하는 것이나 아무도 없는 빈 집에서 성냥을 켜면서 따뜻해져옴을 느끼는 것이 결코 그 아이의 탓만은 아님을 알고 있지만, 아직 어린 딸아이는 그런 동배의 행동이 절대 해서는 잘못이기에 아무렇지도 않게 훔치고 불장난을 하는 동배가 끔찍하기만 할터였다.

아직은 눈에 보이는 것만 볼 줄아는 어린 딸아이는 제주변에는 동배같은 아이가 없다며 오래도록 동배에 대한 분노를 터뜨렸다.

책을 다 읽고 난 내게 '이제 동배란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파악이 돼?'라며 반문하였다. 그런 딸아이에게 어떤 대답을 할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내가 꺼낸 말은 결국 '동배가 왜 그랬겠어? 부모가 옆에서 돌봐주어야 하는데 생활이 어려워 혼자 있다보니까 그렇게 된 것 같다. 동배의 잘못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전부다 동배의 잘못도 아닌 것 같다.'라고 말하는 나를 딸아이는 말없이 쳐다보았다.

'불을 가진 아이' 동배. 나는 동배의 마음속에 불을 걱정하지만 아직 어린 딸아이는 동배가 저지른 불장난을 생각하며 자신과 너무나 다른 동배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놀라움에 선뜻 동조하지 않는 나의 반응도 한동안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멀지 않은 언젠가 딸아이도 동배의 마음속에 타고 있는 그 '불'을 보게 될 것이다. 그때는 과연 딸아이는 동배를 뭐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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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 벌타령 우리문화그림책 온고지신 2
김기정 지음, 이형진 그림 / 책읽는곰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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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의리있는 장승들이 게으름뱅이 가로진이를 죽도록 벌주는 이야기이다.     어찌나 혼내주었던지 가로진이는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어미의 지극 정성에 진 우두머리 장승의 용서로 용케 살아나고, 문제의 게으름 병까지 싹 나아 아주 새사람이 되었다는 아주 다행스런 이야기이다.

 예로부터 마을 어귀에 떡~하니 버티고서 마을을 수호하던 신과 같은 장승. 그 무시무시한 표정과 우뚝솟은 모습이 정말 우리를 지켜주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이던 장승. 사이도 좋게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이 나란히 지켜주는 모습은 더욱 든든할 터였다.

 그런데, 문제의 게으름뱅이 가로진이는 그것도 모르고 땔깜으로 쓰겠다며 장승을 뽑아들고 간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마을 사람들을 지켜주던 장승의 억울한 울음 소리는 우두머리 장승의 귀에 까지 들어가고, 대노한 우두머리 장승의 호통에 팔도의 역시 분노하여 가로진이의 집앞으로 몰려드는데, 태백산 두메 장승, 운주사 돌장승, 팔공산 벅수, 계룡산 수막살이, 대동강 돌미륵, 백두산 당승, 제주 돌하르방까지 팔도 장승들의 이름도 제각각인 팔도 장승들의 각양각색 사투리가 웃음을 자아낸다.

 티격태격 의논끝에 팔도의 장승들이 선택한 방법은 바로 가로진이의 몸을 나눠 온몸에 세상에서 더러운 병이란 병은 다 주는 것!  아이고 생각만 해도 끔찍해서 게으름만 피워 밉던 가로진이가 순간 불쌍한 생각마저 든다.

 잠 자다 홍두깨 맞는다고, 엉겹결에 들려 나온 가로진이의 몸엔 팔도 장승들이 내리는 온갖 더러운 병들이 끔찍한 모습으로 달려들고, 깜짝 놀란 가로진이가 눈물 콧물 펑펑 쏟아내는 모습이 고소하기보다는 불쌍하기만 하다.   그야말로 정승을 모욕한 죄로 한바탕 장승들의 벌잔치가 펼쳐진 것이다.

 모두 팔만 번의 병칠함을 당한 가로진이는 그날부터 죽은 목숨인데, 그래도 살붙이라고 어미는 가로진이를 살리기위해 사방팔당 돌아다니다 우두머리 장승에게 울며불며 매달린 끝에 살려낼 방법을 구해내고 마침내 가로진이를 팔만 가지 병과 함께 게으름 병으로부터 살려낸다.

 새로운 마을의 수호신으로 우뚝 선 장승부부,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 앞에 무릎을 꿇고 정성을 비는 가로진이와 마을 사람들의 얼굴에는 천만다행함이 역력하다.

 지금은 사라져가는탓에 보기도 힘든 장승들. 그저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으로 알고 있던 장승을 팔도의 장승들로 만나보는 소중한 우리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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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드기는 송장벌레 등에 타고 옮겨 다녀요 - 이동공생.도둑기생 공생과 기생 4
키어런 피츠 지음, 김승태 옮김 / 다섯수레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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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에 배웠던 '공생'이나 '기생'이란 용어는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던 터에 공생이 그저 공생이 아니고, 기생이 그저 기생이 아님을 보여주듯 <이동공생.도둑기생>이란 용어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서로 다른 생물이 관계를 맺으며 사는 것이 바로 '공생'. 그가운데 서로에게 도움이 되면 '상리공생'이라 하고, 한 쪽에게만 이익이 되고, 나머지 한 쪽은 이익도 손해도 없는 것을 '편리공생'이라 한단다. 이 책의 주제인 '이동공생'은 몸집이 작아 먹이나 배우자를 찾기 위해 먼 곳까지 이동할 수 없는 작은 동물들이 다른 동물에 의지해 이동하는 것을 '이동공생'이라고 한단다.

 또, 공생 가운데 상대방에게 해를 끼치고 자신만 이익을 얻으면 '기생'이라 하는데, 특히, 자신이 직접 먹이를 구하지 않고 상대방이 사냥한 먹이를 손쉽게 훔치며 살아가는 것을 '도둑기생'이라고 한단다.
정말 생물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알수록 복잡하고 신기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용어들이다.

이 책의 주제인 이동공생과 도둑기생의 방법으로 살아가는 생물들은 정말 신기하게도 꼭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캐리비안암초상어에게 찰싹~ 달라붙은 빨판상어의 모습은 마치 한몸같다. 더욱 신기한 것은 빨판상어의 머리 위쪽에 달린 강력한 빨판. 정말 빨래판 모습 그대로이다. 빨판의 힘이 얼마나 막강한지 로마의 범선도 멈추게 한단다.

점무늬도룡뇽에게 붙어 다니며 먹이 찌꺼기도 받아먹는 돌거머리. 곤충이나 거미, 새에게 매달려 옮겨다니는 앉은뱅이는 거미류에 속한다는데 모습은 마치 전갈처럼 생겼다.

숲쥐의 시체에 붙어 있는 송장벌레의 몸 위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진드기 무리들.송장벌레의 몸을 타고 다니다 송장벌레가 발견한 먹이에 내려 다른 곤충들의 알을 다 먹어치우면 그제서야 그 속에 알을 낳는 송장벌레는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협력자이다.

반면에, 순수한 이동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닌 운반동물의 새끼를 먹이로 삼는 끔찍한 편승동물들도 있다. 날개 아랫면의 무늬가 올빼미의 눈과 닮은 코스타리카올빼미나비는 수중다리좀벌이 편승해 알을 공격하고 심지어 그 알 속에 자신의 알을 낳는데, 그 속에서 자란 수중다리좀벌의 애벌레는 코스타리카올빼미나비의 애벌레를 잡아먹는다고 한다. 아... 끔찍해라..

그밖에 먹이를 훔치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도둑기생의 주인공들.
놀랍게도 그 주인공들 속에는 밀림의 왕으로 용맹의 상징인 사자가 포함되어 있었다. 어째 이런 일이.... 하는 생각이 들지만, 사자 또한 난폭한 힘과 무리를 앞세워 자신보다 약한 포식자를 쫓아내고 먹이를 차지하는 포식자이다.

우리가 모르는 동물들의 삶. 공생속에 또다른 공생이, 기생속에 또다른 기생이 펼쳐지는 생존과 번식을 위한 삶이 놀라운 사진들과 함께 펼쳐진다. 어떻게 이런 사진을 찍었을까...하는 놀라움과 탄성이 절로 나오는 사진에 담긴 생명체들의 모습이 신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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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치가 거미줄에서 탈출했다 사계절 저학년문고 39
김용택 엮음 / 사계절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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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시인으로 유명한 김용택 선생님이 시골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자연속에서의 배움을 실천하고 있는 풍경을 TV화면을 통해 보면서 무척이나 부러워하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방송을 본 후 얼마쯤 지나서 였을까.... 도시의 엄마들이 아이들을 김용택 선생님이 가르치는 그곳 학교로 전학을 시킨다고 하는 말을 듣고 열성엄마들의 극성스러움에 혀를 내둘렀던 적이 있었다.    동시에 마음 한 구석에는 이유야 어떻든 자연과 함께 어린시절을 추억할 아이들이 몹시도 부러웠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서너 명을 가르치던 김용택 선생님이 작년에는 열네 명의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풀잎 끝에 맺힌 이슬방울처럼 순수한 영혼을 가진, 가장 진지한 2학년 아이들, 그러나 한 순간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끝없이 움직이며 복잡한 세상을 온몸과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2학년 아이들이라고 김용택 선생님이 소개한 아이들의 시와 일기가 그림과 함께 담겨 있는 글을 읽다보면 아직은 삐뚤빼뚤 서툴기만한 아이들의 순수가 그래도 뚝뚝 흐르는 것 같다.

 다듬어져 잘 지은 글이 아니어서 아이들의 틀린 맞춤법 그대로 실린 글이 오히려 아이들의 마음을 더 가까이 느끼게 한다.

학교 가는 길에 만난 느릿느릿 달팽이 가족들, 검정 잠자리를 피해 달아나다 배나무에 부딪쳐 기절한 고추잠자리, 아무 집에나 똥을 싸놓은 참새, 성준이의 손을 피해 도망치던 여치가 거미줄에 걸리고 마침내 탈출한 여치, 파리를 꽁꽁 묶고 있는 거미..... 자연과 함께 살지 않으면 결코 볼 수 없는 풍경들.... 아이들이 쓴 글에는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는 자연의 모습이 그대로 들어있다.

 더불어 아이들의 생활도 솔직하게 담겨있다. 물에 잠긴 다리때문에 학교에도 못 가고, 생일도 챙겨주지 못하고, 새와 모기도 살고 있는 밤하늘과, 일만 하고 돌아가는 삼촌의 모습과 한숨쉬는 엄마의 모습까지 아이들의 눈을 통해 보이는 생활이 시로 일기로 표현되어 있다.

 김용택 선생님이 절대 무사하지 못했다는 지난 한 해 동안의 아이들의 모습을 조금은 엿볼 수 있는 아이들의 글을 읽다 문득 그 아이들의 또래인 딸아이의 일상이 휘리릭~ 지나간다. 학교와 학원 두어 군데만 다녀와도 하루해가 다 가고 막상 놀시간도 넉넉치않은 딸아이. 아마도 대부분 도시 아이들의 생활일 것이다.

 놀 시간이 있어도 자연의 아이들과 달리 집안에서 만들고 그리고 책을 읽으며 지낸는 것이 노는 것이다. 흙내음도 없고 풀냄새도 없고 따스한 햇살도 없는......           도시는 도시대로 시골은 시골대로 나름의 빈곤에 허덕이는 아이들.... 서로 가지지 못한 풍요로움만을 생각한다면 슬프지 그지 없을 요즘의 아이들.....

 그러나, 김용택 선생님의 시골 아이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물론, 그 속에 담긴 아이들의 마음의 빛깔을 온전히 느낄 수는 없지만 아이들이 살고 있는 자연을 그려 볼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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