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오자마자 나보다 먼저 책을 들고 앉은 딸아이가 한참 후에야 벌개진 얼굴로 나와서는 첫마디가 '내가 지금까지 읽은 책중에 이렇게 충격적인 건 처음이야!'라며 아직도 놀란 가슴을 어쩌지 못하는 표정이다. 그런 딸아이의 모습에 우습기도 하고 의아하기도 해서 책표지 그림을 살펴보고 있자니 딸아이가 또 하는 말이 '엄마는 다행이야, 내가 동배같은 아이가 아니라서...'라며 나를 쳐다보는 눈빛이 반짝거리기조차 한다. 딸아이의 성화에 떠밀리다시피 다른 일을 제쳐두고 동배의 이야기를 읽기시작했다. 반쪽이 산 채석장에서 돌조각이 튀어 왼쪽 눈을 잃고 의안을 한 뒤로도 일을 계속하며 며칠에 한 번씩 집에 오는 무서운 아버지와 낡은 봉고차에 화장품을 싣고 장터를 돌아다니며 장사를 하는 엄마. 그래서 항상 동배는 혼자다. 엄마가 올 때까지 늦도록 기다리다 잠들기 일쑤이고 친구라고는 아이들이 멀리하는 지훈이가 전부이다. 부모의 따뜻한 보살핌과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초등 4학년 동배의 가슴은 그래서 너무나 휑하다. 어느날 우연히 빌린(?) 선생님의 라이터를 빼앗기고 또 다시 빌린 성냥. 따뜻한 불을 피울 수 있는 성냥이 주머니에 있는 한 동배의 마음은 따뜻하기만 하다. 그런 동배를 읽으며 나는 조금전 딸아이의 당황스럽고 놀라움이 생각나 마음이 어지러웠다. 부모인 나는 이미 동배가 남의 물건을 훔치면서도 빌리는 것이라고 하는 것이나 아무도 없는 빈 집에서 성냥을 켜면서 따뜻해져옴을 느끼는 것이 결코 그 아이의 탓만은 아님을 알고 있지만, 아직 어린 딸아이는 그런 동배의 행동이 절대 해서는 잘못이기에 아무렇지도 않게 훔치고 불장난을 하는 동배가 끔찍하기만 할터였다. 아직은 눈에 보이는 것만 볼 줄아는 어린 딸아이는 제주변에는 동배같은 아이가 없다며 오래도록 동배에 대한 분노를 터뜨렸다. 책을 다 읽고 난 내게 '이제 동배란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파악이 돼?'라며 반문하였다. 그런 딸아이에게 어떤 대답을 할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내가 꺼낸 말은 결국 '동배가 왜 그랬겠어? 부모가 옆에서 돌봐주어야 하는데 생활이 어려워 혼자 있다보니까 그렇게 된 것 같다. 동배의 잘못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전부다 동배의 잘못도 아닌 것 같다.'라고 말하는 나를 딸아이는 말없이 쳐다보았다. '불을 가진 아이' 동배. 나는 동배의 마음속에 불을 걱정하지만 아직 어린 딸아이는 동배가 저지른 불장난을 생각하며 자신과 너무나 다른 동배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놀라움에 선뜻 동조하지 않는 나의 반응도 한동안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멀지 않은 언젠가 딸아이도 동배의 마음속에 타고 있는 그 '불'을 보게 될 것이다. 그때는 과연 딸아이는 동배를 뭐라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