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제 세상에서 더 이상 어떤 것도 사랑하지 않아요. 나한테는 당신이 전부예요. 부자로 사는 행복을 내가 느낀다면, 그건 당신 맘에 좀 더 들기 위해서 그런 거예요. 부끄럽지만 나는 아버지의 딸이기보다는 당신의 여자예요. 왜냐고요? 나도 몰라요. 내 인생 전체가 당신에게 달려 있어요. 아버지는 내게 심장을 주셨지만, 당신은 그 심장을 쿵쿵 뛰게 했어요. 온 세상이 나를 손가락질한대도 상관없어요! 저항할 길 없는 감정 때문에 내가 저지른 죄를 당신이 받아 준다면 말이에요. 당신이 날 원망할 권리는 없어요. 당신은 나를 불효녀라고 생각하나요? 오, 아니에요. 우리 아버지같이 좋은 아버지를 사랑하지 않을 수는 없죠. 우리의 통탄할 만한 결혼 생활의 당연한 귀결을 아버지가 보시지 못하게 할 수 있었을까요? 아버지는 왜 딸들의 결혼을 막지 않으셨을까요? 우리를 위해 깊이 생각하는 것이 아버지가 할 일 아니었을까요? 이제는 알겠어요, 아버지도 우리만큼 고통받으신다는 것을.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었겠어요? 아버지를 위로한다고요? 우리가 무얼 어떻게 위로할 수 있겠어요. 우리가 체념하면 차라리 우리가 비난하고 한탄하는 것보다 아버지는 더욱더 괴로워하셨을 거예요. 사노라면 모든 게 쓰디쓰기만 한 그런 상황들이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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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의도의 순수함과 의지의 신성함을 입증해 주는 〈각하〉라는 호칭은 아무리 용납할 수 없는 생각이라도 무사통과시키는 여권 같은 역할을 한다. 이 가엾은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하지 않을 일도 〈각하〉라는 호칭만 나오면 바로 서둘러 수행한다. 마치 군대 병사들이 그러하듯, 관공서 직원들도 수동적으로 순종한다. 이런 체계는 양심을 숨 막히게 틀어막고 사람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마치 정부라는 기계에 맞는 나사나 태엽처럼 인간을 적응시키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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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세상 탓을 한다고 생각하나? 천만에. 세상은 항상 이랬어. 도덕군자들은 절대 세상을 바꾸지 못해. 사람은 불완전한 존재야. 때로는 어느 정도 위선적이고 말이야. 그런데 순진한 얼간이들은 풍속이 바르다느니 아니라느니 하고 떠들어 대지. 나는 민중 편을 든답시고 부자들을 비난하지 않네. 위에 있으나 밑에 있으나 중간에 있으나 사람은 다 똑같다네. 이렇게 높은 곳에 있는 인간 1백만 명당 열 사람 꼴로 모든 것, 심지어 법률보다 위에 서는 뻔뻔한 놈도 있지. 내가 그런 사람 중 하나야.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곧장 앞으로 나아가게. 하지만 욕심, 중상모략, 비열함과는 맞서 싸워야겠지. 모든 이들에 맞서서 싸워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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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마음은 보물이죠. 그것을 단번에 비워 버리면 파산하고 말아요. 또 어떤 사람이 수중에 한 푼도 없다는 것이 용서 못 할 일이듯이, 감정을 송두리째 다 내보여 준다는 것도 용서 못 할 일이지요. 그 아버지는 모든 걸 다 내주었어요. 20년간 밸까지 다 빼주고 사랑을 퍼주기만 한 거예요. 그는 자기 재산을 하루아침에 다 주어 버렸어요. 레몬즙을 실컷 짜내고 나서, 남은 레몬 껍질을 딸들이 길모퉁이에 버린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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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깟 놈의 일이사 아무것도 아니고, 대국이 넘어졌이니께 이자는 왜눔하고 노국눔이 또 대가리가 터질 기다. 그눔아아들이 먼지 개멩[開明]했다고 해서 그래 상투 짜른 양반들이 업고 지고 지랄들 하는가 본데 개멩이라는 기이 대체 머꼬?"
"……."
"개멩이라는 기 별것 아니더마. 한 말로 사람 직이는 연장이 좋더라는 거고 남우 것 마구잡이로 뺏아묵는 짓이 개멩 아니가, 강약이 부동하기는 하다마는 그 도적눔을 업고 지고 하는 양반나리, 내사 무식한 놈이라서 다른 거는 다 모르지마는 옛말에 질이 아니믄 가지 말라 캤고, 제 몸 낳아주고 키워준 강산을 남 줄 수 있는 일가? 어느 세상이라고 천민인 우리네, 알뜰한 나라 덕 보지도 않았다마는…… 세상이 하도 시장스럽아서 이자는 일도 하기가 싫고 사시장철 푸른 강가에 앉아서 붕어나 낚아 묵고 살았이믄 좋겠는데 그것도 어렵게 될 긴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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