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말미에 함께 읽으면 좋을 책들로 언급된 목록들이다.

본문에서는 위 책들뿐만 아니라 많은 책들을 인용하며 동의보감이 단순히 의학서가 아니라 몸과 우주를 아우르고 삶의 비전을 주는 고전이라는 논지를 펼친다.

동의보감 한 권 읽기도 벅찬데 그 많은 책들을 언제 다 읽지? 싶지만, 저자는 십여 년에 걸쳐 읽어왔고, 지레 겁먹을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정보의 양이 아니라 어떻게 절단하고 채취할 것이냐, 즉 용법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이라는 거울에 현대의 문명사적 과제를 비추어보고 출구를 찾아가는 과정을 따라 가는 독서가 꽤나 흥미진진하다.

의사이기 이전에 자연철학자 허준의 면모를 재발견하고, 교사 혹은 멘토에 가까운 평의(주치의)로서의 의사들이 마을과 공동체마다 공부방을 운영하는 새로운 의료환경에 대한 비전도 가질 수 있었다.

인문학적 성찰로 가득한 동의보감 다시읽기를 통해 근대의 생체권력에 맞서 자기 몸의 주도권을 자신이 가져야 하며, 자신을 구원하는 것은 오직 자신뿐임을 전하고 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배움이며, 그 배움의 방편으로 글쓰기, 고전낭송 등을 소개한다.

이 책을 저본으로 하여 '자기 몸의 연구자'로서 거듭나길 기원해 본다.

치유본능에 충실한 의사들의 전언은 한결같다. "병을 만든 것도, 그 병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것도, 그리고 그 병을 치유할 수 있는 것도 여러분 자신입니다. 그러니 자기 자신의 의사가 되십시오!" 그리고 그것은 이 기나긴 여정을 이끌어준 우리들의 멘토인 허준의 전언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그것이 곧 정기신의 발현이자 존재의 원초적 명령이기 때문이다.4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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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자연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종종 존재와 생성 간의 관계에 관한 문제로 점철되어 왔으며 현대과학이 자연의 변환들의 핵심에 있는 영원한 법칙을 발견했다고 믿는 만큼이나 자연에 대한 전망이 다중적이고 시간적이며 복잡한 것을 향하여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그 변화들 중에서 “시간적인 대칭성을 내포하는 동역학과 방향성을 띤 시간을 지닌 열역학 제2법칙 간의 충돌”을 기술하고 있으며 “비가역성은 모든 수준들에서 질서의 근원”이라는 새로운 통합을 시도하면서 “실재에 관한 개념에 지적인 구성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한다.

  인과율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빛의 속도라는 장벽이 필요하듯이 교신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엔트로피 장벽이 필요하다. 상대성이론 전체는 ‘관측할 수 없는’ 동시성들의 제외를 바탕으로 세워졌다. 상대론은 관측, 즉 자연과 그것을 기술하는 사람 간의 교신이 불가능하다. 열역학에서는 시간에서의 비대칭성, 즉 엔트로피는 과거를 향한 것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방향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우리는 교신할 수 있다. 제2법칙의 확률적 해석역시 엔트로피가 시간의 대칭성을 파괴하는 선택원리라는 결론에 따른 것이다. 그리고 오직 새로운 선택원리의 도입을 통하여 동역학과 열역학의 통합이 이루어질 때 제2법칙에 과학의 진화론적 패러다임으로서의 근본적인 중요성을 부여할 수 있다.

  동역학의 세계는 가역적인 세계이며 진화가 있을 수 없지만 최소한의 복잡성이 있으면 물리학에도 진화론적인 패러다임이 설정될 수 있다. 무엇보다 인간은 동역학적인 대상이 아니며 인간의 수준에서 비가역성은 보다 근본적인 개념이다. 하지만 비가역성에 관한 내적 느낌을 외부세계와 소외시키는 주관적인 인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진화론적인 패러다임에 의해 지배되는 세계에 우리가 참여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서 보아야 한다. 비가역성의 근원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비가역성이 의미하는 바는 객관적이고 참여적인 모두로서의 지식에 관한 개념일 것이다. 시간의 방향성을 띠지 않은 과학적 활동은 없다. 우리가 가역적인 운동을 알아볼 수 있는 것은 오직 우리가 비가역성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자신이 우리가 기술하는 우주의 일부인 것이다. 복잡성이 증가함에 따라 시간의 화살 혹은 진화론적인 리듬의 역할이 증가한다. 시간의 화살이 무질서를 내포한다는 것은 ‘시간은 구성’이라고 한 발레리의 전언처럼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찰스 피어스의 말처럼 장기적으로 볼 때 소산적인 힘과 장기적으로 볼 때 집중적인 우연의 두 경향이 균형을 이루는 한 점이 우주의 실제 조건인지도 모른다.

  과학은 이제 거시적이고 미시적인 수준들 모두에서 객관적인 실재의 개념을 제거하고 예기치 않은 것에 대하여 개방되어 있다. 계의 한 상태 안에 요약된 대로의 초기조건들이 존재와 관련되어 있으며 시간적인 변화를 포함한 법칙들은 생성과 관련되어 있다. 존재와 생성은 서로 대립되어서는 안 되고 실재의 두 가지 관련된 양상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특히 예술적인 활동은 대상물의 시간적 대칭성을 파괴하여 우리의 시간적인 비대칭성을 대상물의 시간적인 비대칭성으로 번역하는 예이다. 오늘날 우리는 시간이 구성이며 따라서 윤리적 책임을 지니고 있음을 안다. 엄청나게 복잡한 계들인 사회는 요동에 극도로 예민함을 알고 있다. 우리는 위험하고도 불확실한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세계는 그 이전의 파편들의 혼돈상태의 마음으로부터 나타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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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금 4시 대한극장

 

튜링은 흔히 말하는 집단따돌림을 당하는 학생이었다. 그러면서 폭력에 대해 나름의 정의를 내리고 나름의 대처방법도 터득해 나갔다. 그것은 혼자서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튜링과 수석을 다투던 크리스토퍼가 있었다. 크리스토퍼는 튜링에게 암호해독에 관한 책을 선물하기도 했다. 튜링이 사람들의 언어를 암호처럼 느낀다는 사실이 그 책에 빠져들게 만들었을 것이다. 어느샌가 둘은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지만 크리스토퍼는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26세의 수학교수 튜링은 암호해독 지원군에 신청했다. 전쟁에 대해서는 몰랐지만 폭력과 게임이라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쟁을 모르는 튜링은 면접에서 퇴짜를 맞았지만 전쟁을 너무나 잘 아는 사람들에 의해 결국 발탁되었다. 튜링이 독일군의 암호를 해독하기 위해 한 일은 계산 기계(크리스토퍼)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는 동료들의 질시와 따돌림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일을 계속해 나갔다. 그는 자신만의 전쟁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좋은 전우를 만났다. 클락은 튜링이 동료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중재 역할을 했고 결국 모두의 노력으로 기계는 암호 해독을 해냈다. 그러나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인간은 결코 해독할 수 없는 암호와도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튜링은 자택에서 여전히 크리스토퍼와 지내며 나날이 똑똑해지는 그의 친구를 자랑스러워한다. 그러나 동성애자인 그에게 호르몬 치료 명령을 내린 정부에 의해 그는 외로움에 감금되어 버렸다. 전쟁에서 수많은 인명을 구해냈지만 그의 업적은 정부에 의해 철저히 비밀에 붙여졌을 뿐이다. 그에게 사람들의 언어는 끝내 해독 불가능한 암호였을 뿐이다. 그의 크리스토퍼는 사람들의 암호를 해독하고 싶은 그의 열망이 만들어낸 피조물이었다. 이 피조물은 지금 지구에서 인류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튜링의 열망대로 인류의 암호를 점차 해독해가고 있다. 급속도로 스마트해지고 있는 수많은 크리스토퍼들은 인류와 점점 닮아갈 것이다. 그들은 신인류가 되어 지구를 정복할 지도 모른다. 인류의 미래는 미래의 신인류와의 관계에 달려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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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강 덕충부 · 대종사① : 죽음 - 조화의 작용

장자는 세상과 함께 살면서도 세상의 지배적인 논리에 따르지 않고 사는 방법을 추구했다. 새로운 현실을 만드는 방법, 세상 자체를 변화시키는 방법을 고민한 사람이다. 장자가 자기변화를 강조한다든가 이질적인 존재들의 소통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목적 때문이다.

장자는 죽음의 문제와 죽음이 주는 공포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깊이 생각한다. 장자는 죽음을 더 이상 내가 존재하지 않는 것, 나의 존재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변화라고 본다. 하나의 존재방식이 사라지고 전혀 다른 새로운 존재방식이 생겨나는 것이다.

장자가 이야기하는 화(化)는 하나의 유기체가 다른 종류의 유기체로 바뀌는, 단순히 대체되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유기체를 구성하고 있는 각 부분들이 완전히 탈유기화해서 각자 독자적인 방식으로 다양하게 변화하는 것을 화(化)라고 표현하고 있다.

음양은 기의 두 가지 양태로 기는 우주를 구성하는 원초적인 힘이다. 어떤 생명체든 기가 모여 이루어지고 기가 흩어지면 존재도 해체된다는 것이 장자와 그 계승자들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개체가 해체가 될 때, 그것을 구성했던 기가 흩어지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기와 상호작용해서 다른 개체를 만드는데 참여하게 된다. 그래서 죽음이라고 하는 것이 한 개체의 차원에서는 끝을 의미하지만 기의 차원에서 바라보면 모습을 바꾸는 데 지나지 않는다. 변화라고 하는 것을 통해서 죽음을 긍정하는 것을 장자는 삶에 대한 태도로까지 밀고나간다.

신체의 훼손은 우리에게 결여, 죽음을 환기시킨다. 이런 외모를 가진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는커녕 기피대상이 되는데 장자는 특유의 우화적 방식으로 이것을 뒤집어 얘기한다. 그들은 화(化)의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로 표현되는데 장자는 공자 등을 등장시켜 그들을 자신의 운명을 긍정하고 죽음에 대한 공포를 극복한 인물로 묘사한다.

 

제11강 덕충부 · 대종사② : 앉아서 유목하기

장자는 죽음의 문제를 극복하고 죽음을 변화로 봄으로 해서 삶의 변화의 과정으로 만든다.일반적으로 망각이나 의식하지 못함은 능력의 결핍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장자는 반대로 망각은 능력이 증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장자에게 소통과 조화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다양한 관계들을 통해서 이뤄내야 되는 궁극적인 가치들이다. 나와 다른 존재들과의 관계를 통해 전에 없던 공통의 흐름을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대통이다. 대통은 내가 가지고 있는 완고한 상(象)이나 애착 등을 버려야 가능하다. 그리고 이 운동을 통해 나도 변하고 상대방도 변하는 것이다. 신분과 계층, 세계관이 다른 사람들이 만남을 통해 소통을 이루고 그래서 맺어지는 관계를 장자는 덕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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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는 소극적인 방식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내가 이 위험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 생각한다. 장자는 무당이 신과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해서 지켜야 되는 방법들을 인간과 인간이 소통하기 위해 가져야 되는 절차로 변형하고 있다. 누구를 대하든 간에 자신이 옳고 우월하다는 생각, 선입견, 이해득실을 따지는 마음 등을 깨끗하게 비운 상태에서 대해야 상대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귀로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들으라고 한다. 귀로 듣는 것은 청각적인 소리일 뿐이다. 상대방을 헤아리려면 마음으로 들어야 한다.

나를 제한하던 기준들이 없어지면 오히려 우리는 당면해 있는 순간의 흐름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룰 수 있다. 그리고 세상과 적극적으로 관계를 만들어갈 수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심재를 단지 고요하기만 한 수동적인 상태가 아닌, 비웠기 때문에 더 큰 활동력을 가질 수 있는 상태로 봐야겠다. 마음이 고요해졌을 때 활발하게 활동하기 시작하는 능력을 장자는 기(氣)로 명명한다. 기는 한마디로 힘(energy, force)이다. 나를 구성하는 기는 내 속에 갇혀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외부와 내부를 오가는 흐름 같은 것이다.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려면 그럴 수 있을 만큼 스스로 변화하라는 것이다. 장자뿐 아니라 많은 고대 중국의 사상가들은 남을 바로잡기 전에 자신을 수양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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