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의도의 순수함과 의지의 신성함을 입증해 주는 〈각하〉라는 호칭은 아무리 용납할 수 없는 생각이라도 무사통과시키는 여권 같은 역할을 한다. 이 가엾은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하지 않을 일도 〈각하〉라는 호칭만 나오면 바로 서둘러 수행한다. 마치 군대 병사들이 그러하듯, 관공서 직원들도 수동적으로 순종한다. 이런 체계는 양심을 숨 막히게 틀어막고 사람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마치 정부라는 기계에 맞는 나사나 태엽처럼 인간을 적응시키고야 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