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렬지
옌롄커 지음, 문현선 옮김 / 자음과모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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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을 워낙 많이 읽었던지라… 책을 읽으면서 비슷한 전개가 반복되는가 싶었지만 단순한 기우에 불과했다.

옌롄커 작품의 특징이라면 선과 악을 무너트리며 위기상황을 겪는 공동체 내부의 갈등을 그린다는 점(딩씨 마을의 꿈, 레닌의 키스)과 중국현대사를 과장된 풍자를 넘어 신랄하게 조롱하며 성찰하고 있다는 점(물처럼 단단하게, 작렬지)일 것이다.

그들의 근대논리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허풍을 차용(?)하여 소설을 써나가는 것이 특히나 이번 소설에서는 두드러졌다. (‘연월일’에서 보였던 환상성이라고 하기엔 억지스럽다.) 작위적인 허황됨이 의도한 바는 분명 현실고발을 통한 통쾌함이었겠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하다.

중국의 현실은 새로운 글쓰기를 강요하고 있다.
정말 이해하기 힘든 역사와 실재가 이른바 신실주의라는 문학의 탄생을 촉발하고 있다. 신실주의는 독특한 문학 기법을 통해 보이지 않는 진실을 드러내고 가려진 진실을 들추며 존재하지 않는 진실을 그려낸다. 또한 문학이 영혼과 정신(생활이 아니라)의 길을 걷도록 함으로써 깊은 곳에서 현실과 삶을 폭발시키는 핵에너지를 찾도록 한다. - P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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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명된 사실
이산화 지음 / 아작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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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만 있다면 소설이라기보다는 그냥 자작 썰.

지성이 있는 생명체로서 다른 지성이 있는 생명체를그런 식으로 죽일 수는 없습니다. 당신도 사실은 죽고 싶지않잖아요? 알고 있어요. 그리고 울지 마세요. 대신에 생각을합시다. 지성이 있다는 건 생각을 한다는 뜻이니까요. -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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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
이기호 지음 / 마음산책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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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니까. 책은 재밌고, 그 재미는 철없는 나를 돌아보고 반성할 수 있는 방식을 작가 자신을 유쾌하게 디스하는 방식으로 보여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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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연예인 이보나
한정현 지음 / 민음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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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는 내내 혼란스럽다. 인물관계 정리가 쉽지 않다. 동명의 인물이 각각의 단편마다 등장하는데, 그들의 정체성이 일치하지는 않는다. 성평등을 기본전제하에 두고 있어 단편 내에서도 성별의 혼란을 초래하기도 하며, 한참 연배가 높아 보이는 ‘주희‘라는 인물에게 ’한서‘와 ‘보나‘라는 인물들은 존칭을 붙이지 않는다.(성도 평등하고 나이도 평등하다!) ‘주희‘라는 인물이 해녀 이씨한태, 붙여준 ‘보나‘라는 이름이 다음 단편에서는 ‘한서‘의 조카 이름으로 등장하며, 남장여자였던 ‘제인‘이란 인물이 다음 단편에서는 여성으로 등장하여 혼혈아 ‘제니‘를 출산했다는 설정도 나온다.
작품의 의도를 이해하는 데 크게 중요하진 않지만 이런 혼란을 굳이 만들어놓은 불친절함이 이 작품의 흠이다. 인물 설정이 동일했으면 인물들의 생애가 퍼즐처럼 맞춰져 소설을 더 흥미진진하게 해주지 않았을까.(마치 하나의 세계관처럼) ’줄리아나, 도쿄‘를 읽는 내내 먹먹함이 쉬이 가시지 않았던지라 기대를 많이 했다(물론 등장인물 설정의 불친절함을 차치한다면 그 기대는 충분히 만족시킬만하다.). 그 감성을 즐길만한 여유는 주지 않고 등장인물들의 정체성으로 혼란스럽기만 해 감상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작가가 전작에서도 보여준 르포형식의 전개방식이 역시나 돋보이는데, 그 서사가 마치 가능한 모든 비극을 등장 인물에게 일어나도록 하는 듯해서 페이지를 넘기는 게 쉽지 않다. 시대와 성별을 불문하고 연약한 존재들을 장엄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것이 작가의 장기니까. 당신이 무엇을 상상하든 이 인물들의 비참함은 그 이상일 것이다는 것이 스포라면 스포가 될 것 같다.

인물설정이 혼란스러웠지만 다시 한번 읽어볼 것이다. 관계도가 정산이 됐으니 작은인물들에게 숭고하게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주목을 받았던 시나리오는 병아리를 전자레인지에 넣고 터트려 죽이는 남성을 등장시킨 것이었는데, 훗날 그는 자신의 그 습작에 대해 공부와 사유는 미숙하고 자아가 내무 비대한 나머지 예술과 학대를 전혀 구분하지 못하고참혹한 짓을 저질렀다고 여러 번 후회했다. - P24

그리고 고모를 이렇게 만든…… 아니, 나는 속엣말로도 그 말은늘 하지 않았다. 이렇게, 라니. 나는 가끔 나를 불쌍하게 만드는 건 나 자신이 아니라 타인들의 시선이라는 생각을 한다. 여장 남자라는 말을 제인에게 붙이기 전까지우리에게 제인은 그냥 제인이었다. 그러니 내가 저 말을내뱉는 순간 고모가 이렇게든 저렇게든 되어 버릴까 봐두려웠다. 하지만 고모가 제인에게 용서를 구한 건 그것과는 다른 문제였다는 것을 나는 할머니가 죽고 나서야조금은 알 것 같았다. - P111

전에 말했듯이, 나는 대학 1학년 때부터 국가 폭력 사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이후 관련 대학원까지 진학했습니다. 그런 내가 보인 반응이 그러했던 것입니다. 그러니 이 말을 하는 지금도 나 자신의 정의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 이것이 정의로워 보이고 싶은 나인지, 아니면 정말 정의를 생각하는 나인지를요. 어쩌면 나는 늘 전자에 가까운 사람일지도 모르니까요. 캔디에 대해 보인 나의 태도를생각해 보아도 그렇습니다. 나는 어쩌면 나만이 가지고있는 정의의 틀이 있고 행복의 기준이 있는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다시 한번, 이 생각을 몇 번이나 고쳐 하게 될지라도 다시 한번 용기를 내고 싶네요.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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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뒤의 삶 창비세계문학 83
소니 라부 탄시 지음, 심재중 옮김 / 창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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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 얼마나 비참하고 고통스러웠으면 이런 상상력이 나올까.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들은 이미 어딘가 존재한다는데, 누군가의 비관적인 상상이 실현되었을 어딘가의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산 자들이 없는 죽은 자들은 불행하고, 죽은 자들이 없는 산 자들도 똑같이 불행하다." - P49

독재는 혁명의 무기가 아니라 정신적·육체적 고문과 마찬가지로 억압의 수단입니다. 당신이 자주 말하듯 독재가 혁명의 수단이라면,그리고 당신이 주장하듯 규율이 교육을 대체할 수 있다면, 복종이 인간의 가장 고귀한 덕성이라면, 우리는 비인간성이 진보적이라는결론에 이르게 되기 때문입니다. 불을 불로 끌 수는 없습니다. 독재는 태워지지 않습니다. 독재가 불입니다. 한번 독재를 선택하고 나면 멈출 수가 없습니다. 완화된 형태의 독재란 없고 있는 것은 독재의 단계들이며 그 단계들이 당신과 우리를 삼켜버립니다. 아닙니다, 지옥은 불태워지지 않았습니다…...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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