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김욱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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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열등한 인종으로 평가하기 쉬운 책

방관자적 시선으로 세계와 그 안에서 펼쳐지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차갑고 날카로운 비판들로 난도질하는 것으로 지적인 충족을 느끼는 괴팍한 인물 - P5

그에게 고통은 소멸해야만 끝나는 아픔이 아닙니다. 그 아픔 끝에 새 생명이 탄생하고, 새로 운 시대가 열리고, 새로운 가치관이 나의 인생에서 성립됩니다 - P8

쇼펜하우어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절망은 능동적인 절망입니다. 그가 추구했던 욕망은 가장 순수한 의지였습니다. 인간은 욕망의 표상이며, 인간의 모든 활동은 욕망을 성취하고 싶어하 는 의지의 출현입니다. 이런 진리를 간과한 채 눈에 보이는 사태만을 쫓아다니는 우리의 무 지한 삶이야말로 절망의 본질이었던 것입니다. - P9

현대의 우울함이 두려운 또 다른 이유는 그것이 특별한 증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 율의 덫에 빠져도 육체적으로는 힘든 일이 없다. 기술이 문명을 뒷받침해주고 있기 때문이 다. 그래서 우울을 핑계로 얼마든지 나태해져도 그 게으름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또 우울하 다는 변명으로 얼마든지 무감각해지는 것도 가능하다. 기분이 우울해서 타인의 고통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고 한마디 푹 던짐으로써 간편하게 면죄부를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우울함에 취해 있다간 얼마 지나지 않아 판단력이 흐려질 것이다. 이것은 하나의 불감증이 며, 이 단계에서는 사회적 인습 전반에 무기력해져 자기 생각과 감정만이 유일하게 옳다는 망상에 빠지게 된다 - P23

현명할수록 명예와 체면이 얼마나 가벼운 것인지를 안다. - P26

오늘날 체면과 명예가 그 사람의 전부인 양 절대적인 대접을 받는 이유는 이 시대의 인간관 계, 혹은 권위와 신분이 편견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체면을 중시하는 까닭은, 내세 울 인간성이 직분에서 얻은 명예 말고는 아무것도 없어서다. 능력이 없으니 사람들의 존경을 받지도 못하고, 그런데 또 권력은 욕심나고, 그러니 스스로 자기 이름에 금칠을 해버리는 것 이다. - P26

이 시대가 타인과 평화로운 교제가 가능한 세상이었다면 명예는 지금처럼 훼손이라는 잣대 로 고려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타인의 권리를 절대적으로 존중하는 세상이었다면 체면을 따지는 대신 신뢰를 이야기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지금 이 사회에서 명예란, 남들이 인정 해주지 않아 나 혼자 주창하는 권리. 타인에게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휘두르는 입속의 칼날.
증오하는 자들과 맞서 싸우는 위협의 명분으로 남용되는 중이다. - P27

그에 비해 세월은 점점 더 힘이 솟는 듯하다. 내가 의미를 찾아내기도 전에 벌써 저만치 달아 나서는 나의 손이 닿지 않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내 앞으로 달려가는 세월을 보고 있으면 걸 음을 떼기도 전에 지쳐버린다. 세월이 나의 속도에 보조를 맞춰줄 리가 없음을 알고 있기에 시작도 하기 전에 지루함을 느낀다. - P33

지레 겁먹은 우리가 절망을 죽음과 혼동하여 좌절하고 포기했다. - P34

우리는 항상 죽음을 떠올려야 한다. 그것이 우리에게 삶이 허락된 이유임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는 죽기 위해 태어난 자들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죽음의 준비는 오직 이것뿐이다. 더 나은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것. 두려 움과 아쉬움과 남겨진 자들에 대한 걱정으로 죽음의 눈치만 보던 우리들이 당당하게 죽음과 대면하여 공포도, 후회도, 근심도 없음을 확인시켜주는 것.. - P38

부모에겐 개성도 없고, 감정도 없고, 오직 나를 위해 일생을 내 노예처럼 내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공급해주는 하나의 물건으로 부모를 취급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모든 불행이 결국 누군가를 사랑하는 데서 시작됐음을 상기한다면, 사랑이야말로 한 사람의 일생을 추락 시키는 가장 근원적인 불행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 P43

인간은 자기 자신을 타자의 의식 속에서 정립한다. 내가 타인의 눈에 어떻게 보이는지를 생 각함으로써 나와 타인을 구별하게 되고, 남과 다른 나의 개별성을 지향하게 된다. 이것이 인 간이 상호 간에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기반이다. 타인을 인정한다는 것은 나의 의식 속 에 타인의 개별성을 끌어들여 나와 별개의 존재임을 확인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 P43

내가 이런 말을 하면 나의 철학에는 위로가 없다며 세상 사람들은 비난할 것이다. 이런 비난 은 세상을 창조하신 이가 있으며, 그가 만물을 지으셨기에 이 비굴한 삶도 그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구원받을 수 있다는 거짓말이 듣고 싶어 교회 목사를 추궁하는 가난한 성도들의 욕 심과 다르지 않다. 나는 굴복할 의사가 없다. - P47

인간은 스스로 판단하기보다는 누군가의 말을 믿고 싶어한다." 그러므로 논쟁이 시작되었을 때 사람들이 주로 선택하는 무기는 누군가의 권위다. - P50

인생은 불행해지기는 쉬워도 행복해지기는 어렵다. 행복을 포기하는 것은 위선도 아니고 절 망도 아니다. 가장 현명한 선택이다. 그 선택이 지혜의 시작이다. 인생의 지혜란 어떤 일을 만나더라도, 어떤 사람을 만나더라도, 어떤 상태가 되더라도 크게 놀라지 않고, 크게 실망하 지도 않고, 크게 기대하지도 않는 중용의 미덕이다. 크게 실패해도 크게 실망하지는 않는다.
크게 성공해도 크게 기뻐하지 않는다. 인생이라는 게, 사실 크게 휘둘릴 만한 가치가 없기 때 문이다. - P55

젊은 시절엔 이렇듯 위선의 함정만 잘 피해 나가도 이른 나이에 삶을 통찰할 수 있게 될 것이 다. 제대로 된 인생이 무엇인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편하게 살고 싶다면 일찌감치 위선 의 가면을 벗어버리는 것이 좋다.

최대한 빨리 수정해야 할 점은 나 자신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허영이다. 모든 사람을 나와 비 교한다. 나보다 열등하다고 생각되면 가차 없이 ‘평범‘ 이라는 꼬리표를 붙여버린다. - P58

인간은 이기적이고, 이기적이기 때문에 인간으로서 도태를 면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이기심을 억제하고 타인에게 선행을 베푸는 행위는 인간으로서의 자아를 포기했다는 뜻이다. 만약 인 간이 어떤 존재인지를 이해하고 있다면 인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하게 될 것이다.
인간은 만물 앞에서 자신을 강탈당하든지, 자기 앞에서 만물을 파괴하든지 둘 중 하나만 선 택해야 하는 존재다. - P59

하루를 마치고 차분히 반성하는 시간을 갖는다. 지나간 하루를 돌아보며 반성하는 시간 속에 서 얻어지는 감정은 나의 무능과 타인에 대한 분노. 결국, 또다시 우울해진다. 나의 한계에 분노하고 타인에 대한 원망으로 불쾌감이 치솟는다. 그 마음이 나를 어둠 속에 갇히게 한다. - P65

선과 악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과 선을 행하고 악을 버리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 P73

생명은 서른여섯 살까지는 시간의 이자로 살아가고, 서른여섯 이후부터는 시간 그 자체를 갉 아먹으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젊었을 땐 적자가 발생해도 미미해 보인다. 어차피 이자 일 뿐이므로 지출이 과해도 걱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시간이 베푼 이자가 중단되고 원금을 사용하는 때가 오면 사라진 시간의 이자가 아쉽게 다가오는 것이다. 결국, 나이가 들수록 시 간이라는 생명의 원금이 계속해서 빠져나간다. 사람이 나이가 들어 젊은 시절보다 더욱 욕심 을 내는 것은 시간을 상실했다는, 생명이라는 원금이 얼마 안 남았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 P86

만약 진화론이 성실이라는 내적 본능을 동물학상의 특성으로 밝혀놓았다면 나는 누구보다 철저한 진화론자가 되었을 것이다. - P87

현실에서 내가 다른 사람을 칭찬하는 이유는 그에게 칭찬을 듣고 싶어서다. 내가 그를 경멸 하는 이유는 그가 나보다 훌륭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의 얼굴에 침을 뱉고 머리를 쥐 어뜯기라도 해야 그의 면전에서 내가 수치를 당하지 않게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 P88

나의 이 같은 조급함과 달리 확고한 자의식을 갖춘 사람들은 타인의 칭찬이나, 재축, 경멸 따 위에 신경 쓰지 않는다. 그가 내게 무슨 말을 하든 상처받지 않고 타인에게 상처를 줄 말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자의식이야말로 타인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이끌어나 가는 힘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 P88

잘못된 독서는 나쁜 친구와 어울리는 것보다 더 나쁘다. - P95

인간은 외부 환경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판단이 가능하지만, 내부에서 들끓는 가설에 대해서 는 그 주체가 자기 자신이었다는 이유로 무조건 미화시킨다. - P95

어느 유명 작가가이런 말을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올바르다고 생각되는 그 길을 걷는 것이다. 글은 그 길의 이정표에 불과하다."라고 - P95

그렇다면 권태로운 인간은 행복한가? 그렇지 않다. 천국이 지옥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권태 라는 간수가 내 등 뒤를 노려보는 감옥이 되는 것이다. 천국에서 권태라는 간수를 만난 인간 은 자신이 죄수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 P101

소유는 만족을 위함이 아니다. 소유는 의무의 시작이다. 내가 뭔가를 가졌다는 것은 내게 어 떤 의무가 주어졌다는 신호다. 많은 것을 가질수록 나는 많은 의무로부터 괴로움을 겪어야 한다. - P103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보건대 기록된 역사의 대부분은 전쟁과 반란, 폭압과 갈등이다. 평화는 전쟁과 전쟁 사이에, 반란과 반란 사이에, 독재와 혁명 사이에 잠시 찾아오는 우연한 휴식과 같았다. - P110

건강한 사람은 자신이 건강하다는 것을 체감하지 못한다. - P107

불행과 고뇌와 절망에서 가장 빨리 위로받는 방법은 나보다 더 비참한 자들을 찾아내는 것이다 - P109

인간의 이성은 허영심에 적극적으로 반응한다. 일기를 쓰면서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한다. 누 군가가 내가 죽은 후에 이 방에 들어와 나의 가장 비밀스러운 이야기들로 가득한 작은 노트 를 발견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사적인 메모마저도 지적인 허영으로 더럽히는 이유다. - P122

사회에 해악을 끼친 범죄자를 위한 교화시설과 그에 소비되는 비용은 당연하다고 여기면서 도 선의의 구성원이 당하는 고통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감도 느끼지 못한다면 그 사회는 회 복되기 힘든 질병에 오염된 거대한 병원이다.
개인이 자초한 불행이든, 환경에서 비롯된 불행이든 고통받는 소수의 나약한 세대에게 현재 와 미래에 대한 최소한의 기대를 베푸는 것은 국가사회의 의무가 아닌 건강한 다수의 의무다. - P136

부자의 이 같은 자기 기만은 문명사회가 안고 있는 폐단 중 하나인데, 이보다 더 세상을 암을 하게 만드는 폐단이 있다. 가난한 자들의 질투다. 부자를 비난하는 표정 뒤에서 자신보다 더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을 착취하려는 가난한 민중의 집단폭력은 공동체의 존립을 뒤흔드는 위협이 될 것이다. - P140

세상 사람 모두가 자기 몫을 기다릴 줄 알게 된다. 모순과 고통과 질병과 불행은 하필이면 나 를 찾아온 저주스러운 운명이 아닌 언젠가는 만나는 게 당연한 내 삶의 일부로 인정하게 된 다. 그것이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유일한 속죄다. 신을 대신해 우리가 이 세계에 베풀수 있 는 유일한 안식이다.
나를 포함한 모든 인간이 도덕적으로 가련한 존재들이다. 거울 속 얼굴만 쳐다보고 있어도 금방 알 수 있는 일이다. 그 때문에 수치스러워할 필요도 없고, 격분할 필요도 없다. 사실 그 대로를 인정하고 거울 속 나의 얼굴을 너그러이 용서해주었듯이 문 밖의 사람들에게 용서를 베풀면 된다. 홀로 십자가를 짊어질 필요가 없는 것이다. - P159

하지만 경제가 발전한 결과로써 국민은 더욱 이기적으로 변모했다. 가진 자는 더 많은 것을 가지려고 눈에 불을 켜고, 못 가진 자는 가진 것이라도 빼앗길까 봐 난폭해진다.
계층과 계층이 분열되고, 세대 간의 의사소통은 오래전부터 단절되었다. 한 국가 안에 여러 개의 국가가 동시에 존재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부자들의 나라, 가난한 자들의 나 라, 늙은이들의 나라, 젊은이들의 나라가 쉴 새 없이 충돌하고 비난하고 전쟁을 준비한다. - P162

그들의 이기적 경향은 이미 도를 지나쳤다. 자기보다 못한 사람들을 동정하고 이해하기는커 녕 빈부의 격차는 당연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 P162

그러나 이것은 용기가 아니다. 도피는 용기가 아니다. 총칼로 무장한 권력 집단에 굴복하느 니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을 버리고 동굴에 유리되겠다는 선각자적인 회피는 진정한 용기가 아 니다. 도피가 용기라면 자살을 결심한 사람만큼 용감한 자는 없을 것이다. - P163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정치집회에 가보면 이 같은 공명 작용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사람들 이 집회에 참석하는 이유는 뭘까. 자신의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의지는 자석과 비슷해 서 보다 큰 의지에 작은 의지가 이끌린다. 의지가 허약한 사람일수록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 다시 말해 대규모 의지가 축약되어 보잘것없는 표상이라도 만들어낸 곳을 그냥 지나치지 못 한다. - P191

인간에게는 물질적인 신체뿐 아니라 의지에 해당하는 영혼이 존재한다. 신체로 대변되는 물 리적인 삶뿐 아니라 의지로 촉발되는 영적인 삶도 있다는 것이다. - P204

인생은 기만의 연속이다. 삶이 삶을 속이고, 삶은 삶으로부터 속는다. 기만으로 가득 찬 삶, 그것이 삶의 진정한 의미임을 깨닫는다면 얻게 해주리라, 삶이 나에게 약속했던 소망들이 이 루어지지않는다고 해서 좌절하거나 분노할 가치가 없음도 알게 될 것이다. - P211

진리가 거짓임을 알았고, 오류가 진실임을 깨달았다. - P212

인간은 질문을 통해 살아가는 이유와 목적, 그 속에서 얻어지는 의미와 가치를 추구한다.
철학이란 인간이 살아가는 이유와 그 이유를 실현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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