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하
윤고은 지음 / 창비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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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에 이 작가의 상상력이 독보적이고 윤리적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실제로 있을 법한 세상이 소설 속에서 만들어지는 이 현시대의 비극이 슬플 따름이다.

우리 가족이 찢어진 일차적인 이유는 빚이었다. 그러나 언니의오피스텔과 내 원룸, 아빠의 트럭과 엄마의 생활비를 나눌 정도였다면 네 식구가 함께 사는 게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너무 가난하기 때문에 평생을 싸우면서도 헤어지지 못하는 가족도 있다는데, 우리 가족은 적당히 가난했기 때문에, 그리고 이차적인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분리되었다. 아빠와 엄마는 이미 오래전부터 서로에게 냉담했고, 이혼을 미루고만 있었다. 두사람은 이십팔년간 한집을 공유했다. 집에는 수많은 잠재적 무기들이 있었다. 과용하면 독이 되는 상비약을 꾸준히 건네는 것만으로도 범죄는 가능했다. 한때는 철제 의자가 찌그러진 적도 있었다. 밤마다문짝이 남아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질풍노도의 시기마저 지나고 고요해진 지 오래였다. 평화가 아니라 침묵이었다. 내공이 쌓인 두사람은 기본적인 의식주를 공유하면서도 대화하지 않는, 농담하면서도 웃지 않는 경지에 이르렀다. 이사에 조금 앞서서두사람은 공식적인 부부관계를 청산했다. 나는 그저 덤덤했다. -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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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성이 고민입니다 - 혼자이고 싶지만 외로운 과학자의
장대익 지음 / 휴머니스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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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부끄러운 인간본성에 정당성을 부여해주기 때문에 나는 진화심리학을 좋아한다.

참으로 수치스러운 인정욕구, 관종, 연예인병, 질투, 시기 등등을 진화심리학적 이론을 근거로 해명해주는 친절함에 감동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의 진화심리학자 로빈 던바Robin Dunbar는 이런 연구를 바탕으로 흥미로운 숫자 하나를 제시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한 사람이 맺을 수 있는 사회적 관계의 최대치입니다. 우리는 이한계치인 150을 던바의 수Dunbar‘s Number‘라고 부릅니다. - P34

배제되는 느낌이나 무리에서 소외되는 느낌도 일종의 고통입니다. 물리적 고통은 아니지만, 때로는 물리적 고통보다 더 큰 괴로움을 주기도 합니다. 이런 배제감이나 소외감을 ‘사회적 고통‘ 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우리의 뇌는 몸에서 피가 날 때와 투명인간이 된 느낌을 거의 구분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어떻게 인간의 뇌는 물리적 고통과 사회적 고통을 비슷하게 처리하게 되었을까요? 물론 모든 동물이 사회적 고통을느끼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분리나 배제 경험이 생존에 치명적인 사회적 동물에게만 필요한 감정이니까요. 아마도 사회적 동물은 원래 있었던 물리적 고통 시스템을 사회적 입력에 대해서도 작동시켰을 것입니다. - P57

우리는 평판에 둔감한 사람의 후예가 아닙니다. 평판에 둔감한 사람은 집단에서 생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죠. 낙인찍히거나 따돌림을 당했을 것이기에 그와 협력하고자 그에게접근했던 사람은 없었을 겁니다. 다시 말하지만, 인간은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종이기 때문에 누구와도 협력할 수 없다.
면 말 그대로 끝입니다. 평판에 신경 쓰는 것은 이처럼 진화적으로 적응된 형질입니다. - P79

예컨대 중국의 양쯔강을 경계로 약 1,000년간 쌀농사를 지어온 남쪽 지역과 밀농사를 지어온 북쪽 지역의 경우, 쌀농사 지역 사람들은 더 집단주의적인 반면, 밀농사 지역 사람들은 더 개인주의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왜 그럴까요? 쌀농사가 성공하려면 함께 관개시설도 만들고, 잡초도뽑고 모도 심어야 하기에 많은 일손이 필요합니다. 반면에밀은 약간 춥고 건조한 기후와 비옥한 토양만 있으면 쌀농사에 비해 손이 덜 갑니다.
쌀농사의 핵심이 농부들의 상호 협력이라면 밀농사의 핵심은 기후와 토양이죠. 이런 논리라면, 밥심으로 살아온 우리는 빵이 주식인 이들(대표적으로 서양인)에 비해 관계를 더 중시하고 평판에 더 신경쓸 수밖에 없었던 사람인 셈입니다.
연유가 어찌 되었든, 우리 사회가 서양에 비해 타인의 시선에 더 민감한 사회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 P87

예전에 발매한 앨범의 인트로 부분에는 "아홉이나 열 살쯤 내 심장은 멈췄다" 라는 가사가 있습니다. 돌아보면, 그 시절 저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를 걱정하기 시작했고 그들의 시선을 통해 나 자신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밤하늘과 별을 올려다보는 것을 멈췄고 꿈꾸기를 중단했습니다. 대신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틀에 나 자신을 밀어 넣으려고만 했습니다. 이내 제 자신의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도 저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고 저 또한 그랬습니다(저 또한 제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습니다), 제 심장은 멈췄고 제 눈은 감겼습니다. 이처럼 저와 우리 모두는 우리의 이름을 잃어버렸습니다. 우리는 유령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안식처가 있었는데 그것은 음악이었죠. 제 안의 작은 목소리가 이렇게 외쳤습니다. "일어나, 네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봐." - P93

우리는 방문한 곳의 교수와 연구자 들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대한민국과 비교해보면 기본적으로 경쟁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도대체 이곳 국민들은 경쟁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걸까요?"
그들의 대답이 다소 충격적이어서 아직도 생생합니다.
"여기에도 경쟁은 있습니다. 우리 아이도 좋은 대학에 보내고 싶어요. 하지만 경쟁 상대가 일차적으로 남은 아닙니다. 경쟁은 자기 자신과 하는 거니까요!" - P113

핀란드에서는 학생 스스로가 거의 모든 것을 결정하고 책임지는 훈련을 어릴 때부터 합니다. 타자와의 비교를 통해우쭐하거나 우울하게 만드는 방식이 아니에요. 학교에서는필요 이상으로 경쟁하는 것은 탐욕이라고 가르치죠. 스스로선택한 것을 성취하는 것이 진정한 성장이자 성숙임을 강조하는 게 바로 그들의 교육철학이었습니다. - P114

경쟁 트랙에 빨리 올라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앞서보았듯이, 경쟁에 대한 인식입니다. 남과 비교하고 서열을 정하기 위한 경쟁을 경험하고 가르치는 사회일수록 행복은 모두의 것이 될 수 없습니다. 이런 사회에서 패자는 사회적 낙오자가 돼 승자를 원망하며, 결국 남의 자원을 빼앗아야 행복할 수 있다고 믿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자기 자신과경쟁하는 성숙한 사회에서 패자는 성찰을 통해 자신의 부족함을 돌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승자는 타인을 이겨서가 아니라 자신의 목표를 달성했기에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낍니다.
경쟁은 어느 사회에나 있습니다. 어떤 생명체든 경쟁은 피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경쟁은 생명의 징표라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경쟁에 대해 인식할 수 있는 유일한 종입니다. 나쁜 경쟁과 좋은 경쟁, 미숙한 경쟁과 성숙한 경쟁 등을 구분할 수 있기도 합니다.
타인과의 비교가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경쟁을 통해 만족감을 얻는 것, 즉 과거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더 나아졌기에만족하는 것은 성숙한 경쟁입니다. 승자와 패자를 모두 행복하게 만드는 경쟁입니다. - P116

동물은 자기 자신이 극심한 경쟁적 상황에 놓여있다고 감지하면 번식 전략이 아닌 성장 전략을 취합니다. 경쟁이 극심하면 자식을 낳아봤자 생존도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대신 번식을 미루고 자신의 성장에 에너지를 쏟아붓습니다. 자신의 경쟁력을 먼저 높인 후에 자식을 낳아 그 자식의 생존확률을 더 높이는 쪽으로 행동하는 것입니다. 어느동물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사회가 경쟁적이라고 인식하면 자식을 낳지 않고 자기 자신에게 투자하는 전략이 개인을 위해 좋은 선택입니다. - P119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경쟁적 상황에대한 감지는 매우 상대적입니다. 거주자의 평균 연봉이 2억인동네에서 연봉 1억을 받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낍니다. 그래서 우리도 지금은 경쟁해야 할 때라고 지각하는거죠. 타인과 비교하면서 경쟁해온 이들은 현재가 과거보다나아졌다고 결코 만족하지 않습니다. 옆 사람과의 비교 우위에 있어야만 행복합니다. - P120

이를 ‘에코 챔버echo chamber효과‘라 부르기도 합니다. 에코 챔버는 원래 방송에서 연출에 필요한 에코 효과를 만들어내는 방을 뜻하는데요, 에코챔버 효과란 자신이 뱉은 목소리가 반사되어 중첩되고 증폭되는 효과를 의미합니다. 이 의미가 확대되어 요즘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비슷한 성향의 사람끼리만 정보와 의견을 교환함으로써 결국 한목소리만 남는 현상을 지칭하기도 합니다.
에코 챔버 효과를 증폭시키는 ‘필터 버블 filter bubble‘이라는 현상도 있습니다. 이것은 정보 제공자가 이용자에게 맞춤형 정보만을 필터링해줌으로써 원래 있었던 편향을 더욱 증폭시키는 현상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과학책을 좋아하는 제는 페이스북에 뜬 과학 신간 페이지라면 늘 클릭해서 훑어봅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페이스북에서 제가 보는 책 광고는 모조리 과학 신간으로 변했습니다. 저는 소설에도 관심이많은데 말입니다. - P142

물론 이것이 페이스북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팟캐스트를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개인 미디어나 트위터 같은 다른 소셜미디어도 동일한 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렇게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편향의 배후에 있는 인간의 오래된 심리입니다. ‘동조 심리가그것입니다.
타인의 의견에 동조하려는 본능은 줏대 없어 보이긴 하지만 생존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집단생활을 하다 보면 집단의 다른 구성원에게 왕따를 당하는 것보다 자신의 신념을 숨기고 비굴하더라도 타인에게 동조하여 받아들여지는 것이 더 유리할 때가 많습니다. 게다가 자신의 지식과 견해가 짧을 때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은 매우 좋은 전략이기도 합니다. 또한 대세를 따르는 행위는 크게 나쁘지않은 결과를 낳습니다.
따라서 동조 심리 자체는 인류의 진화사에서 오랫동안 진화하여 장착된 마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작금의 소셜미디어가 그 동조 심리를 활용하고 증폭시키며 심지어 갈취하기까지 한다는 것이 문제지요.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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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적인 앨리스씨
황정은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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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폭력적이라 내용도 폭력적이다.
그래서 현실은 재앙이다.

그럴 때 그녀는 어떤 사람이라기보다는 어떤 상태가 된다. 달군 강철처럼 뜨겁고 강해져 주변의 온도마저 바꾼다. 씨발됨이다. 지속되고 가속되는 동안 맥락도 증발되는, 그건 그냥 씨발됨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씨발적인 상태다. 앨리시어와 그의 동생이 그 씨발됨에 노출된다. 앨리시어의 아버지도 고모리의 이웃들도 그것을 안다. 알기 때문에 모르고 싶어하고 모르고 싶기때문에 결국은 모른다. 앨리시어가 그녀의 씨발됨을 설명할 수도있을 것이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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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꿈치를 주세요 큐큐퀴어단편선 4
황정은 외 지음 / 큐큐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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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멋진 작가들 덕분에 퀴어문학이 다양하게 변주될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

사람들을 봐요. 내가 본다고 말하는 게 정확하지는 않겠지만요. 일하다 보면 별의별 사람을 만나게 되잖아요. 사람들을 만나보면 신기하게도 다들 각자 나름의 사정이 있는 거예요. 근데속사정을 다 말할 수는 없으니까, 사실 말로는 잘 표현이 안 되니까, 이상하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거죠. 누군가가 이해할 수 없는 말이나 행동을 하면 그런 생각이 들어요. 저게 저사람이 말할 수 없는 사정이구나 하고요. 그러면 욕을 퍼붓다가도 좀 슬퍼져요. 우리가 서로에게 말할 수 없음‘ 폭탄 돌리기를하고 있구나 싶어서요. 누군가를 실컷 욕해도 좀처럼 속이 후련해지지 않는 건 그게 실은 욕할 일이 아니라 슬퍼할 일이어서그런 것 같아요. 간혹 사람들이 나를 두고 앞 못 보는 게 벼슬이냐고 따져 물을 때, 장애를 극복하고 반듯하게 자라서 대단하다고 치켜세울 때, 내게는 그 말이 모두 이상하고 슬프게 들려요. 나는 나로 살고 있을 뿐이지 뭘 바라고 사는 게 아니니까요.
사실 나라고 뭐 다르겠어요. 그렇다고 해도 미란 씨, 우리, 내 슬픔이 아닌 슬픔을 너무 슬퍼하지는 마요.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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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셜리 클럽 오늘의 젊은 작가 29
박서련 지음 / 민음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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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리 클럽보다는 화자의 연애사에 중점을 둔 소설.
박준시인의 짧은 서평이 더 멋진 건 어쩔 수 없는 수준차이인가.

가끔 생각나요. 나에게 차가운 얼굴을 보여 준 사람들, 그렇지만 사실은, 그냥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사람들이 내게 냉담한 표정을 지었던 게 아니라 내 마음이그런 게 아니었을까.
그냥 그렇게 생각해서라도 그 얼굴들을 잊고 싶은 건지도모르지만. - P19

"내가 어쩔 수 없는 나의 부분을 가지고 놀림받는 기분이싫어요." - P69

왜냐하면 나에게 엄마와 아빠란 나란히 서 있어도 지구에서 서로 제일 가까이 있는 게 아니라 지구 한 바퀴만큼거리를 두고 있는 것처럼 남남인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 P179

"리틀 셜리를 가르치려거나 교훈을 주려고 한 이야기는 아니에요. 셜리도 잘 알겠지만, 어머니와 딸 사이에는 다른 사람들이 함부로 판단하거나 끼어들 수 없는 마음의 매듭이 있게마련이잖아요?"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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