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중미전쟁>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 / 부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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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경제학은 분명히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에서 태동하고 발전되어 온 학문인 만큼 거의 대부분의 경제학 이론들은 자본주의의 종주국인 미국이나 영국의 관점을 기본적으로 바탕에 깔고 있습니다. 그런만큼 자본주의 속국 혹은 주변국에 속하는 아시아나 남미, 아프리카의 경제에 대한 서구 자본주의 국가들의 경제적 침탈은 아무런 지적도 받지않고 정당화되기 일쑤이지요. 이런 상황은 18세기 후반~20세기 중반까지의 식민지 쟁탈전 당시의 상황과 사실상 별 차이가 없을 정도입니다.
물론 자본주의의 속성과 단점들에 대한 강력한 반대 이론과 의견들이 마르크스의 사상을 중심으로 한 사회주의권에 있기는 하지만, 20세기 말에 있었던 사회주의 경제권의 도미노 붕괴로 인해 그 주장의 힘이 대부분 쇠퇴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아시아 각국의 경제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세계 경제에서의 비중도 무시하기 힘든 정도로 높아지면서, 서구나 미국, 중국의 시각이 아닌 아시아의 눈으로 전세계 경제 현실과 기존 경제 이론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고찰하는 경제학가들과 경제학 저술, 이론들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고, 세계 경제학계에서 아시아 경제학가들의 비중도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아시아 경제학가들의 저술들을 읽어보면 서구 중심의 기존 경제 이론과 현상들이 아시아와 남미, 아프리카같은 자본주의 주변국들에 대한 착취와 찬탈에 기반하고 있다는 시각들이 기본적으로 깔려있음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러한 책들을 읽을 때마다 우리가 서양의 경제학 서적들을 읽으면서 지나치게 자본주의의 야만적이고 비문명적인 약육강식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화려한 성공담으로 가득찬 CEO의 전기들 속에 숨겨져 있는 구조조정 당한 저임금 비정규직들과 부도난 경쟁업체의 근로자들의 비극은 인지하지 못하고 말입니다. 우리도 자본주의의 중심 국가가 아니고 주변부 국가의 힘없는 노동자일 뿐인데도 말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경제학의 발원지 격인 케임브리지에서 석박사를 받고 경제학자로 20여년 동안 재직하고 있으며, 신고전학파 경제학에 대한 강력한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장하준 교수가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큰 다행이자 위안이라고 생각됩니다. 자본주의 종주국 영국이나 현재 자본주의 체제의 패권국가인 미국이 아닌 자신의 모국인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부 자본주의 국가들의 현실을 개발경제학자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친절하게 설명을 하고 경고를 해주며 대안을 제시하는 세계적인 석학의 존재가 말입니다. 

 


[ 나쁜 사마리아인들 ] 이후 3년 만에 내놓은 장하준 교수의 새 저작인 [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는 [ 나쁜 사마리아인들 ] 의 출간 이후 쏟아졌던 질문들 중에서 중요한 것들을 모아 23개의 카테고리로 나눈 후 거기에 답을 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나쁜 사마리아인들 ] 의 핵심이 세계화와 신경제학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었던 만큼 이 책에 실린 23가지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들도 신경제학과 세계화가 퍼트린 근거없는 신화와 주장들에 대한 철저한 고찰과 날카로운 반론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장하준 교수는 레이건-부시 시대의 보수반동의 근거를 제공한 프리드먼과 시카고 경제학파가 주창한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주주이익 우선론과 무조건적인 규제타파가 CEO의 천문학적인 보수와 거대기업의 독점과 비호, 극단화된 빈익빈부익부를 낳았을 뿐이고, 세계화라는 미명 아래 벌어지고 있는 것은 개발도상국과 저개발 국가들에 대한 착취라는 사실을 논리적으로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호감을 가졌던 것은 현재 전지구적인 규모로 벌어지고 있는 경제 현상들을 상식적인 비유와 설명으로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명해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제대로 된 경제는 누구나 알 수 있을 만큼 분명하고 당연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은 이미 제대로 된 경제학과 경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본인들 스스로도 이해하지도 파악하지도 못하고 있던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자랑인 ‘금융공학’과 명확하게 비교되는 것이지요.

장하준 교수가 이처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는 어조로 이야기하는 것은 바로 경제학은 ‘사람을 위한 학문’이라는 믿음이 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말로 포장하고 숨겨야 할 만큼 ‘소수의 가진 자와 체제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바로 ‘사람들의 삶을 보다 나아지고 행복하게 하기 위한 것’이 경제학의 목적이라는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 글과 주장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 장하준, 더 나은 자본주의를 말하다 ] 라는 이 책의 부제처럼 장하준 교수는 이 책을 읽고나면 저절로 공감할 수 있는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세계인들 모두가 골고루 행복해지는 더 나은 자본주의 체제의 지행점과 가능성에 대한 대안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장하준 교수의 책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그가 지구상의 가장 못사는 나라였던 대한민국이 오늘날의 고도 경제 성장을 이룬 국가로 변신한 데에 대해 많은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그런 관점에서 국민 모두를 골고루 잘살게 하는 것이 바로 경제학자로써 자신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잘 아실 것입니다. 국민들의 노력과 땀의 댓가를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는 데에만 쓰면서 국민들을 기만하고 분열시키는 무리들과는 다르게 말입니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장하준 교수의 영어 인터뷰 동영상을 올려놓고 케임브리지 대학의 교수라는 사람의 영어 발음이 이렇게 후지다고 조롱하는 글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너무나도 고급스러운 영국 상류층의 영어 발음이기에 ‘너무 우아한 영국 지식인층의 영어 발음인데요? 혹시 미국식 영어 발음에 너무 익숙하신 것이 아닌가요?’라고 댓글을 달았더니, ‘영어도 미국식 영국식이 있나요?’라는 황당한 댓글이 처음 글을 올린 사람의 아이디로 올라온 것을 보고 기가막힌 적이 있습니다. 저명한 교수의 영어 발음을 조롱할 정도로 영어에 자신있는 사람이 영어가 ‘영국의 언어’라는 기본적인 사실조차 모르는 이것이 바로 ‘세계화’라는 허상을 물들어 ‘미국화’의 노예가 되어버린 우리의 슬픈 자화상인 것입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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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중미전쟁>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중미전쟁 - 환율, 무역 그리고 원가를 둘러싼 21세기 세계대전!
랑셴핑 지음, 홍순도 옮김 / 비아북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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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자본주의를 받아들인 지가 불과 30년 내외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흔히들 중국의 경제학 수준을 얕잡아 보기 쉽지만, 실제로 미국이나 영국의 유명 대학이나 연구소들에 재직 중인 중국인 경제학자들의 숫자는 깜짝 놀랄 만큼 많고 그 수준도 매우 높습니다. 13억(실제로는 17억 정도라고 하지요)이라는 엄청난 인구에서 최상위 0.001%의 고급 지식인층이고, 학문과 사색이 몸에 배어있는 동양인인 만큼 학문 분야에서의 성취도와 영향력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높고 큰데, 쑹훙빙의 < 화폐 전쟁 >을 비롯한 중국 경제학자들의 저술들은 국내에서도 상당한 화제가 되고 있을 정도이지요.

< 중미전쟁 >의 저자인 랑셴핑은 타이완 출신으로 와튼 스쿨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미시건과 오와이오 주립대를 거쳐 뉴욕대와 시카고 대학 교수를 역임하는 등 미국 경제학계의 핵심부에서 오랫동안 활발하게 활동을 해 온 인물입니다. 그는 국제 금융학과 기업 재무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손꼽히는데, 중국 내에서는 관료들과 관변 경제학자들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을 서슴치 않아 젊은 층으로부터 엄청난 인기와 지지를 얻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중국 대학생들이 가장 신뢰하는 경제학자 1위로 뽑혔을 정도니 우리나라의 장하준 교수 정도의 위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중미전쟁 >에서 랑셴핑은 중국과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경제적 침략과 경제 전쟁의 현황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1950~60년대의 ‘고도 경제 성장의 황금기’ 이후로 반 세기 이상 한 자리 숫자 초반대의 저조한 경제 성장률에 머무르고 있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과는 달리 7~80년대 이후 매 년 10% 전후의 높은 경제 성장률을 장기간 이어가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가 왜 주기적으로 위기와 불황의 늪에 빠지는가 하는 의문을 던지고, 그 이유를 미국과 국제 투기 세력의 음모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미국이 아시아 경제를 상대로 경제 침탈을 해 온 메커니즘을 저자는 간략하게 정리해 설명해 줍니다.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수준이 1일 때는 착취할 경제적 자산 자체가 없으므로, 아시아 국가들이 저임금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단순 제조업(경공업) 중심의 경제 활동으로 경제력이 향상되어 10의 자산을 보유하게 될 때까지는 오히려 미국인들이 아시아 국가에서 생산된 공산품들을 싼 가격으로 구입해 소비할 수 있으므로 생산을 격려하기까지 합니다. 일단 10의 자산을 보유하게 되면 그중 5는 실물 경제에 투자하고, 나머지 5를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가상 경제에 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때 미국과 국제 투기 자본들이 개입하는 부분이 바로 가상 경제 부문입니다.

미국과 국제 투기 자본들은 거액의 외자를 목표로 삼은 국가에 들여와 주식과 부동산을 사들임으로써 주식 가격과 부동산 가격을 빠른 시간 내에 엄청난 속도로 폭등시킵니다. 이렇게 되면 그 나라 안에 주식과 부동산 투기 광풍이 불게 되고, 힘들고 수익률이 낮은 제조업에 투자되어야 할 자본들은 훨씬 더 쉽게 큰 돈을 벌 수 있는 주식과 부동산 쪽으로 몰려들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주식과 부동산 광풍이 절정에 도달해서 국가의 거의 모든 잉여 자산은 물론 은행 대출들까지 주식과 부동산에 투입되었을 때에, 미국과 투기 자본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주식과 부동산을 비싼 값에 일시에 팔아 치우고 그 나라를 빠져 나갑니다.
실제에 비해 엄청나게 과대평가되어 폭등했던 주식과 부동산이 폭락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전재산을 날리고 막대한 부채를 짊어지게 되고, 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은 처참하게 붕괴되어 어렵게 쌓아올린 그 국가의 부는 순식간에 붕괴되고 맙니다.

문제는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막대한 외자가 빠져나가 달러 보유고가 간당간당한 상황에서 미국과 투기 자본들은 그 국가의 정부 관료들에게 ‘이자율을 올리면 외자가 높은 이자 수익을 바라고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속삭입니다. 그 꾀임에 빠져 이자율을 빠른 속도로 올리게 되면 은행 대출을 받아 운영하는 기업의 이자 부담이 급격하게 늘어 부도와 도산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게 됩니다. 잉여 자산의 가상 경제로의 쏠림으로 투자가 위축되었던 생산업이 붕괴되고 마는 것이지요.

저자는 미국과 국제 투기 자본들의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이러한 경제 침탈이 각 국가의 상황과 해당 국가의 경제력에 따라 어떻게 다양한 방식으로 변형되어 적용되었는 지를 태국과 베트남, 일본의 예를 각각 들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미국의 주된 경제적 가상 적국은 중국이며, 미국의 경제 침략의 마수가 이미 중국을 향해 뻗쳐오고 있다고 강력하게 경고합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경제 공격은 환율과 무역, 원가 전쟁의 세 가지 형태로 시작될 것이고, 그중 가장 주된 공격은 환율 공격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하 위안화 절상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데, 최저임금으로 생산 마진율이 낮은 중국 생산업에는 3%의 절상도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터인데, 미국이 요구하는 20%가 넘는 절상은 중국의 생산업을 송두리째 붕괴시키고 말 것이라는 상세한 데이터를 제시합니다.
결국 중국은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력을 무마시키기 위해 미국이 요구하는 또다른 조건들인 금융 시장 개방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저자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구 온난화를 구실로 한 탄소배출권은 아시아 국가들을 목표로 한 미국과 유럽의 음모이며, 이 탄소 관세가 미국과 유럽으로 흘러 들어가게끔 만드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라고 말합니다.

중국의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미국과 국제 투기 세력, 유럽의 경제 전쟁은 신에너지와 농업생산물, 희귀 자원, 문화 등 전방위적으로 펼쳐질 것인데, 이러한 전쟁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에는 중국 관료들의 시야가 지나치게 좁고 어둡다고 저자는 개탄합니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이제는 공공연하게 사실로 인식되고 있는 1997년 아시아 경제를 차례로 궤멸시켰던 IMF 사태가 미국과 그 사주를 받은 국제 투기 세력의 조직적인 경제 공격의 결과임을 새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생산과 수출로 인해 축적된 잉여 자산이 부동산과 주식 광풍으로 쏠리고, 거품이 붕괴된 후에는 인플레이션 우려와 외자 유입이라는 달콤한 속삭임으로 이자율 상승을 부추키는 것이 미국과 투기 자본들의 전형적인 전술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바라보면 엄청난 숫자의 미분양 아파트들이 산재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친 듯이 상승하는 전세값과 거기에 견인된 집값 상승 움직임, 그리고 경제가 아직도 침체기인데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우려라는 명목으로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는 이자율 같은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 현실은 바로 전형적인 거품 부풀리기 단계로 보여져, 정부의 경제적 인식과 능력 부재를 넘어 정부의 경제팀에 미국과 투기 자본의 마수가 이미 상당히 깊게 뻗쳐져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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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덴티티 경제학 - 정체성이 직업.소득.행복을 결정한다
조지 애커로프 & 레이첼 크렌턴 지음, 안기순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TV 드라마를 거의 보지않는 제가 이례적으로 < 시크릿 가든 >을 본방사수까지 하면서 집중해서 본 이유 중의 하나는 이 드라마 속에서 무척이나 직접적으로 그려지는 재벌 등 상류층의 사고와 행동 양식이 상당히 흥미로왔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현재의 부를 향유하는 데에만 열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현재 지니고 있는 또는 장래에 물려받을 부를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소양, 즉, 같은 계층의 사람들에게 무시당하지 않고 오히려 부러움을 살 만큼의 감식안과 능력을 갖추고 최신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일반인들보다 오히려 더 많은 노력과 투자를 하는 것이 현실의 상류층과 부자들의 모습인 것입니다. “네가 이런 안목이나 가지라고 내가 10살 때부터 미학 공부를 시켰는 줄 아니?” 같은 대사가 단적인 예이죠.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고, 계층 간의 구조와 갈등이 갈수록 고착화되어 가는 현실에서 경제적 부는 단순히 경제적 이득만으로는 획득하기도 어렵고, 지속적으로 누리기는 더더욱 힘든 것이 후기 산업 자본주의를 넘어 IT와 환경을 중심으로 하는 신경제 체계로 접어든 21세기 자본주의의 현상인 것입니다. 

 

 

조지 애커로트와 레이첼 크레턴이 쓴 [ 아이덴티티 경제학 ] 은 개인의 경제 활동이 20세기 초의 ‘호모 이코노미쿠스’ 개념이 이상적으로 상정한 것처럼 순수하게 경제적 이익만을 기준점으로 삼아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경제적 행동 이면에는 그러한 행동과 판단을 유발시키는 사회적, 문화적 환경이 존재한다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저자들은 각 개인들의 현재의 경제적 활동과 상태 뿐만이 아니라 과거의 경제적 이력과 미래의 경제적 전망도 이러한 경제 외적인 환경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고, 그것이 현재의 경제적 선택과 장래의 경제적 위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합니다.

저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개인의 정체성, 즉, 아이덴티티가 그 사람의 경제적 선택과 지위를 결정짓는 핵심적인 요소라고 파악하고, 이러한 개인의 정체성을 형성시키는 매커니즘으로 교육과 조직, 성과 인종을 들고, 그러한 정체성의 강요와 고착된 이미지가 조장하는 결과를 직접적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경제학에 미치는 정체성의 의미와 그 매커니즘의 설명에는 충분한 분량과 내용을 할애하고 있는 데 비해, 그러한 정체성의 강요와 고착을 어떻게 하면 타파하거나 경제적 활동과 연계시킬 수 있는 지에 대한 고찰은 상대적으로 전망 제시가 부족하고 구체적이지도 못한 편인 점이 다소 아쉽습니다.  


  

 

최근 경제학의 흐름은 수치 경제학의 단순한 인과론적 분석을 넘어 행동 경제학적인 시각으로 사회와 조직, 각 개인의 활동과 선택을 분석하는 것이 대세처럼 되어 있습니다. 이 책에서 지적하는 것도 개인의 경제적 상황과 선택, 그리고 그 결과는 단순하게 각 개인의 판단과 선택에서만 비롯된 것이 아니고, 그 생각과 행동의 배후에 깔려있는 주입되고 고착된 정체성에 핵심적인 원인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사법 시험과 외무 고시의 폐지, 전문 대학원 제도 등 우리나라도 이제는 ‘가난해도 공부만 잘하면 성공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빠른 속도로 해체되고, 사회적 부와 권력이 극단적으로 양분화되며 고착되는 상태로 굳어져가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본인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정체성을 주입하고 강요하는 매커니즘을 인식하고 파악하는 것은 그러한 고착화된 구조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첫 걸음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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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코요테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4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4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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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전체에서의 순서로 본다면 4번째 작품이고, 국내에 출간된 작품들 중에서는 6번째로 발간된 책이지만, 순수하게 내용 면에서 본다면 [ 라스트 코요테 The Last Coyote ] 는 현대 미국 스릴러계의 대가 마이클 코넬리의 대표적인 작품인 해리 보슈 Harry Bosch 시리즈의 원점에 해당하는 작품입니다.

1992년에 마이클 코넬리의 작가 데뷔작이자 시리즈의 첫 작품인 [ 블랙 에코 ] 가 출간된 지 3년이 지난 1995년에 미국에서 출간된 이 작품을 통해 할리우드 경찰서의 터프한 형사 해리 보슈의 출생과 어린 시절, 그리고 그의 비극적인 가족사가 비로소 본격적으로 밝혀지고, 그것이 그대로 이 작품의 뼈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LA 지진으로 집이 붕괴되어 철거와 퇴거 통보를 받게 되고, 애인마저 곁을 떠나버린 데다가 상관을 폭행한 사건으로 인해 경찰에서도 정직된 상태인 해리 보슈는 이 기회에 그가 고아원에 있던 시절인 1961년에 발생했고, 아직도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는 자신의 어머니인 마저리 로우의 살해 사건을 직접 조사해 보기로 마음먹습니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하자 초등 수사에서부터 부실함이 많았고, 이후의 수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로 대충 종결된 흔적이 역력하며, 결정적으로 수사 기록의 중요한 부분이 누군가에 의해 소실된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본능적으로 강한 의혹을 느낀 해리 보슈가 사건 기록을 샅샅이 뒤져보던 중 당시 LA 지방 검사였던 아노 콘클린이 이 사건과 연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사건 당시에 수사를 담당했던 형사와 당시 어머니의 친구, 콘클린과 그 주변 인물들을 차례로 조사해 나갑니다. 그리고 마침내 단순한 섹스 살인마나 연쇄살인마의 범행으로 처리되었던 어머니의 죽음의 뒤에 숨겨져 잇는 복잡하고 어두운 내막을 밝혀내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책상물림 상사와의 격한 대립, 겉치례와 여론의 질타에만 민감한 경찰의 행정 조직이나 기회주의적인 동료 경찰들과의 불화, 권력자와 부자들에 대한 혐오감 등이 표출되면서 하드보일드 형사물의 전형적인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 해리 보슈의 이미지가 이 작품에서 원형적인 모습으로 조형됩니다.

정신과 의사와의 상담 과정을 통해 해리 보슈가 외롭게 홀로 살면서 어둡고 거친 성격이 된 근본적인 원인을 알기 위한 서브 플롯은 그를 단순한 살해당한 매춘부의 고아원 출신 아들에서 전도가 양양한 검사가 자신의 모든 사회적 지위와 명예마저 버리고 선택했을 정도로 매력있는 여성의 아들로 그려내고, 자신의 아들을 고아원에서 데려나오기 위한 강렬한 모정이 사실상 이 모든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이었다는 설명으로 그의 어머니의 죽음을 숭고한 경지로까지 끌어 올립니다.


조셉 캠벨<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에서 말한 것처럼 출생의 불분명함과 어린 시절의 고초가 이후 숭고한 부모의 발견으로 반전되면서 영웅의 필수 조건이 충족되는 것처럼, 이 책에서 밝혀진 사실들은 이후 해리 보슈의 신화화에 결정적인 밑받침이 될 것이 분명하므로, 이 작품은 해리 보슈 사가의 원점이자 출발점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이클 코넬리는 아마 이 이야기부터 차근차근 시작하고 싶었겠지만, 아직 데뷔조차 하지 않은 무명 작가로써는 일단 출판사와 독자들의 눈길을 잡아 끌 수 있는 강렬한 사건과 이미지가 필요했기 때문에 데뷔작인 [ 블랙 에코 ] 에서부터 [ 블랙 아이스 ], [ 콘크리트 블론드 ] 등의 작품들에서 하드보일드 형사물에 필수적인 요소인 엽기적인 연쇄 살인마를 등장시켜 해리 보슈와의 대결로 긴장감과 카타르시스를 높였을 것이고, 세 작품의 연이은 성공으로 자신감을 가지게 된 작가는 해리 보슈 시리즈를 장기적으로 끌고 나가기 위해 필수적인 해리 보슈의 내력을 본격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해리 보슈의 비극적인 가정사와 어린 시절의 숨겨졌던 진실을 그려냄으로써 해리 보슈의 내면과 심층심리의 근원을 설명하고 일정 부분 신화화하기 위해 이 작품을 쓰게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소설은 이러한 목적에만 치우치지 않고 30여년 전에 발생했던 사건의 복잡한 전개 과정과 의외의 동기, 다면적인 추적 과정, 현재 시점으로 그려지는 용의자들과의 추격전과 격투, 마지막의 뜻밖의 반전 같은 스릴러 소설의 오락적인 측면도 매우 탁월하게 그려내어, 마치 잘 짜여진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읽는 재미도 만끽시킵니다.


제목인 [ 라스트 코요테 ] 는 [ 블랙 에코 ] 에서부터 해리 보슈의 자아의 투영처럼 종종 등장했지만, LA 지진 이후 종적을 감추었다가 이 사건을 조사하던 중에 홀연히 해리 보슈의 눈 앞에 다시 나타났다 사라진 한 마리의 코요테의 모습를 통해 외롭게 투쟁하는 경찰인 해리 보슈의 이미지를 직접적으로 상징하는 메타포적인 존재입니다.


책 맨 뒤쪽에 ‘누구보다도 해리 보슈를 사랑했던 한 리뷰어를 추모하며’라는 눈길을 끄는 헌사는 얼마 전에 타계한 장르 소설에 많은 애정을 보였던 물만두님의 이른 죽음을 애도하는 것이어서 애뜻한 느낌을 갖게 만듭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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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연말 무렵에 다소 갑작스럽게 출시 예정작에

[ 유리가면 ] 45권이 올라왔습니다.

 

몇 년 동안이나 신간이 나올 기미조차 보이지 않던 과거와는 달리

그래도 42권 이후부터는 놀랍게도 예정에 맞춰 발매가 이루어져서

이번에도 상당한 기대를 가지도 기다리고 있었는데,

 

1월 첫 째 주 발매 예정이라는 예고대로

오늘 45권이 출간되었습니다.

 

 

44권이 나온 것이 2009년 12월 초니

근 1년 여 만에 신간이 나온 셈입니다.

 

http://blog.naver.com/hajin817/60097542714

 

각각 3개월과 4개월의 간격으로 발간되었던

42~44권에 비한다면 간격이 많이 뜨기는 했지만,

 

신간이 발간된다는 사실 자체가 기적으로 받아들여지는

[ 유리가면 ] 팬들에게 이 정도 간격은 거의 연속 출간이나 마찬가지죠

 

 

45권의 부제는 42~4권에 이어지는 ' 두 사람의 아코야' 4편입니다.

 

표지에서 직접적으로 보여지듯이

이번 권에서는 아유미의 눈 부상이 심각해져서

거의 실명에 가까운 위험한 수준까지 심각해집니다.

 

하지만 사물이 윤곽만 흐릿하게 보여지는 눈 상태로

실명의 위험을 무릎쓰고 무리하게 연기에 몰입하는 아유미의 폭주는

연재를 재개한 42권 이후 솔직히 많이 심심했던 그동안의 부진을 깨고

드디어 유리가면다운 열혈과 몰입을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스즈에 미우치 여사가 이제서야 감이 다시 잡힌 것 같아서

앞으로의 전개가 무척 기대됩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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