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드러커 강의 - 세기를 뛰어넘은 위대한 통찰
피터 드러커 지음, 이재규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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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막연한 의심을 품고 있던 경영 컨설팅 업체와 MBA 학위의 허구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폭로한 매튜 스튜어트의 < 위험한 경영학 >을 보면, 현대 경영학의 선구자인 프레데릭 테일러에서부터 인간 관계론의 엘턴 메이오, 경영 전략학의 마이클 포터, 경영 컨설팅의 톰 피터스 등 경영학계의 대가들의 숨겨진 비사들을 속속들이 파헤치면서 그들의 이론과 실제의 허구성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내용이 줄줄이 이어집니다. 하지만 이처럼 경영학과 전략 컨설팅의 허상을 비판하는 매튜 스튜어트조차 20세기 경영학 최고의 대가인 피터 드러커에 대해서는 안의 다른 대가들과는 달리 그의 비범함과 다방면에 걸친 박학함을 인정할 정도로 전혀 다른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은 역시 경영 기획이나 전략 기획의 무의미함을 상세한 예시와 통계를 동원하여 실증해 보여준 < 미래를 알고 싶은 욕망을 파는 사람들 >의 저자 윌리엄 A. 서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대학이나 연구소의 강의실에서 세운 이론을 실제로 적용하기 위해 현실 경영계로 직접 뛰어들거나 경영 컨설팅으로 경영자들로부터 막대한 보수를 챙겼던 톰 피터스 등과는 달리 피터 드러커는 순수하게 대학 강단에서의 강의와 강연, 저술과 기고만으로 20세기 후반 경제학의 굵은 축을 쌓아올림으로써 모든 경영자와 경제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인정하는 경영학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드러커가 1940년대부터 꾸준히 펴낸 39권의 저서들은 이제는 경영학의 고전들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데, 이번에 나온 < 피터 드러커 강의 >는 피터 드러커가 직접 쓴 저서가 아니라 드러커 인스티튜트의 소장인 릭 와츠만이 1940년대에 베닝턴 대학교의 교수로 첫 강의를 시작한 때부터 2003년 클레어몬트 대학교 대학원에서 은퇴한 후에 발표한 최후의 미출간 논문까지 드러커가 60년 동안 했던 수많은 강의와 미출간 원고들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들을 194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매 10년 단위로 묶어 정리해 놓은 피터 드러커 생애의 강의의 핵심들을 집대성한 것입니다.

드러커의 경영 사상의 발전을 거시적으로 조망해 볼 수 있는 이 책을 통해 1940년대의 드러커의 강의들을 읽어보면 그의 사상의 토대가 의외로 경영학이 아닌 철학과 인문학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한 관심은 50년대에 들어서서는 사회학적인 접근 방식으로 기울게 되고, 그의 사상의 핵심이 되는 기술 혁명과 거대 조직에 대한 고찰은 60년대에 와서야 비로소 본격화됨을 알 수 있습니다.

70년대에는 다른 경제학자나 사회학자들보다 한 발 앞서 환경의 중요함과 교육의 기능성에 주목하였고, 80년대에 들어서서는 정보의 중요성과 정보화 사회에 대해, 90년대에는 이를 좀 더 발전시킨 지식 근로자와 지식 사회, 자기 관리의 두 가지 테마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2000년대에 드러커가 도달한 주제는 세계화와 비영리 조직에 대한 것인데, 이는 정보와 지식이 미래 사회에서도 여전히 가장 중요한 자원이 될 것을 예견한 것입니다.

드러커는 보통 학자들이 은퇴하는 나이인 65세 이후에 주요 저작과 사상들을 본격적으로 펼친 것으로도 유명한데, 이 책의 목차를 보아도 장년기인 4~60년대보다 80년대 이후의 강의가 훨씬 더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드러커 스스로 평생을 배우고 연구하고자 하는 의지를 불태웠고, 스스로 지식과 정보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기에 고령의 나이에도 경영학과는 거리가 먼 분야들을 3~4년씩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스스로 연구하고 탐구하는 지성인의 모범을 보여준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통해서 드러커가 안톤 베베른으로부터 직접 작곡을 배운 작곡학도였고, 말러가 빈 필하모닉과 빈 국립 가극장을 개혁한 사실을 언급할 정도로 수준 높은 클래식 음악 전문가였다는 사실을 안 것이 작은 충격이었으며, 책 전체를 통해 끊임없이 사회와 인간에 대한 다양한 관심을 가지고 심도깊게 연구하는 그의 학자적인 자세에 감동하였습니다.

피터 드러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그의 저서를 읽어보고자 하는 분들게 가장 먼저 권할 수 있을 만큼 피터 드러커의 평생에 걸친 연구의 궤적과 핵심 사상들을 정리해 놓은 입문서와 같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번역이 조금 매끄럽지 못하고, 오탈자들이 간혹 보이지만, 독해에는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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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미국 일본 사이에 벌어졌던 환율갈등의 내막과 경과를 세밀히 알아보고 향후 진행과정을 전망한 책이다. 한국은행 도쿄사무소 주재원으로 근무하며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직접 목격한 저자는 일본의 대미 무역마찰과 환율갈등을 연구했다. 이 연구의 범위는 무역, 환율에 그치지 않고 다방면의 분야를 포괄한다. 잘나가던 일본 경제에 그림자를 드리운 장기불황과 환율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다각도로 생생히 설명했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예일대 법대ㆍ경영대 교수 이언 에어즈의 최신작. 이 책은 당근과 채찍은 무조건 보상과 처벌이라는 단순 이분법에서 벗어나라고 얘기한다. 나아가 개인과 조직을 움직이는 진짜 ‘당근과 채찍’은 과도한 가치폄하, 손실회피, 참여제한, 기대손실, 또래압력 등 인간의 독특한 본성에 맞게 치밀하게 설계돼야 함을 강조한다.

 

 

 

 

 

 

최초의 버블로 기록된 네덜란드 튤립버블에 대한 우리의 상식이 대부분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히며 초기 버블 관련 경제상식을 완전히 뒤집는 책. 튤립버블의 에피소드는 한두 편의 당시 선전자료에 근거했을 뿐이고, 고전이 된 몇몇 저작이 이 빈약한 자료에 이야기를 덧붙여 꾸며낸 것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가버는 튤립매니아(1634-1637)뿐 아니라 미시시피버블(1719-1720), 남해회사버블(1720)에 대해서도 시장 펀더멘털에 기반해 설명하면서 버블이라는 용어가 갖는 신화적 탄생의 과정을 밝혔다 

 

 

 

 

 

 

 

‘1센트를 아끼는 것은 2센트를 버는 것과 같다’는 건전한 미국적 가치관과 끝없이 탐욕과 성장의 바벨탑을 쌓으려는 제국적 가치관이 얽혀 있는 거대한 한 기업의 이야기를 우리의 불확실한 미래와 연관지어 구체적이고 흥미롭게 서술하고 있다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혁신을 연구하는 전 세계 저널리스트, 디자이너, 미래학자, 기술자 들의 온라인 두뇌집단 월드체인징이 엮은 책이다.개정 증보판에서는 그동안 ‘월드체인징’ 사이트에 새로이 업데이트된 내용을 추가하여 새로운 미래, 변화하는 세계에 발맞춰가는 지구 시민을 위한 책으로 거듭났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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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번영, 미래를 알고 싶은 욕망을 파는 사람들>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미래를 알고 싶은 욕망을 파는 사람들
윌리엄 A. 서든 지음, 최은정 옮김 / 스마트비즈니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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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몇 십 년 후나 몇 년 후 같은 먼 미래가 아니라 불과 며칠 뒤나 몇 분 뒤라도, 미래 세계의 전부가 아니라 미래의 신문 단 한 쪽(반드시 증권 란!)이라도 미리 볼 수 있다면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될 수 있을 텐데 하는 상상은 누구나 한 번쯤 해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예언자가 인류 역사상 두 번째(첫 번째 직업군은 다들 잘 아시죠 ^^)로 오래된 직업이라는 데에서 알 수 있듯이 미래를 알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매우 근본적인 것입니다.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예언자’가 근대 과학 문명의 발전과 함께 허황된 미신으로 치부되며 역사의 전면에서 거의 사라져 간 현재에 여전히 엄청나게 많은 숫자의 예언자들이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며 엄청난 돈을 벌고 현대 사회의 중추 세력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놀라운 이야기로 저자인 윌리엄 A. 서든[ 미래를 알고 싶은 욕망을 파는 사람들 ] 을 시작합니다.

서든이 지목하는 현대 사회에 존재하는 예언자는 바로 증권가와 금융가의 수많은 애널리스트와 전략기획자들입니다. 일반인들의 경제 생활의 중심도 생산업과 서비스업에서 금융과 증권으로 빠른 속도로 옮겨져 가는 추세 속에서 앞으로 급등하거나 가격에 오를 투자 종목을 알려주겠다는 애널리스트들의 호언장담이나 장래성이 높은 업종을 선정해 추천한다는 전략기획자들의 주장은 확실하게 돈을 벌 수 있는 미래의 성공 종목을 알려주겠다는 고대 예언자들의 예언이나 신탁과 본질적으로 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현대의 애널리스트와 전략기획자들은 통계와 과학적인 분석 기법들을 활용하기 때문에 아무런 근거없는 미신인 예언이나 신탁과는 다르다는 주장에 대해 저자는 1900년 이후 110년이 넘는 주식 시장의 역사에서 중요한 시장의 변화와 그 전후에 당대 최고의 전문가들이 한 예측과 전망들을 조목조목 비교하면서, 지난 1세기 동안 발생했던 대표적인 주식 시장의 침체와 상승기를 절반은 고사하고 1/4이라도 제대로 예측하거나 전망한 전문가나 업체는 단 하나도 없었음을 상세한 자료를 제시하면 밝힙니다. 1929년의 대공황을 비롯하여 5~60년대의 고속 성장, 70년대의 석유파동, 1987년의 검은 월요일, 2008년의 서브프라임 금융 공황 등 역사상 중요한 경제의 전환점들에서 전미 경제연구소나 경제분석국, GE 같은 거대 기업, 거대 증권사와 은행들이 한결같이 아무런 예측이나 전망을 내놓지 못하였음은 어떤 자료를 보더라도 분명하며, 전환점 이후의 경제 전망에서도 한결같이 예측이 어긋났음을 저자는 보여줍니다.

그리고 한 두 번의 예측을 적중시킨 전문가나 기관이라고 하더라도 그 외의 다른 예측들은 어김없이 빗나가서 전체적으로 볼 때 절반 이상의 예측을 성공시킨 전문가나 기관은 역사상 전무했음을 밝힘으로써, 권위있다는 전문가나 기업의 예측이 사실을 동전 던지기보다도 낮은 확률을 보일 뿐이라고 실랄하게 폭로합니다. 
 

 

경영과 경영학의 과학화를 내세우며 1970년대 이후 등장했던 전략기획과 성장 매트릭스, 경영전략, 우수성 집중, 리엔지니어링 등의 열풍들도 한결같이 얼마 지나지 않아 효율성이 의심받음으로써 ‘경영에서 일관된 성공 법칙은 없다’라는 당연한 진리만을 보여주었을 뿐입니다. 

 월스트리트의 증시 예측 전문가와 애널리스트들에게 미래를 미리 볼 수 있는 성배처럼 추앙받았던 랜덤워크 이론과 다우이론, 엘리어트 파동이론, 시장주기설, 효율적 시장 가설 등의 기술적 분석 기법들도 실제로는 시장 예측에 무용했다는 사실과 언론을 통해 최고의 권위자로 추앙받았던 인물들의 실제 예측 적중률이 얼마나 형편없는 수준이었는가도 상세한 데이터를 제시하면 폭로합니다. 결론은 증시를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나 이론, 비결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언제나 시장 평균 성장률보다 높은 수익을 거두었던 피터 린치나 워런 버핏 등은 그런 기술적 분석이 아닌 기본적 분석 기법을 사용해 원칙에 충실한 정석 투자를 장기로 했다는 점과 어쩌면 아주 드문 확률상의 예외에 속하는 존재가 아닐까 하는 점을 저자는 솔직하게 인정합니다. 

 
5장에서는 기술주 투자에서 중요한 첨단 기술 예측에 대해 1900년대 초부터의 수많은 미래 학자들의 예측이 쥘 베른의 과학소설보다도 못한 미래 예측을 보여주었과 그들이 예측한 근미래가 얼마나 현재와 동떨어진 것인가를 조목조목 밝힘으로써 미래에 사용될 첨단 기술 예측의 어려움을 보여주고, 새로운 과학적 발견이 상업적 실용성을 가지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도 여러 가지 예를 들어 보여줍니다.

과학의 발달에 힘입어 가장 예측율이 높다고 일반적으로 여겨지는 분야인 기후 예측과 인구 예측에서도 얼마나 많은 오류와 불확실성이 존재하며,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한 지도 두 장에 걸쳐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사회 예측은 보다 복잡하고 그만큼 예측이 성공할 확률이 더 낮다고 말하며,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의 중요한 역사적 사실과 사회적 격변에 대한 예측과 실제 역사적 사실의 현격한 차이를 보여줍니다.

저자는 이러한 각 분야에 대한 과학적이라고 주장하는 예측 기법과 이론, 전문가들이 모두 동전 던지기보다도 낮은 적중 확률을 보여줄 뿐이라는 사실을 밝힌 후, 미래를 예측해 준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과학적인 방법에 따라 곰꼼하게 따져보고 검증해 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저자는 결론적으로 미래를 예측하려는 허황되고 불가능한 일에 매달리기보다는 현재의 현실에 충실하고 그것이 미래에 영향을 끼치기를 바라는 것이 훨씬 더 현실적이고 실현성이 높은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마치 그나마 확률이 높은 예측은 ‘내일도 오늘과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라는 것처럼 말이지요.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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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번영, 미래를 알고 싶은 욕망을 파는 사람들>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악의 번영 - 비판적 경제 입문서
다니엘 코엔 지음, 이성재.정세은 옮김 / 글항아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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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애호가들은 모짜르트와 슈베르트가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는 사실에 두고두고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표시하곤 하지만, 음악사학자들이나 역사학자들은 엄밀하게 살펴본다면 모짜르트나 슈베르트가 살던 시대에는 성인 남성들의 평균 수명이 36세 정도였기 때문에 당시 사회의 평균적인 기준으로 본다면 그들이 특별히 요절한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이처럼 불과 2~300년 전의 사회나 생활상조차 지금의 기준과는 너무나도 다른 기준으로 바라보아야 할 정도로 변화와 발전의 속도가 빨라졌지만, 기술의 발전에 근거한 이러한 사회의 문명적, 문화적 발전이 과연 인류를 실질적으로 진보시키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소 다른 의견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인류가 처음으로 토기를 만들어 잉여 생산물을 저장하고 그것을 서로 물물 교환하면서 경제가 처음 태동한 이래, 원시 공산 사회에서부터 노예제와 농노제, 봉건제를 거쳐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수정 자본주의 등의 단계로 차례로 발전해 나가면서 경제가 인간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급속도로 커져 왔습니다. 하지만 노예제와 봉건제는 물론이고 초기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심지어는 현대의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에서도 경제가 과연 인류 전체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을 주었는지, 아니면 자본과 물질, 계급의 고착화와 심화를 낳았을 뿐인지에 대한 토론과 논쟁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생산이냐 분배냐 라는 자본주의 초기부터의 논쟁은 물질적 재화의 생산과 소출이 모든 인류의 필요를 충당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수준으로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왜 지구촌의 빈익빈부익부는 여전하고, 선진국 내에서조차 부의 양극화는 더 심해져만 가고 있는가 라는 경제와 인류의 진화 속도의 부조화에 대한 의혹과 문제 제기로 발전하였고, 이러한 문제점들이 경제 제도 자체가 지니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점인지 아니면 인류의 본성이 지닌 한계 때문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찰마저 필요로 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습니다. 

  

 

 

[ 악의 번영 ] 은 이러한 인류의 역사에서 경제 발전이 미친 영향들을 거시적으로 조감한 책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다니엘 코엔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석학이자 폴 크루그먼, 조지프 스티글리츠와 비교되곤 하는 참여적 성향이 강한 경제 사회학자인데, 그는 이 책에서 인류의 역사와 자본주의의 발전 역사에서 중대한 발전과 고비의 순간들이 지닌 의미와 그것이 현재의 경제 상황에 미치는 영향들을 비판적인 관점에서 분석, 고찰하고, 시장 경제와 민주주의의 전지구적인 확산을 통해 전세계가 골고루 부흥과 평화를 누리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고찰과 해법을 제시합니다.

저자에 의하면 신석기 시대부터 18세기까지 인류의 경제 발전과 성장은 그 외양적 확대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인 생산력과 만족도에 있어서는 거의 차이가 없었다는 충격적인 말로 본론을 시작합니다. 이는 멜서스의 법칙으로 불리는 이론으로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는데, 생활 환경이 나아지면 자연스럽게 인구가 늘어나고, 인구가 늘어나면 그예 비례하여 생활 환경이 다시 나빠지는 매커니즘을 반복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멜서스의 부정적인 이론을 깨뜨린 것이 바로 산업 혁명이었는데,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증가시킨 산업 혁명으로 서양은 당시까지 훨씬 더 문명이 일찍 개화되고 발전되었던 중국이나 아랍을 결정적으로 능가하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산업 혁명으로 국가의 역량이 강화되고 물질적 능력이 강성해짐에 따라 유럽의 각 국가들은 서로 패권을 다투게 되고 그 결과가 바로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여기까지에서 유추된 이론은 높은 경제적, 물질적 성정을 구가해 온 국가나 민족, 문화는 그 정점에서 멜서스의 법칙처럼 몰락의 단초를 스스로 제공하고 붕괴의 길을 걷게 된다는 아이러니한 사실입니다.

2차 대전 이후 30년 간 고성장세를 구가해 온 세계 경제를 다시 침체시킨 것은 70년대의 오일 쇼크였고, 여기에다가 복지 국가 지향의 정책이 유럽의 성장의 발목을 잡게 되었다고 솔직하게 말합니다.

냉전과 양극 체계의 붕괴 이후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 된 미국도 역시 생산력이 정점에 도달한 시점에서 금융 공학이라는 위험한 편법으로 성장세를 계속해가는 것처럼 스스로 최면을 걸다가 금융 공황을 자초하게 됩니다. 

 

현재 세계 경제계의 가장 중요한 흐름은 중국과 인도의 세계 자본주의 체제로의 편입인데, 저자는 저임금 노동력을 토대로 한 단순 생산업 위주로 급격한 발전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과 인도 역시 과거의 유럽과 미국처럼 성장의 극한에서 곧바로 몰락의 길로 굴러 떨어지지 않을까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경공업의 재료를 제공해 주는 천연 자원의 급속한 고갈과 중공업 발달의 결과로 인한 심각한 환경 파괴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고도의 발전이 곧바로 몰락과 붕괴의 단초를 제공한다는 아이러니함 속에서 현재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성장 세력의 예상되는 파멸을 막기 위해 저자는 두 가지 대안을 제시합니다. 첫 번째는 생산업이 아닌 서비스업으로 산업의 중심을 옮기는 것이고, 두 번째는 사이버 공간으로의 경제 무대의 이동입니다.
이중 사이버 경제로의 이동은 인구가 늘고 산업이 발전하면 주위 환경이 반비례하여 악화되는 현실의 제반 조건과는 달리, 참여자가 늘고 기술이 발달하면 공간과 자원이 그에 비례하여 무한대로 넓어지는 사이버 공간은 18세기의 산업 혁명처럼 완전히 새로운 차원에서 멜서스의 딜렘마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혁신적인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다니엘 코엔의 논지를 되짚어보면 기술적, 경제적, 문화적 발전이 그 사회의 번영과 행복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와는 정반대로 경쟁을 가속시키고 대립을 격화시켜 결국 그 국가와 사회를 몰락과 붕괴의 길로 이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기묘한 아이러니가 사실임을 저자는 신석기 시대와 고대 그리스, 로마 문명에서부터 현재의 서브프라임 금융 공황까지의 수많은 예를 들어 설득력있게 설파해 나갑니다.
그리고 전세계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초거대국가인 중국과 인도가 뒤늦게 자본주의 생산 경쟁에 뛰어든 현재 예상되는 전지구적 규모의 생태계와 자원의 파괴와 고갈을 저자는 우리가 주시해야 할 새로운 위기의 서막이라고 경고합니다.

저자는 이러한 임박한 위기에 대한 대응책으로 현실의 경제와는 정반대의 특성을 지닌 사이버 공간으로의 이동을 제시합니다. 사실 사이버 공간이라고 하면 마치 SF 소설에서의 가상 현실 같은 느낌을 주지만, 현재 우리 주변의 IT 환경은 이러한 대안이 충분히 되어줄 수 있음을 실증하고 있는 수준에 이미 도달해 있습니다.

인류의 발전사를 기존의 점진적 진화론과는 정반대의 시각에서 바라봄으로써 번영과 파국의 야누스적인 매커니즘을 제시하고, 이를 토대로 미래의 예상되는 거대한 파국과 그 대안을 제시한 독특한 관점의 이 책은 경제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적지않은 충격을 안겨줄 것입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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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얀과의 대화
리처드 오스본 지음, 박기호.김남희 옮김 / 음악세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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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클래식 음악 지휘계를 푸르트벵글러와 함께 나란히 양분한 명실상부한 20세기 후반 지휘계의 제왕이자 현대적인 오케스트라 지휘 방식과 스타일을 확립한 혁신가, 그 자신으로 대표되는 카리스마 넘치는 거장 지휘자의 이미지를 대중에게 전파한 아이콘적인 존재였던 만큼 미국 아마존에서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의 이름을 넣어 검색해보면 무려 300권에 가까운 카라얀에 관한 책들이 쏟아져 나올 정도이지만, 그와는 정반대로 국내에 번역되거나 출간된 카라얀에 대한 전기나 평전은 찾아보기조차 힘들 정도로 빈약한 것이 국내 음악 출판계의 취약한 현주소이다. 

 
오랫동안 국내에서 유일한 카라얀 평전으로 군림해 온 로베르트 바흐만의 <음악의 황제 카라얀 - 그 영광의 뒤안길>은 저자 스스로가 아예 카랴안으로부터 공식적인 전기를 의뢰받았다가 일방적으로 중단을 통보받은 데에 대한 울분을 서문의 대부분을 할애하여 격렬하게 성토하여 시작할 정도로 카라얀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이 토대에 짙게 깔려있는 전혀 공정하거나 객관적이지 못한 책이고, 국내 번역과 출간 역시 카라얀에 대해 직접적인 반감을 수도 없이 공개적으로 표출해 온 특정 잡지사에 의해 부실하게(표지와 본문 어디에도 저자의 이름이 없다!) 이루어짐으로써 80년대 일부 구세대 평론가들에 의해 무분별하게 조작되고 전파된 카라얀 혐오론의 근거로 악용되었을 뿐이다. 
 

이처럼 문제 많은 바흐만의 책이 국내에서 사실상 유일한 카라얀 평전으로 군림해 온 이해하기 힘든 기형적인 현실은 무려 20여년 동안이나 지속되었고, 카라얀 사후 근 20년이 지난 뒤인 2009년에야 비로소 새로운 카라얀 전기인 페터 윌링의 <카라얀 - 불꽃의 지휘자>(21세기북스) 단 1종만이 새롭게 출간되었을 뿐이다.

카라얀과 대비되어 온 존재인 푸르트벵글러에 대해서는 헤르베르트 하트너에 의한 방대한 푸르트벵글러 전기가 두툼한 양장본으로 국내에서 출간(마티)되었기에, 음악 애호가들은 가장 권위있는 카라얀 전기로 평가받고 있는 리처드 오스본이 1998년에 출간한 < Herbert von Karajan - A Life in Music >(Chatto & Windus, London)이 국내에도 번역되어 나오기를 오랫동안 학수고대해 왔는데, 이미 몇 년 전부터 국내 출판사에 의해 정식으로 계약되어 번역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863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 때문인지 아직까지도 번역본이 출간되지 않고 있어서 애호가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그런데 2010년 말에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작스럽게 리처드 오스본이 저자로 된 <카라얀과의 대화>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저자의 이름만을 보고 많은 애호가들이 오랫동안 기다려 온 바로 그 책으로 여기고 앞다투어 주문했다가 배송되어 온 책의 얇은 두께에 의아해 했는데, 이 책의 저자는 < Herbert von Karajan - A Life in Music >의 그 리처드 오스본이 맞지만, 이번에 음악세계사를 통해 출간된 <카라얀과의 대화>는 그의 유명한 카라얀 전기가 아닌 그가 카라얀과 나눴던 인터뷰들을 정리하여 단행본으로 묶어놓은 보권 격인 별개의 책이다. 

 

 

오스본은 1977년 5월부터 카라얀이 사망하기 직전인 1989년 6월까지 약 12년 동안 잘쯔부르크와 베를린 등지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카라얀과 공적인 인터뷰와 사적인 대화를 나눴다. 그중 초기의 인터뷰들은 요악되어 오스본이 평론가로 고정 기고하고 있는 [그라모폰]지에 실려 독자들의 호평을 받았는데, 그후 카라얀이 명예 음악박사 학위를 받았던 옥스퍼드 대학 출판부의 제안을 받아 단행본으로 출간된 것이 이 책이다.

오스본이 밀도높게 압축하여 정리한 40쪽 분량의 카라얀의 경력에 대한 개괄에 이어지는 본격적인 인터뷰는 빈 국립 음악원 지휘과 졸업 이후 울름과 아헨 등지에서 경력을 쌓아나가던 지휘자 경력의 초창기 시절, 젊은 시절에 그가 중소 오페라하우스들에서 주력했던 베르디와 푸치니, 벨리니 등 이탈리아 오페라 작품들의 지휘와 녹음에 관한 이야기, 베를린 필과의 만남과 초기에 단원들과 관계를 쌓아 나간 과정, 지휘와 지휘법에 대한 그만의 관점을 보여주는 이야기, 그의 장기인 시벨리우스와 R.슈트라우스, 신 빈악파의 작품들과 녹음에 관한 이야기, 음반 녹음과 영상물 제작에 대한 카라얀의 견해와 후기, 에필로그 등 총 9개의 장과 부록인 카라얀의 오페라 프로덕션 목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219쪽의 상당히 얇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두께에 비해서 매우 많은 량의 수준높은 정보들이 담겨 있는데, 이런 점이 400쪽이 넘는 적지않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대부분을 카라얀의 나찌 관련 의혹과 인간적인 결점 부각에만 치중할 뿐 그의 음악 연주나 레코딩, 활동에 대한 언급은 놀랄만큼 적었던 바흐만의 책과의 결정적인 차이점이다.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베를린 필을 맡기 전 중소 규모의 극장들을 전전하던 카라얀의 경력 초창기의 힘들었던 이야기들이나 그가 직접 만나 의견을 나누었던 20세기 음악계의 주요 작곡가나 지휘자, 연주자, 프로듀서들에 대한 귀중한 이야기들, 수많은 연주와 녹음에 얽힌 이야기들, 음악을 영상으로 표현하고 영상물로 제작하는 작업에 대한 예술론적인 고찰 등 그동안 국내에서는 접하기 힘들었던 고급스러운 정보와 심도 깊은 내용들이 진솔한 어투로 충실하게 담겨져 있어,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아직까지도 번역본이 나오지 않고 있는 리처드 오스본의 본 전기의 출간이 더욱 더 기다려질 정도이다.

원문을 번역기로 돌린 뒤 대충 다듬어 출간한 것처럼 너무나도 어색한 영어 어순과 쉼표(,)의 남발로 인해 문장들을 두 세 번씩 반복해서 읽어도 이해가 잘 안될 정도로 부실한 번역과 ‘그라모폰(음반), CD 비디오(LD), 독일어 레퀴엠, 트로이의 사람들’ 같은 보편적이지 않은 단어 선택, ‘플라그슈타,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체’ 같은 상당한 오역과 오탈자들은 음반 평론가와 공연 기자 출신 번역가의 공동 작업이라기에는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아쉬움이 많아, 13,000원이라는 가격을 너무 높게 책정되었다고 느끼게끔 만든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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