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배반]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시장의 배반 -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안 보이는 것이다
존 캐서디 지음, 이경남 옮김 / 민음사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2008년 미국 금융 대공황의 직접적인 원인은 부실 모기지 채권의 붕괴에서 비롯되었지만, 그 근원에 자리잡고 있는 것은 실물 경제를 가상의 머니 게임으로 왜곡시킨 퀀트들의 오만함과 비양심적인 행위였고, 퀀트들로 하여금 이렇게 행동하도록 만든 가장 근본적인 토대는 바로 밀턴 프리드먼과 시카고 학파의 신자유주의적 경제 이론임은 이제 기정 사실화되었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근 40년 이상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전세계 경제를 지배해 온 가장 강력한 이 이론에 대해 그동안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무수한 비판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 경제이론은 여전히 보수 우파들의 핵심적인 이데올로기로 남아있으며, 그 영향은 우리나라에도 강력하게 미치고 있습니다.

 

 

<뉴요커>의 경제 전문 기자인 존 캐서디가 쓴 <시장의 배반>은 바로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이론과 주장들을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며 통사적으로 조목조목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책입니다.

 

 

캐서디가 자본주의의 중심인 미국을 세계 최강국으로 끌어올리고 움직여 온 미국식 자본주의의 이념과 매커니즘에 근본적인 의구심과 회의를 품게된 것은 1987년 주가가 대폭락했던 블랙 먼데이 때 취재차 월스트리트에 갔을 때 직접 목격한 현실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당시 기록적인 주가 폭락으로 폐허처럼 되었을 것으로 예상되었던 월스트리트는 예상과는 정반대로 축제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대폭락에 겁을 먹고 역사상 최대 물량의 매도 주문이 쏟아졌지만, 정작 거래 수수료를 때먹는 중계인들의 입장에서는 사장은 대폭락을 하더라도 수수료는 두둑하게 챙길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미국의 증권 시장 전체가 기록적인 대폭락을 하고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파산과 자살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정작 그 한 복판에 있고 가장 큰 책임을 느껴야 할 증권가의 화이트컬러들은 엄청난 피해를 보고있는 대규모 매도에서 발생하는 거래 수수료로 오히려 엄청난 이익을 보고 희희낙락하고 있는 이러한 모순된 형상을 보면서 캐서디는 미국의 자본주의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때부터 경제사를 새롭게 검토해 나갔습니다.

 

 

캐서디는 프리더먼과 시카고 학파들이 모든 규제의 완전한 철폐와 완벽한 시장 자율의 보장을 주장하는 근거로 내세우는 시장의 일반균형이론의 토대인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과 자유시장 경제학의 근간이 되는 이기심의 합리적 추구가 실제 현재의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서 얼마나 잘못되어 있는지를 밝힘으로써 자유 시장 만능주의자들의 주장을 토대에서부터 허물어 갑니다.

 

 

 

 

 

이 책의 1부는 애덤 스미스에서 밀턴 프리드먼을 거쳐 앨런 그린스펀까지 이어지는 소위 일반 균형 이론시장의 무한 자유에 근거한 유토피아 경제학의 실체를 규명해 나가면서, 일반균형이론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만큼 과학적이고 수학적이기보다는 단순히 시장의 안정성위에 근거한 환상에 다름 아님을 지적합니다. 특히 버블이 시작되면 자유 시장은 더 이상 자원을 효율적으로 할당하지 못하고 모두가 욕심과 광기에 휩싸이며, 거기에 왜곡된 인센티브라는 탐욕이 더해지면 경제는 필연적으로 폭락과 붕괴로 이어진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2부에서 이러한 유토피아 경제학과 대립되는 개념으로 유토피아 경제학 만큼 단순하고 명쾌하지는 않지만, 다양하고 복잡한 이론으로 실제 시장의 모습을 현실 그대로 바라보는 현실 기반 경제학을 내세웁니다. ‘보이지 않는 손만큼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각각의 특정한 시장 실패에 적용할 수 있는 이러한 이론들은 실제 시장을 분석하고 전망하는데 훨씬 더 효용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시장 기반 경제학은 경제학자가 아닌 심리학자들로부터 처음 시작되었는데, 시장의 수치와는 별개로 작동하는 인간의 탐욕과 광기, 두려움 같은 심리적인 요인들이 이상적인 합리성보다 훨씬 더 실제 시장에 영향을 미치며, 아는 사람만 아는 복잡한 내용, 불확실성, 숨겨진 정보, 맹복적인 추세 추종, 과잉 공급된 풍부한 신용 등이 맞물리면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전개 과정을 그 단적인 예로 듭니다. 인간의 심리와 경제를 결합시킨 이러한 흐름은 행동 경제학과 게임 이론 등으로 정리되어 맹목적인 일반균형이론보다 현실 경제의 불합리성을 훨씬 더 설득력있고 타당하게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3부에서는 신용주도적인 경제가 어떻게 호황과 불황을 주기적으로 야기하는지를 과거의 사례들을 통해 살펴보고, 그 근원에 있는 것은 유토피아 경제학이 말하는 예측가능성이 착오를 일으키기 때문이고, 실제로 위기가 시작되었을 때 시장은 참가자들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반응을 하였다고 지적합니다.

 

 

 

2008년 대공황이 과거의 공황과 분명하게 구분되는 것은 그것이 실물 경제가 아닌 허구적으로 창출되고 왜곡되게 조작된 금융 상품에 의해 야기된 필연적이었던 재앙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조장한 퀀트들의 금과옥조적인 기반이 바로 프리드먼과 시카고 학파가 주장했던 무제한의 시장 자유이고, 그 토대가 된 것이 일반균형이론입니다. 하지만 언뜻 매우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며 일반론적인 진리처럼 여겨졌던 이 이론이 실제로는 시장에 참가한 인간들의 탐욕이나 공포 같은 심리를 일절 배제한 불완전한 이상론에 불과하며, 그로 인해 야기된 에측가능성의 착오가 바로 공황의 원인이 되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유시장 이데올로기는 단순한 경제 이론이나 의견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정교하고 총체적인 방식이라고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모순되고 왜곡된 정치와 경제, 사회 문제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의 핵심을 이루는 일반균형이론을 뿌리부터 파헤쳐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머리 속으로 짜맞춘 한 두 가지 이론으로 세상을 설명하고 조정할 수 있다고 단언하는 오만함이 바로 시카고 학파와 퀀트들이 공통적으로 지닌 문제점인데, 말끝마다 하나님의 섬리를 내세우는 레이건과 부시 같은 보수주의자들이 인간의 오만함에 기반한 이 이론들을 토대로 신자유주의 경제 체계를 구축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그들이 얼마나 무식하거나 기만적인지를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hajin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략 퍼즐]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전략 퍼즐 - 비즈니스 스쿨에서 배울 수 없는 것은 무엇일까
제이 B. 바니 & 트리시 고먼 클리포드 지음, 홍지수 옮김 / 부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90년대 미국에서 유행처럼 일었던 열풍에 이어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MBA 열풍이 거세게 불었지만, 정작 MBA 학위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업계의 평가는 그다지 좋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주변에서 실제로 본 예만 하더라도 크리에이티브한 직장에 MBA 상사가 와서 한 일이 책상을 테일러 시스템에 따라 재배치시킨 일이라든가 회사를 제대로 운영할 생각은 없고 M&A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든가 등등 말이지요. 그래서 요즈음은 대기업에서는 MBA를 그냥 갖추고 있어야 될 자격증 정도로만 여기는 분위기입니다. 일부 대기업에서는 자체적으로 MBA 과정을 설립해 자사 관리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강도높게 운영하고 있기도 하고요.

 

 

미국의 메이저 대학원에서 엄청난 돈과 시간을 들여서 딴 MBA 학위가 왜 이렇게 별다른 효용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을까요? 그것은 MBA 교육 과정에서 이론적으로 배운 것들을 실제 사업 현장에서 거의 제대로 적용하고 효과적으로 써먹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고도로 전문화된 현대 사회에서는 어느 분야든 그 분야의 특성과 시스템,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만도 상당한 시간이 요구되는데, 그 분야의 특수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외부인이 MBA 학위 하나만 달랑 들고 와서 자기가 배운 이론에 기계적으로 짜맞춰 넣을 경우에 제대로 적용될 분야가 과연 얼마나 될까도 싶습니다.

 

 

사실 경영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경제학보다도 훨씬 더 엄밀하고 체계적인 학문적인 타당성이 떨어지고, 현대 경영학 자체가 전혀 합리적이지도 논리적이지도 않은 이론들을 단지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만들어내고, 그것을 현장의 상황에 아전인수식으로 들이대어 기계적인 결론을 억지로 만들어 낸다는 지적은 매튜 스튜어트<위험한 경영학>에서 일찌감치 지적되었죠.

 

 

한 걸음 더 양보해서 경영학의 잣대와 도구들이 비록 실용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기업을 직접 운용해보지 않고 단지 이론으로만 배운 MBA 출신자들이 학교에서 배운 이론들을 실제 사업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하기는 매우 힘듭니다. MBA 과정에서 아무리 많은 케이스 스터디를 한다고 하더라도, 현실의 기업은 수많은 특성과 예외성, 그리고 현실적인 문제들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MBA 이론을 현실에 적용시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고 까다로운 일입니다. MBA의 이론과 개별 기업의 성공 사례의 중간에 위치한 것이 바로 경영전략 소설입니다. 우리나라에 나와있는 대표적인 경영 전략 소설 중 하나가 사에구사 다다시< CEO 켄지 >인데, 이 책은 MBA 출신인 저자가 실제로 여러 회사들을 회생시킨 경험을 토대로 집필한 것이어서 현실적인 설득력이 강한 내용들을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최초의 경영 전략 소설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고 나온 제이 B. 바니트리시 고먼 클리포드<전략퍼즐><CEO 켄지>보다 훨씬 더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CEO 켄지>가 중간 관리자가 새로 회사의 대표를 맡게 되면서 겪게 되는 업무상의 문제점들을 경영 전략적인 방식을 도입해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내용이라면, <전략퍼즐>MBA 과정에서 배운 이론들을 실제로 기업 컨설팅에 적용할 때 발생하는 이론과 현실 사이의 격차를 샅샅이 보여주는 보다 발전된 케이스 스터디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설은 갓 MBA를 따고 컨설팅 전문 회사에 취직한 저스틴 캠벨이 처음으로 컨설팅 의뢰를 받고 회사 동료들과 함께 HGS라는 석유 화학 전문 회사에서 새롭게 발명한 신소재인 플라스티웨어의 생산에 관한 컨설팅을 수행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저스틴은 처음에는 NBA에서 배운 바대로 새로운 신상품이 시장에 런칭되는 것만을 전제로 하여 대상 시장과 그 시장에서의 수익성만을 제시하면 될 간단한 또 하나의 케이스 스터디(사례 뽀개기)’일 정도로 단순하게 생각했지만, 실제 기업에서의 현실은 그보다 훨씬 더 복합적임을 깨달게 됩니다. 저스틴이 MBA 과정에서 배운 사례 뽀개기는 단순하게 상품과 시장사이의 전략만을 분석하고 고민하면 되는 것이지만, 실제 현실의 기업에서는 서로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경영진들이 각자의 관점과 주장을 내세우고, MBA 과정에서 배운 분석 틀들조차 그러한 이해관계자들의 이익과 편의에 맞춰 극단적으로 왜곡되거나 변형될 수 있음을 깨달으면서 MBA 이론과 현실 경영, 그리고 시장의 실제 상황 사이에 존재하는 커다란 간극을 직면하게 됩니다.

 

그리고 동료들과 팀을 이뤄 같이 일하는 과정에서 저스틴은 컨설팅 전문가들인 동료들의 일하는 방식을 통해 컨설팅 팀이 어떤 식으로 역할을 분담해 효율적으로 일하는지를 배우게 되고, 컨설턴트들은 해당 기업의 임직원들보다 그 업계나 회사의 동태와 기술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은 턱없이 부족하지만, 임직원들이 매일매일의 일과에 쫓기는 것과는 달리 오직 컨설팅에만 집중해서 객관적이고 기술적인 조언과 제안을 효과적으로 내놓을 수 있다는 데에 자신들의 작업의 의의가 있다는 것을 깨닳게 됩니다.

그리고 새로운 기술이 기업의 핵심 역량으로써의 가능성이 있을 때 그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상부 공정과 하부 공정, 각 상황 별 권고 전략과 그 근거들 등을 기초로 치밀하게 조사하고 준비하여 최종적인 보고서와 프레젠테이션 준비를 하고 실행을 함으로써 실전 경험의 마무리를 짓습니다.

마지막에는 다소 예기치 못했던 결말도 지어지지만, 그런 것들도 컨설팅 현장에서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볼 수 있기에 오히려 신선한 느낌조차 줄 정도입니다.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MBA 과정에서 배운 많은 이론과 분석 틀, 전략들이 실제 기업 현장에서는 그대로 써먹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고, 그나마도 기업을 움직이는 사람들 간의 복잡한 이해 관계나 시장의 방대하고 유동적인 상황에서는 그다지 효율적이거나 효용성있는 도구가 아니라는 점을 전반부 내내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점들을 인식하고 살아있는 기업과 사람, 시장의 특성을 간파한 후에야 비로소 MBA의 분석틀과 이론, 전략들이 유연성있게 가동할 수 있음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힘든 본격적인 컨설팅 현장의 상황들을 생생하게 담고있는 이 책은 MBA 소지자에 못지않게 MBA에 대해 막연하게 환상을 갖고있는 다수의 직장인들이 반드시 일독을 해야 할 내용들을 담고 있습니다.

 

 

hajin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십 브레이커 - 세상과 온몸으로 부딪쳐 자신의 길을 찾는 소년의 이야기
파올로 바치갈루피 지음, 나선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파올로 바치갈루피는 최근 SF 팬덤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신예 작가입니다. <모래와 슬래그의 사람들>로 휴고상과 네뷸러상 후보에 오르며 주목받기 시작했고, 2006년에 <칼로리맨 The Calorie Man>으로 시어도어 스터전상을 수상했고, 2008년에는 중단편집인 <펌프 식스와 그 외 이야기들 Pump six and other stories>로 로커스상을 수상했으며, 2009년에 발표한 첫 번째 장편인 <와인드업 걸 The Windup girl>로 마침내 SF계의 양대상인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동시에 석권함으로써 (존 캠벨 기념상 정도를 제외한) 국내 SF팬들에게 잘 알려진 SF계의 유명상들을 모두 휩쓴 화려한 수상 경력은 바치갈루피를 예정된 미래의 대가로 주목하기에 충분할 만큼의 강한 임펙트감을 주었습니다.

 

 

<십브레이커 Ship Breaker>는 휴고상과 네뷸러상 동시 수상으로 국내 SF 팬들에게도 큰 화제를 모았던 <와인드업 걸> 이후에 발표한 장편입니다. 2010년 내셔널 북어워드 최종 후보에 올랐고, 아마존 에디터 선정 최고의 책에도 꼽혔으며, 2011년에 마이클 프린츠 상을 수상했는데, 출간은 <와인드업 걸>과 같은 해에 이루어진 것으로 되어 있네요.

<십브레이커>700(국내판 기준)에 달했던 <와인드업 걸>에 비해 절반이 조금 넘는 416쪽 분량인데, 판형이 조금 작기 때문에 실제 분량은 <와인드업 걸>의 절반 정도입니다. 내용과 구성 면에서도 <와인드업 걸>이 여러 등장 인물들을 병렬식으로 나열해 가며 이야기를 얽어나가는 다소 복잡한 구성과 심각한 내용을 담고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주인공 소년의 모험담을 직선적이고 흥미진진하게 그려나간다는 점에서 보다 단순명료하고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소설의 배경은 <와인드업 걸>을 비롯한 바치갈루피의 작품들이 공통적인 배경으로 삼고 있는 그가 그려낸 근미래의 수축 시대입니다. 지구의 자원을 무분별하게 남용하며 거대 도시들을 확장해 나가던 팽창 시대가 자원의 훼손과 그에 따른 지구 환경의 파괴로 인해 발생한 거대한 자연 재해의 결과로 거대 도시들이 대부분 수몰되고, 살아남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에너지원이 되는 각종 자원들을 채취하거나 약탈하며 생존을 유지해 나가는 포스트 홀로코스트시대가 되어 버린 근미래를 바치갈루피는 자신의 작품들에서 팽창 시대와 대조되는 수축 시대라고 명명하였습니다.

수축 시대의 시작이 된 거대한 문명의 파괴가 핵전쟁이 아니라 무분별한 자원의 남획과 그에 따른 앤트로피의 증가가 북극의 만년설을 녹여 대홍수를 발생시키고, 남벌된 산림이 홍수를 막아주지 못해서 결국 거대 도시들이 물에 잠기는 참사가 발생한다는 설정은 80년대 이후 수많은 영화와 소설에서 반복되어 그려져서 이제는 익숙하기까지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 세대에 발생할 가능성이 무척 높다는 점에서는 섬찟하기까지 한 경고입니다.

 

 

 

 

 

주인공인 13세 소년 네일러는 황폐화된 해변에서 술주정뱅이 약물중독자에 툭하면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해안에 좌초된 선박들의 덕트 내부에 들어가 구리나 전선 등을 채취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경량팀의 일원입니다. 작은 도시 크기인 거대한 유조선 내부에 끝없이 이어져있는 좁은 덕트를 때때로 생명의 위협조차 받으며 힘겹게 기어다니며 고된 노동을 하지만, 그나마도 조만간 몸집이 커지면 팀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늘 따라다니는 네일러의 삶은 근미래 대부분의 사람들의 전형적인 삶의 모습으로 암울하게 그려집니다.

 

하지만 이 세계에도 빈부 격차는 여전히 존재하여, 문명의 대대적인 붕괴에서 살아남은 상류층(스왱크)들은 새로 건설된 안전한 도시에서 생활하며 탄소 섬유와 첨단 장비들을 갖춘 쾌속선을 타고 바다를 누비고,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인간과 동물을 교배시켜 창조한 반인들을 하인으로 부리며 호화롭게 살아갑니다. 기름으로 오염된 해안이 아닌 넓고 푸른 바다 위를 질주하는 하얀 쾌속선을 동경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네일러의 취미라는 설정은 다분히 전형적으로 보입니다.

 

 

거대한 폭풍우가 지나간 후 네일러는 우연히 해안에 좌초된 화려한 쾌속선을 발견하고, 그 속에서 빈사 상태의 소녀 니타를 발견하고 구해내게 됩니다. 거대한 선박 회사의 오너 가문의 상속녀인 니타는 회사의 권력 다툼에 휘말려 라이벌의 추격을 피해 폭풍우 속으로 들어갔다가 좌초되었는데, 네일러는 니타를 죽이고 그녀의 몸에 있는 금붙이들을 빼앗는 대신 그녀의 목숨을 구해줍니다. 그리고 네일러와 니타는 반인인 과 함께 그녀를 집으로 돌려 보내기 위한 머나먼 모험길에 나섭니다.

 

 

문명이 파괴된 암울한 미래 세계에서 밑바닥 생활을 하고 있지만 마음 속에는 꿈을 지니고 있던 소년이 우연히 상류층의 소녀를 구하게 되고, 그녀를 귀환시키기 위해 조력자와 함께 모험길에 나선다. <미래소년 코난>의 이야기지요? 물론 <화성의 존 카터>에서부터 <스타워즈>에 이르는 고전 SF의 전형적인 클리셰들도 금방 떠오르고요.

바로 이런 낯익은 설정과 전개, 직선적이고 오락성이 풍부한 이야기 구성으로 인해 이 작품은 <와인드업 걸>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볍고 재미있는 대중적인 작품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수포녹병이나 칼로리 같이 <와인드업 걸>과 공유되는 설정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와인드업 걸>에서처럼 신기술과 유전자 공학에 대한 묘사나 자세한 설명은 자제되고, 그대신 소년의 심상에 주목하는 전형적인 성장 소설의 분위기도 있고요.

 

 

이야기 구조가 낯익은 만큼 작품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사실적인 묘사력과 읽는 재미일텐데, 이 부분에서 이 작품은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 첫 장면에 그려진 좁은 덕트 안에서의 숨막힐 듯한 밀폐감과 원유 탱크에서의 아슬아슬한 탈출, 이어지는 무시무시한 폭풍우와 쾌속선의 내부 묘사, 그리고 무엇보다도 피날레의 긴장감 넘치는 쾌속선 추격씬과 아버지와의 대결 장면은 오락적인 재미와 흥미진진함을 최고조로 끌어 올립니다.

장면 묘사들과 전체적인 구성과 결말 등이 마치 헐리우드 장르 영화를 보는 것처럼 간결하고 직접적이어서 두터운 <와인드업 걸>을 읽고난 후에 가벼운 기분으로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상쾌한 휴식과도 같은 작품입니다.

 

 

hajin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경제/경영>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국제적 투자전문가 조지 소로스가 경제위기 이후 4년간의 경제정치의 흐름을 면밀히 분석.통찰하여 밝혀낸 유로존 구제 전략 7단계가 담겨 있는 책. 이 책에서 소로스는 지난 4년간 [파이낸셜 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뉴욕서평] 등에 게재했던 시론을 재정비하여 소개하고 있다. 소로스는 이 책에서 글로벌 경제위기의 근본 원인과 각국의 해결과정 등을 상세히 설명할 뿐 아니라 정치·경제 전문가들의 인식의 오류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콘텐트를 제공하는 것이 대량으로 퍼붓는 광고보다 훨씬 효율적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마케팅 방법을 제시하는 책. 많은 마케터와 사업자들이 급변하고 있는 시장의 흐름 속에서 기존의 마케팅 방법이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그들은 자신의 브랜드와 고객을 연결해 주는 새로운 방법을 절실하게 찾고 있다. 이 책은 모든 브랜드가 참고할 수 있는 소중한 정보는 물론이고, 구체적인 접근방법, 모범사례, 콘텐트 자체가 마케팅 활동의 큰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만드는 실무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국제금융기구 아시아개발은행이 제시하는 범아시아 최초의 미래 전략 보고서. 2050년 ‘아시아 세기’를 실현할 것인가, 아니면 ‘중진국의 함정’에 빠질 것인가, 하는 이 두 가지 시나리오를 가정하여 아시아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 

 

 

 

 

 

 

 

 

 

 

 

 

 

 

 

 

 

전반적인 사회 트렌드와 문화에 대한 탁월한 논평가이자 예측가로 평가받고 있는 저명한 저널리스트 제임스 하킨이 틈새를 의미하는 경제경영 용어 ‘니치(niche)'의 개념을 흥미롭고도 방대한 사례연구를 통해 경제학적, 역사적, 인문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책이다. 

 

 

 

 

 

 

 

 

 

 

 

 

 

 

 

 

 

저널리스트이자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 연구원인 저자가 <하버드 경제학> 제2탄으로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저자가 직접 하버드 케네디스쿨 및 경제학과에서 이뤄진 수업을 듣고 꼼꼼히 정리한 책이다. 부동산과 원자재 가격이 일제히 상승하는 것은 경제법칙이 작용한 것인가? 외국자본이나 국가기관 간의 음모인가? 에너지전쟁, 환율전쟁, 기후전쟁 등 세계가 경제 공황의 공포에 휩싸인 지금 미국의 엘리트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 등을 명쾌하게 해명했다.

 

 

 

 

 

 

 

 

 

 

 

 

 

 

 

 

 

 

경영학을 전공한 저자가 국내외 프랜차이즈 관련 서적과 성균관 대학교 경영대학원 프랜차이즈전문과정 교육을 통해 알게 된 지식을 총망라해 집필한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랜차이즈 시스템은 요술방망이가 아니라며 환상을 버리라고 말하며, 고민하는 사람들, 특히 프랜차이즈를 통하여 사업을 시작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프랜차이즈에 관한 ‘불편한 진실’을 보여주려 한다.

 

 

 

 

 

 

 

 

 

hajin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트렌드코리아 2012]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트렌드 코리아 2012 -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미래 시장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사실 개인적으로 경제경영학 서적에서는 어지간히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 책이 아닌 한 그 책에서 장점을 취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우리나라는 경제경영 서적 분야에서는 아직은 미국처럼 우익논리나 신자유주의 논리를 무조건적으로 주장하거나 옹호하는 책은 많지않은 편이고, 명백하게 그런 책들은 애시당초 제 선택의 범위에서 멀찌감치 벗어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MB 정부 들어서 노골적으로 자본의 편이나 우익의 논리, 심지어는 광신적인 개신교의 논리를 내세우는 책들이 버젓이 출간되고 광고까지 되거나 심지어는 상당한 판매고를 올리기끼지 하는 경우를 드물지 않게 보곤 합니다. 곡학아세의 썩은 지식인이 그만큼 노골적으로 본색을 드러낸다고나 할까요?

 

[ 트렌드코리아 2012 ]는 서울대학교 생활과학연구소의 소비트렌드 분석센터(CTC)애서 2009년부터 매년 발간하고 있는 트렌드 분석 및 예측 보고서입니다. 그런 만큼 이 책을 읽는 사람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에 근거한 트렌드 분석과 예측을 들려주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책은 첫 머리부터 다소 이상합니다. 해마다 트렌드 동향을 분석하여 그것을 몇 개의 카테고리로 나누고, 그 각 카테고리나 이슈들의 첫 머리를 따서 그 해의 키워드로 책 맨 앞에 내세우고 있는데, 그 키워드의 선정부터나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비과학적이고 작위적인 것입니다.

올해의 키워드는 ‘DRAGON BALL’이라고 합니다. 2010년의 중요한 트렌드 동향과 이슈들을 나타내는 단어들의 머리말을 따서 조합한 단어라고 하는데, ‘용의 해의 키워드가 마침 ‘DRAGON BALL’이라는 단어로 요약된다니 너무나도 작위적이지 않습니까? 심지어는 작년의 키워드는 ‘TWO RABBITS’였습니다. 작년은 토끼해였죠. 이정도가 되면 상황을 분석해서 이슈를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그 해의 간지에 맞춰 키워드를 만들어 놓고, 그 키워드에 맞춰 이슈들을 만들어 낸다고 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예측의 기본적인 전제가 되는 분석부터가 이처럼 작위적이니 그 내용은 보기도 전에 신뢰성을 상실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요?

 

본문을 읽어보면 신뢰성에 대한 의심은 더욱 커집니다.

무엇보다도 2011년의 상황을 분석하는 글부터가 너무나도 객관적이지 못하고 특정 논조를 고스란히 반복하고 있습니다. 디도스 공격과 북한의 위협, 인터넷 괴담, FTA 괴담 같은 조선일보의 주장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것과 똑같은 문장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현 정부의 정책이나 행동은 무조건 국가를 위한 노력이라고 옹호하고 변명을 해줍니다. 심지어는 녹색혁명에 대한 장황한 홍보까지 대행하고 있습니다. SNS를 비롯한 소셜 네크워크는 무조건 부정적이고 믿지못한 괴담이라고 치부하고, 인터넷 공간을 허구와 허위가 가득한 공간이라고 비하하면서, 그 맞은 편에서 조선 TV 등의 종편 채널들을 배치시킵니다. 정부의 무능력함과 부패함은 애써 가리고, 런던 올림픽과 나가수를 보면서 국민들이 위안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을 뻔뻔하게 내놓습니다.

 

2011년의 신조어를 소개하면서는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국가안보에 관심을 가진 젊은 애국적인 세대 P세대라는 조선일보에서나 볼 수 있을 황당한 창작을 버젓이 올려놓고, 그 대립축에는 파워블로거지, 페이스북 피로감, 디지틀 치매 같은 인터넷의 부정적인 면들만을 골라 올려놓고, 그 옆에는 모두까기 인형, 얼빠, 타조세대, 월급루팡, 삼포세대, 청년실신 등 젊은층에게 부정적인 단어들만을 잔뜩 늘어놓았습니다. 정작 인터넷이 생활화된 사람들은 듣지조차 못한 해괴한 단어들을 마치 일반화된 현상인 것처럼 오도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책 곳곳에는 조선일보를 그대로 배껴놓은 것 같은 문장과 단어들이 지천으로 널려있고, 무엇보다도 저변에 흐르는 논조 자체가 조선일보의 그것과 흡사합니다.

 

우리나라에 앨빈 토플러 같은 제대로 된 미래학자는 없고 공병호 같은 극우 세력에 빌붙은 장삿꾼들만이 설친다는 것이 평소부터의 안타까움이었는데, 이 책을 읽고나서 소위 우리나라의 대학 교수라는 인간들은 왜 이렇게까지 부끄러움을 모르고 곡학아세를 일삼을까 하는 안타까움과 분노가 앞섬을 감출 수 없습니다.

 

hajin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