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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배반 -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안 보이는 것이다
존 캐서디 지음, 이경남 옮김 / 민음사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2008년 미국 금융 대공황의 직접적인 원인은 부실 모기지 채권의 붕괴에서 비롯되었지만, 그 근원에 자리잡고 있는 것은 실물 경제를 가상의 머니 게임으로 왜곡시킨 퀀트들의 오만함과 비양심적인 행위였고, 퀀트들로 하여금 이렇게 행동하도록 만든 가장 근본적인 토대는 바로 밀턴 프리드먼과 시카고 학파의 신자유주의적 경제 이론임은 이제 기정 사실화되었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근 40년 이상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전세계 경제를 지배해 온 가장 강력한 이 이론에 대해 그동안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무수한 비판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 경제이론은 여전히 보수 우파들의 핵심적인 이데올로기로 남아있으며, 그 영향은 우리나라에도 강력하게 미치고 있습니다.

 

 

<뉴요커>의 경제 전문 기자인 존 캐서디가 쓴 <시장의 배반>은 바로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이론과 주장들을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며 통사적으로 조목조목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책입니다.

 

 

캐서디가 자본주의의 중심인 미국을 세계 최강국으로 끌어올리고 움직여 온 미국식 자본주의의 이념과 매커니즘에 근본적인 의구심과 회의를 품게된 것은 1987년 주가가 대폭락했던 블랙 먼데이 때 취재차 월스트리트에 갔을 때 직접 목격한 현실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당시 기록적인 주가 폭락으로 폐허처럼 되었을 것으로 예상되었던 월스트리트는 예상과는 정반대로 축제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대폭락에 겁을 먹고 역사상 최대 물량의 매도 주문이 쏟아졌지만, 정작 거래 수수료를 때먹는 중계인들의 입장에서는 사장은 대폭락을 하더라도 수수료는 두둑하게 챙길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미국의 증권 시장 전체가 기록적인 대폭락을 하고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파산과 자살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정작 그 한 복판에 있고 가장 큰 책임을 느껴야 할 증권가의 화이트컬러들은 엄청난 피해를 보고있는 대규모 매도에서 발생하는 거래 수수료로 오히려 엄청난 이익을 보고 희희낙락하고 있는 이러한 모순된 형상을 보면서 캐서디는 미국의 자본주의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때부터 경제사를 새롭게 검토해 나갔습니다.

 

 

캐서디는 프리더먼과 시카고 학파들이 모든 규제의 완전한 철폐와 완벽한 시장 자율의 보장을 주장하는 근거로 내세우는 시장의 일반균형이론의 토대인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과 자유시장 경제학의 근간이 되는 이기심의 합리적 추구가 실제 현재의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서 얼마나 잘못되어 있는지를 밝힘으로써 자유 시장 만능주의자들의 주장을 토대에서부터 허물어 갑니다.

 

 

 

 

 

이 책의 1부는 애덤 스미스에서 밀턴 프리드먼을 거쳐 앨런 그린스펀까지 이어지는 소위 일반 균형 이론시장의 무한 자유에 근거한 유토피아 경제학의 실체를 규명해 나가면서, 일반균형이론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만큼 과학적이고 수학적이기보다는 단순히 시장의 안정성위에 근거한 환상에 다름 아님을 지적합니다. 특히 버블이 시작되면 자유 시장은 더 이상 자원을 효율적으로 할당하지 못하고 모두가 욕심과 광기에 휩싸이며, 거기에 왜곡된 인센티브라는 탐욕이 더해지면 경제는 필연적으로 폭락과 붕괴로 이어진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2부에서 이러한 유토피아 경제학과 대립되는 개념으로 유토피아 경제학 만큼 단순하고 명쾌하지는 않지만, 다양하고 복잡한 이론으로 실제 시장의 모습을 현실 그대로 바라보는 현실 기반 경제학을 내세웁니다. ‘보이지 않는 손만큼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각각의 특정한 시장 실패에 적용할 수 있는 이러한 이론들은 실제 시장을 분석하고 전망하는데 훨씬 더 효용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시장 기반 경제학은 경제학자가 아닌 심리학자들로부터 처음 시작되었는데, 시장의 수치와는 별개로 작동하는 인간의 탐욕과 광기, 두려움 같은 심리적인 요인들이 이상적인 합리성보다 훨씬 더 실제 시장에 영향을 미치며, 아는 사람만 아는 복잡한 내용, 불확실성, 숨겨진 정보, 맹복적인 추세 추종, 과잉 공급된 풍부한 신용 등이 맞물리면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전개 과정을 그 단적인 예로 듭니다. 인간의 심리와 경제를 결합시킨 이러한 흐름은 행동 경제학과 게임 이론 등으로 정리되어 맹목적인 일반균형이론보다 현실 경제의 불합리성을 훨씬 더 설득력있고 타당하게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3부에서는 신용주도적인 경제가 어떻게 호황과 불황을 주기적으로 야기하는지를 과거의 사례들을 통해 살펴보고, 그 근원에 있는 것은 유토피아 경제학이 말하는 예측가능성이 착오를 일으키기 때문이고, 실제로 위기가 시작되었을 때 시장은 참가자들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반응을 하였다고 지적합니다.

 

 

 

2008년 대공황이 과거의 공황과 분명하게 구분되는 것은 그것이 실물 경제가 아닌 허구적으로 창출되고 왜곡되게 조작된 금융 상품에 의해 야기된 필연적이었던 재앙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조장한 퀀트들의 금과옥조적인 기반이 바로 프리드먼과 시카고 학파가 주장했던 무제한의 시장 자유이고, 그 토대가 된 것이 일반균형이론입니다. 하지만 언뜻 매우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며 일반론적인 진리처럼 여겨졌던 이 이론이 실제로는 시장에 참가한 인간들의 탐욕이나 공포 같은 심리를 일절 배제한 불완전한 이상론에 불과하며, 그로 인해 야기된 에측가능성의 착오가 바로 공황의 원인이 되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유시장 이데올로기는 단순한 경제 이론이나 의견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정교하고 총체적인 방식이라고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모순되고 왜곡된 정치와 경제, 사회 문제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의 핵심을 이루는 일반균형이론을 뿌리부터 파헤쳐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머리 속으로 짜맞춘 한 두 가지 이론으로 세상을 설명하고 조정할 수 있다고 단언하는 오만함이 바로 시카고 학파와 퀀트들이 공통적으로 지닌 문제점인데, 말끝마다 하나님의 섬리를 내세우는 레이건과 부시 같은 보수주의자들이 인간의 오만함에 기반한 이 이론들을 토대로 신자유주의 경제 체계를 구축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그들이 얼마나 무식하거나 기만적인지를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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