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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10년 - 불황이라는 거대한 사막을 건너는 당신을 위한 생활경제 안내서
우석훈 지음 / 새로운현재(메가스터디북스)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우석훈이라는 이름은 아마도 장하준과 함께 대한민국의 진보적인 3~40대 사이에서 가장 널리 알려지고 신뢰받는 경제학자로 받아들여지고 있을 것입니다. 2007년 < 88만원 세대 >를 통해 21세기 신자유주의 경제체제 아래에서 극단적으로 벌어지는 자본과 부의 양극화를 일찌감치 비판함으로써 20대의 빈곤화를 통한 대한민국 전체의 경제적 위기 상황을 날카롭게 예견하고 비판했던 그이기고, 본인 스스로 다양한 사회 활동과 참여, 강연 등으로 양극화의 고착화를 방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해 온 시민운동가인 까닭에 그의 말과 주장들은 선대인 류의 고장난 시계같은 말들과는 다른 무게감으로 다가오고 받아들여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우석훈이 < 불황 10년 >이라는 다분히 눈길을 끌기에 족한 제목의 새로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88만원 세대를 예견한 지 10년이 지난 현재와 곧 다가올 근미래 대한민국의 보다 증폭된 경제적 불안과 거기에 대한 대비책입니다.
이 책은 우석훈이 2012년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 시작했던 케이블 TV 방송 프로그램인 < 우석훈의 사람이 사는 경제>를 진행하면서 관찰하고 느꼈던 것들이 모티브가 되어 그것을 좀 더 파고들고 분석하여 정리해 낸 것입니다.
우석훈은 이 책을 대한민국의 90년대 학번인 30대들을 염두에 두고 썼다고 말합니다. 괴거에 88만원 세대였던 20대들은 이미 원초적 자본 축적의 길 자체가 막혀버린 데다가 영어 사교육 등으로 인해 최소한의 자기 자본마저 모으지 못하고 소비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이미 진입이나 도약이 가로막힌 상태라고 우울하게 이야기하고, 40대 이상은 현재의 자본 구조를 변화시키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포커스를 30대에게 맞추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우석훈이 이 책에서 전제로 삼는 대한민국의 근미래는 일본과 같은 장기적인 경기 침체 국면입니다. 그리고 저성장의 경제 상황이 내수 시장의 규모나 축적된 자본과 기술의 총량에 있어서 일본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으며, 현재 대한민국의 정체를 맡고있는 정부와 여당의 무능력함도 전혀 개선의 가능성이 없는 만큼 실제로 닥쳐올 상황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보다 훨씬 더 비참하고 어두운 현실이 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저자는 이런 전제 하에서 대한민국의 30대들이 최소한 10년을 버티고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들을 나름대로 제안합니다. 일종의 ‘공황기의 서바이벌’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서바이벌을 위한 방법은 부동산과 자산 관리(개인 재무구조), 고용과 창업, 육아와 교육의 대한민국 30대에게 가장 절실하게 와닿는 4개의 분야로 나누어 설명되고 제안됩니다.
기본적으로는 아파트보다는 대안 주택을 직접 지어 거주하는 방법, 최소한 1년 치의 생활비를 늘 축적한 상태에서 소비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법, 불안정한 고용 현실에서 직접 창업을 모색하는 법, 과도한 사교육을 회피하고 교육을 직접 담당하는 법 등이 그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저와 다른 견해가 상당 부분 보이지만(아파트 구입의 기준 등), 하나하나는 충분히 실질적으로 모범적인 답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3~40대 들은 아직 이러한 극단적인 절약과 생존을 모색할 만큼 경제적 위기 의식을 뼈저리게 느끼고는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아직까지 수출은 비교적 양호하고, 대기업들이 도산하거나 실직자들이 대량으로 발생하는 상태까지는 오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과도하게 긴 근로 시간과 강도 높은 근로 조건 속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고 있는 대한민국의 3~40대 직장인들에게 이 책이 제시하는 근미래를 냉정하게 분석하고 대처할 정신적 여유가 거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일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도 이 책은 장기 저성장과 침체가 본격적으로 실감이나기 시작할 때, 바로 공황 상태가 이미 닥쳐온 이후에야 비로소 실질적인 ‘서바이벌 가이드’로써 주목받게 될 지도 모릅니다.
hajin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