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스토리콜렉터 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왜 제목을 ‘백설 공주에게 죽음을’ 이라고 지었을까? 성난 마녀의 복수일까? 왕자에게 사랑을 빼앗긴 일곱 난장이의 질투였을까? 아쉽게도 마녀와 일곱 난장이는 본 소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백설 공주를 발견한 곳은 어두운 지하실이었다. 그녀는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자폐증을 앓는 소년의 보호를 받았다. 그는 그녀를 사랑했다. 표현은 못했지만 누구보다 그녀를 보호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또 한 남자, 미성년자 살인죄로 10년 형기를 꽉 채운 토비아스가 출소한다.

외부와 단절되어있는 조그만 동네 알텐하인이 들썩거린다. 토비아스가 돌아온 것이다. 그를 놀래게 한건 마을 사람들의 조소와 비아냥거림이 아니었다. 쓰레기더미로 뒤덮인 마당과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자신만이 고통을 받았다는 생각은 등이 굽은 아버지의 수척한 얼굴을 보며 깡그리 사라져 버렸다. 고통은 남아있는 자에게 더욱 잔혹했다. 멀리 떠나버릴까 생각해 보았던 토비아스는 집을 지키기로 했다. 무엇보다도 그의 자존심이 잃어버렸던 10년을 강하게 부정하고 나선 것이다.

사건을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폐쇄된 군 비행장 철거작업 중 사체가 발견되고 중년여성이 고가도로에서 떨어져 수명의 사상자가 발생한다. 사건을 진행하던 강력계 형사 피아는 일련의 사건들이 토비아스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이미 종결된 10년 전의 사건을 들추어본다. 토비아스는 미성년자를 살인한 혐의로 기소되었고 10년형을 선고 받았다. 헌데 그는 끝까지 살인을 부정했고 검찰은 사체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너무 명백한 심리적 증거들로 인해 살인죄로 판결을 받았다. 뭔가 꺼림칙하다. 피아의 직감은 보덴슈타인 반장을 자극했고 둘은 미궁의 시간 속으로 빠져들어 간다.

자유분방한 에밀리가 등장한다. 이제 성인식을 며칠 앞둔 그녀는 식당에서 보조 일을 하며 얼른 베를린으로 떠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술렁거리는 마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눈치 챈 그녀는 모든 원인이 토비아스에게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된다. 도대체 알텐하인 주민들과 토비아스는 무슨 원한을 가진 것일까? 궁금증을 참지 못하는 그녀 앞에 가슴을 설레게 할 정도로 매력을 지닌 토비아스가 나타난다. 토비아스는 자신의 마지막 연인이자 살해된 스테파니와 놀라울 정도로 닮은 에밀리에게 연정을 품게 된다. 둘의 관계는 이 소설의 중심이자 사건을 해결하는 유일한 열쇠로 작용한다.

‘백설 공주에게 죽음을’엔 다수의 인물이 등장한다. 토비아스에게 우호적이었던 테를린덴가와 자신을 오랫동안 사모해왔다던 나디야, 그리고 누구보다 세상에 헌신적이었던 여의사 라우터바흐, 그리고 자폐증을 앓는 티스와 라르스가 등장한다. 전혀 다른 인물들에게 공통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의외로 그들은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굳은 집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통속적인 이기심과 극한 공명심의 발로다. 그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을 맹신한다. 반전의 주인공이 된 라우터바흐 원장의 이중성은 우리들이 품었던 연적에 대한 분노와 그리 다르지 않다. 어쩌면 너무 철저하게 자신을 숨긴 대가치곤 곤혹스러울 정도로 결말이 싱겁다는데 문제가 있다.

자신을 가장 사랑한다고 했던 사람이 자신에게 살인죄를 뒤집어씌운다면, 그리고 10년 후 사실이 밝혀진다면 당신의 마음은 어떻겠는가? 나디야의 역할은 의외로 순진한 구석이 많다. 충분한 시간과 토비아스를 끌어들일만한 재물과 능력이 있었음에도 우유부단한 결정력 때문에 쉽게 꼬리를 잡힌다. 무엇보다 이야기가 갑자기 역전된데는 친구들의 배신(?)이 결정적이다. 10년을 함구해왔던 그들이 갑자기 경찰에 자수한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두려움과 불안에 대한 공포 심리를 우회적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이 역시 다소 의외의 선택이다. 백설 공주는 티스의 보호아래 10년 동안 미라로 있었다. 토비아스를 둘러싼 알텐하인 주민들의 음모와 담합은 팽배해있는 현대사회의 극한 이기주의를 연상케 한다. 테를린덴이라는 절대 권력자를 위한 희생양이 된 것이다.

스릴러 소설의 백미는 반전이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뚜렷한 반전이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예측이 가능할 정도의 전개가 펼쳐진다. 그렇지만 이 소설은 마지막 장을 넘기지 않고선 책을 놓을 수가 없을 정도로 뛰어난 구성력을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도 등장인물의 성격묘사와 사건의 진행 속도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눈앞에서 투영된다. 스릴러 소설의 진정한 매력은 긴장감이다. 왜 슈피겔의 추천소설인지, 아마존 베스트셀러인지, 분명한 흔적을 남길 수 있는 작품으로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중미전쟁>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중미전쟁 - 환율, 무역 그리고 원가를 둘러싼 21세기 세계대전!
랑셴핑 지음, 홍순도 옮김 / 비아북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언론이 최악인 경우는 보도에 대한 공정성에 있다. 공정성에 대한 평가가 독자에게 있다면 독자 역시 나름의 철저한 준비를 해야만 한다. 하지만 독자는 완벽하게 언론에 통제되어 있다. 결국 정보의 시비는 언론만이 가능하다. 정해져 있는 게임의 룰을 바꾼다는 것이 애초부터 가능한 일일까? 어두운 권력의 그림자들은 사회 전반에 평지풍파를 일으킨다.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지만 권력의 그림자들은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 조용히 있다 사라져버리던지 다시금 기회를 기다린다. 우리들이 알고 있는 현실이 이렇지 않을까? 많이 알면 좋을 게 없다.

서브프라임이 대단한 이유는 전 세계 국가가 공통적으로 미국의 탐욕에 가차 없는 채찍질을 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몰락, 붕괴, 침체, 대공황, 모든 이들이 하나같이 미국의 탐욕을 꾸짖고 비이성적인 금융정책을 손가락질하고 있다.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권력이 강할수록 상처가 깊다고 했던가, 상처를 입은 미국이 어떻게 변화될지 가끔씩은 두려움이 앞선다. 미국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그들은 과거보다 더욱 집요하게 승리방정식을 만들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국가들은 위기론에 도취되어 있다.

절대강국 미국을 제국주의라 평하는데 주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해가지지 않는 나라 영국이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17세기를 지배했다면 미국은 다양한 금융정책으로 돈이 마르지 않는 국가라는 칭호를 받을만한 뛰어난(?) 업적을 달성했다. 비록 수많은 약소국가들이 고통을 받았지만 그들은 한결같이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결과를 내놓았고 약소국의 위기를 발판으로 제국주의의 기틀을 다져나갔다.

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의 유일한 대항마였던 소련마저 90년대 붕괴했다. 어쩌면 미국은 그들의 자본자유주의 사상을 핵심으로 세계제국을 꿈꾸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사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그들은 누구의 침략이나 침입을 받지 않았다. 스스로 공멸을 자초한 것이다. 그리고 중국과 인도, 브라질, 러시아와 동아시아 국가들이 떠오른다. 그들은 오랫동안 세계사의 중심을 이끌었으나 한 번도 게임의 룰을 만들지 못한 국가들이다. 유럽마저 미국의 금융위기에 발목을 잡히는 바람에 세계의 시선은 한 곳으로 몰린다. 바로 중국이다. 최근에야 산업화의 도로에 올라탔지만 성장속도는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미수출 물량이 GDP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입장에서도 미국의 몰락은 결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문제는 과거와 같은 방식으론 중국 역시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미국의 대중국 전략은 집요하리만치 계획적이고 산술적이다. 총성 없는 ‘중미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중미전쟁’ 저자 랑센핑은 국제금융학의 선두주자로 손꼽힌다. 또한 중국내의 인지도도 뛰어나 신화통신은 그를 중국 10대 화제인물로 선정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그의 이론은 미국의 대중국 전략에 상당히 비판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도 그는 중국출신의 유력한 노벨경제학상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미국의 치밀한 그림자전략을 주목한다. 위안화 평가절상에 따른 환율전쟁과 그 뒤를 이을 무역전쟁, 그리고 탄소배출권과 신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세계가 공모하고 있는 원가전쟁등을 중심주제로 다룬다. 그의 전략적 분석은 상당히 전문적이고 뛰어나다. 미국이 진행하고 있는 또 다른 시나리오는 중국뿐만이 아니라 이미 몇 차례 치명적인 피해를 입은 동아시아 국가들에게도 유효할 것이다.

‘중미전쟁’의 핵심은 중국인들이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지금 자산거품에 빠져있다. 이에 대한 증거가 속속들이 나오고 있지만 정부와 기득권층들은 단연코 거품을 부인한다. 미국은 중국인들의 허장성세를 노리고 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태국, 일본, 베트남등과 같이 재정위기를 키울 거품을 만드는 것이다. 위안화 절상은 금융개방이라는 미국 최대의 전략들 중의 하나일 뿐이다. 저자는 중국의 위기에 관한 동아시아국가들의 거품시나리오를 적나라하게 증명한다. 특히 20년째 일어서지 못하는 일본에게 다시금 결정타를 날린 토요타의 몰락을 예로 들면서 절정에 달한 미국의 정치적 책략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과연 중국의 저가 상품이 미국의 전략을 벗어날 수 있을까? 허술한 중국의 법망을 미꾸라지처럼 빠져가는 다국적기업을 중국이 어떻게 잡을 수 있을까?

‘중미전쟁’은 21세기 자본주의의 핵심을 볼 수 있다. 어렴풋하게 알던 미국의 패권주의와 금융자본주의의 비열함, 성장에 가려진 중국의 거품, 그리고 탄소배출권을 둘러싼 중미간의 대격돌, 세계지배권을 차지하기 위한 중미간의 치열한 공방은 현재진행형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탄소배출권에 대한 현격한 정치적 이해관계다. 다시 한 번 게임의 룰을 지배하려는 미국의 술책과 이를 거부하려는 중국의 방어책, 지구온난화라는 문제와 더불어 탄소배출권은 향후 첨예한 정치적 이슈가 될 것이다. ‘중미전쟁’은 세계인들에겐 위기와 기회가 상존하는 시공간이다. 중미사이에 낀 우린 어디를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탁월한 통찰력을 볼 수 있는 랑센핑의 중미전쟁, 그 서막이 시작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중미전쟁>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 / 부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1970년대까지 아프리카는 일본을 제외한 동아시아의 다른 국가들과 그리 차이가 나지 않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사실상의 보호무역과 정부의 규제가 아프리카의 성장률을 유지해 온 것이다. 하지만 1980년대가 들어서면서 모든 것이 뒤바뀌어 버린다. 한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년6%라는 놀라운 성장률을 바탕으로 선진국의 턱밑까지 다가갈 때 아프리카 국가들은 70년대보다 못한 성장률을 기록하며 점점 빈곤과 기아에 휩싸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재정적 지원을 받기위해 국제기구의 문을 두드렸고 IBRD를 중심으로 한 국제기구들과 자유 시장 경제학자들은 철저하게 그들의 체제를 받아들일 것을 요구한다. 결국 아프리카는 극심한 내전과 더불어 자유시장의 최대 피해자가 되고 만다. 반면에 상당한 보호무역과 정부의 규제 하에 금융정책을 펼쳤던 동아시아 국가들은 놀라울 정도의 성장을 기록하게 된다. 자유 시장정책으로 부자가 된다는 자유 시장 옹호론자들의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빈부의 격차는 입장의 차이에 따라 전혀 다른 견해를 보일 수 있다. 자유시장주의자들은 빈부의 격차는 자본주의가 발전하기위해 나타나는 필연적인 결과일 뿐이며 오히려 더욱 부자들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부자들의 투자가 파이를 키울 것이며 커진 파이를 통해 모두가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란 논리를 펼친다. 하지만 소득 불평등의 심화로 성장률이 오른 국가는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부는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다. 합리적인 이기주의 이론이 부자들에게는 정확히 들어맞는 이야기지만 사회적 측면에서 부의 집중화는 결코 좋은 생산성과 성장률을 가져올 수 없었다.

2008년 금융위기는 위기의식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아무리 뛰어난 수학자나 물리학자 만들어 놓은 금융상품이라고 해도 이해할 수 없다면 ‘독’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겨준 것이다. 문제는 아직까지도 금융시장에 대한 의견이 자유 시장에 가깝다는 점이다. 어려울 때 정부의 지원 한방이면 모든 것이 면죄부가 될 수 있다는 모럴해저드와 함께 과도한 레버지리를 수반한 금융상품은 분명히 재고되고 사라져야할 부분이다. 성장일변도라는 경제적 과제가 무분별하게 금융시장을 키워왔다면 자유시장주의자들은 보다 빠르고 신속하게 이윤을 추구할 수 있는 곳은 금융시장밖에 없다는 하소연을 한다. 모든 것이 사라지고 난 후 종이화폐가 사용될 곳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인데 금융시장은 분명 지금보다 훨씬 투명하고 정부의 규제를 받아야 하며 덜 효율적으로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사회적 균등은 공정사회란 말과 함께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과제들 중의 하나다. 특히 교육을 통한 기회의 균등은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데 과연 이러한 기회균등이 결과의 균등까지로 이어지느냐 하는 것은 분명하게 집고 넘어가야할 부분이다.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균등하다고 가난한 아이가 대학을 들어 갈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사회적 보장이나 결과 균등한 조건이 갖추어진다면 기회균등은 평등사회라는 시선을 한 몸에 받을 것이다.

자유 시장 경제를 추구하는 최고 국가를 손꼽으라면 단연 미국과 영국이다. 하지만 지금의 그들 역시 처음부터 자유 시장체제를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산업혁명시대의 영국과 19세기의 미국은 철저하게 보호무역과 높은 관세를 중심으로 자국의 산업을 보호해왔다. 그리고 그들 기업이 혼자 일어서게 될 때 이제야 눈을 뜨고 있는 국가들에게 자유 시장논리를 받아들이라 협박을 해왔다. 30년 이상 세계를 이끌어온 자유 시장 자본주의는 경제학적 관점이 아니라 다분히 정치적인 색채가 강하다. 주주의 최고 가치를 주창해온 GM의 몰락은 그들이 진정 자유 시장을 옹호했는지에 대한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결국 가진 자의 권력과 힘은 영속성이라는 그물에 걸려 스스로를 자멸에 빠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장하준 교수는 자유시장자본주의가 자본주의의 모든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한다고 말한다. 세상은 어느 누구의 독점에 의해 이루어지지도 않을 것이며 그렇게 만들 수도 없기 때문이다. 자유 시장 자본주의는 자본주의의 하나에 불과하다. 우린 보다 현명한 자세를 지닌 채 흐름에 대한 통찰력을 가질 필요가 있다. 왜 부자는 갈수록 부자가 되고 왜 가난한 사람은 갈수록 가난해 지는 것일까? 자유 시장 자본주의에 대한 맹렬한 비판과 보다 나은 자본주의를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다시 한 번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끝나지 않은 추락/머니랩>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머니랩 - 돈이 벌리는 경제실험실
케이윳 첸 & 마리나 크라코브스키 지음, 이영래 옮김 / 타임비즈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1999년 데이비드는 우연히 판촉광고를 발견했다. 그해 말까지 헬시초이스의 바코드를 보내주면 10개당 500마일을 제공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데이비드는 기회를 두 배로 만들 수 있는 기회를 포착했다. 5월말까지는 2배가 적립된다는 것이었다. 안타깝게도 헬시초이스 마케팅 담당자들은 데이비드를 너무 과소평가했다. 데이비드는 게임의 법칙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는 비용과 수익을 계산했고 분쟁을 대비했으며 시스템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데이비드는 사재기를 시작했다. 반경 300Km 내 모든 가게에서 바코드를 수집했다. 적지 않은 행운을 얻었고 영리한 회계처리로 예산을 절감했다. 총 3,140달러, 80시간을 투자한 그는 125만 마일을 획득했다. 125만마일은 지구에서 달까지 5번 갈수 있는 거리다. 이와 같은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헬시초이스의 판단이 틀렸다는 것일까? 데이비드의 능력이 너무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세상은 게임의 법칙이 지배중이다. 보다 크고 보다 확장일로의 길을 선호하는 기업들이 왜 작은 기업들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가는 그들에게 고려할 사항이 아니다. 그들은 시스템을 철저하게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만든다. 고려할 사항은 상대가 악용하지 못하도록 틈새를 두지 않는 것뿐이다. 하지만 세상은 충분한 인센티브만 주어진다면 허점을 찾아낸다. 그리고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다시 게임의 법칙을 설정한다. 마케팅은 전쟁이다. 보이지 않는 시스템 속에서 우린 조종당하고 누군가를 조종하고 있다.

세상을 보는 기준은 개인마다 다르다. 하지만 부를 향한 집념은 어느 정도 수렴할 수 있는 기준이 있다. 바로 상대다. 흔히 공정성이라고도 불리는 상대적 기준은 우리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가장 강력한 척도들 중의 하나다. 이러한 행동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실험이 ‘최후 통첩실험’ 과 ‘독재자 실험’이다. 최후 통첩실험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내가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상대도 동의할 것이라고 추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공정성에 대한 개념은 상대의 위치, 지위, 상황 등 다양한 변수에 의해 달라진다. 특히 결정적인 판단은 이성보다는 감정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최후 통첩실험의 핵심은 어떠한 공정심도 이기심을 이기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최소한 자신의 이익이 있을 경우에만 관대해진다.

머니랩(돈 실험실)은 일반적인 마케팅을 설명하는 책은 아니다. 사람들은 무엇을 욕망하는가? 사람들은 왜 그렇게 행동하는가? 어떻게 사람들을 조종하고 제어할 것인가? 세 가지의 주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실험경제학을 통해 행동경제학의 절정을 보여준다. 불확실한 인간의 심리상태를 최상의 가치로 표현한 것이 보험이다. 현재를 담보로 미래의 리스크를 사는 것이다. 두려움에 대한 리스크는 언제나 최고의 마케팅 대상이 된다. 왜 소비자들른 차를 사는 것 보다 고가의 렌탈을 선호하는가? 불안할수록 저급의 월급쟁이가 급격하게 늘어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소비자들은 자신의 불안을 없애준다면, 아무리 많은 돈이라도 지불할 용의를 가지고 있다. 불확실성에 대한 리스크와 더불어 인간의 욕망을 이끄는 것이 공정성과 상호주의(호혜주의)다.

인간이 지닌 최고의 실수가 자신은 합리적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다. 인간은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 이성적이고 실험적인 고찰이 계획되었더라도 순간적인 감정에 휩쓸리거나 타인의 시선에 의해 의사결정을 바꾼다. 어떤 일을 결정하는데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정보를 맹신하는 ‘앵커링 효과’ 는 대표적인 합리성의 함정이다. 또한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두 가지의 원칙이 평판과 신뢰다. 당신은 애플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혹 타인이나 미디어의 평판이 결정적인 원인이 되고 있지는 않는가?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평판의 유혹은 가장 탐나는 아이템이기도 하지만 믿기 어려운 시장의 속성이기도 하다.

머니랩을 가장 잘 이용하는 기업이 애플이다. 상대심리를 이용한 판촉 전략으로 상품의 이미지를 높이며 마케팅을 극대화시켰고 평판의 위력을 내세워 의사결정을 합리화했다. 또한 오프라인 사업으로 고객들의 신뢰를 쌓았다. 여기까지는 여타 기업과 다르지 않다. 애플이 대단한 이유는 미지의 세계를 조종하고 제어하는데 있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게임의 법칙을 만들었다. 언뜻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애플의 시스템은 상당기간동안 지속될 것이다. 한해 수만 명의 자영업자들이 개폐 업을 병행하지만 우린 대박이 터지는 가게를 만날 수 있다. 그들의 공통점이 머니랩의 결과와 다르지 않다. 그들은 사람들이 원하는 욕망을 이해하고 행동을 이끌게 하는 원인을 제공하며 게임의 법칙을 만든다. 우리는 눈앞의 문제만으로도 벅차 보인다. 하지만 정보의 홍수라는 현대사회의 특징을 이해하고 사회를 짓누르는 불안적인 리스크를 받아들인다면 얼마든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재밌는 책, 머니랩을 적극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끝나지 않은 추락/머니랩>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끝나지 않은 추락 -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스티글리츠의 세계경제 분석
조지프 스티글리츠 지음, 장경덕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서브프라임사태 2년 후 수많은 경제전문가들의 분석이 뒤따르고 있다. 과도한 재정지출과 감세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지만 사태 초기를 진정시키는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했다는 데 이견은 없는 것 같다. 문제는 줄어들지 않는 실업률과 실질적인 소비창출의 부재다. 또한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할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는 부분이다. 사실적으로 금융위기는 금세 사라질 것처럼 보였으나 여전히 분출되지 않는 화산처럼 기회만을 엿보고 있다. 과도한 국가채무는 달러약세와 더불어 오바마 정권의 위상을 한없이 추락시키고 있다. 분명 미국의 위상은 과거에 비해 상당히 기울어져 가고 있다.

위기가 지나갔다는 미국 재무부나 연준의 입장과는 달리 왜 경제학자들은 아직까지 위기론을 고수하고 있는 것일까? 특히 루비니를 비롯한 대표적인 위기론자들의 목소리는 상당히 급격하기까지 하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스티글리츠의 분석 또한 다르지 않다. 백악관과 세계은행의 중책을 맡았음에도 반골성향이 강한 그는 항상 세계화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고수해왔다. 2009년 그는 Freefall이라는 경고성이 짙은 세계전망을 내세운다. 그의 말대로 추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금융권에서 흔히 사용하는 말로 잠시 롤오버 되었을 뿐이다. 단 우린 시간을 벌었다. 이제 그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위기론을 잠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스티글리츠 교수의 현황분석엔 변하지 않고 있는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대표적인 문제점이 노동시장과 부동산의 붕괴, 미국 금융가의 도덕적 해이, 그리고 탈 공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아시아권 국가들과의 무역 분쟁과 유로화 가치의 추락이다. 이중 미국을 가장 힘들게 하고 있는 부분이 실업률의 증가다. 사실상 미국에서 괜찮은 일자리를 찾는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제조업의 몰락과 과도한 레버리지를 창출하는 금융서비스의 팽창은 뛰어난 인재들을 필요이상으로 흡수해버렸다. 이들과 서민들 사이의 갭은 갈수록 벌어지며 심각한 사회균열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금융CEO들의 행태는 거의 변함이 없다. 오히려 그들은 어떠한 공격에도 무너지지 않을 방어막과 법률체제를 갖추고 있는 중이다. 천문학적인 보수를 받아가는 그들에겐 면죄부까지 씌워져 있다.

수출을 통한 탈 위기론은 미국의 입장에선 가장 좋은 전략이다. 특히 달러가 약세인 시점에선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수출전략 역시 미국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인다. 미국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국가들과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이미 제조업이 회생불가능한 상태고 산업 기반시설에 대한 확충이 극히 미미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적인 교육과 인재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 대학들을 볼 때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스티블리츠는 미국의 교육 시스템을 통한 새로운 전략을 짜야할 시점이라 말한다.

미국의 위기를 부채질 하는 아직 수면에 떠오르지 않고 있는 위기들이 있다. 상업용 부동산의 붕괴와 유럽 국가들의 파산소식이다. 간헐적으로 벌어지는 유럽 국가들의 위기는 가뜩이나 침체되어있는 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그리스를 비롯해 대규모의 지원정책을 받고 있는 국가들이 수십 년 동안 과도하게 부풀려진 미국의 금융시스템을 따라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여기에 환율정책을 둘러싼 국가 간의 분쟁이 탈 유로를 부채질하고 유럽위기의 확산은 유로화의 가치를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 미국은 안과 밖으로 그동안 뿜어냈던 과도한 소비레버리지를 톡톡히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부시와 오바마 정권의 경제정책을 서슴없이 비판한다. 특히 현재와 같은 위기를 일으킨 주범들에게 어떠한 조치도 취해지지 않은 것에 대해 또 다른 불씨를 잉태할 것이라 말한다. 그는 4반세기를 이끌어온 시장근본주의 경제학의 종말을 예고한다. 위기는 반복되는 것이며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이 없이 어떠한 위기도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 예측한다. 다시금 케인즈 이론을 부활시키는 것이다. 그의 이론은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 동아시아와 미국의 위기를 비교하며 증명이 되었다. IMF의 권고를 받은 어떠한 동아시아 국가도 급속하게 위기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최근의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위기에선 재정지출과 감세라는 케인즈 이론이 부활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케인즈 이론은 수많은 기득권자들의 비판에 직면해 있다.

경제학은 어떻게 사회와 개인을 바꾸고 있는가? 정부와 개인의 효용성이 극대해진 현실에 경제학은 과거 어느 때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미 정치적 개념보단 경제학적인 고찰이 사회전반을 지배하고 있다. 세상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극한 이기심과 자기방어는 개인이나 조직에게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부분이다. 시장근본주의, 자유 자본주의는 경제학자들과 대중들에게 설 땅을 잃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자본주의에 대한 성찰과 새로운 사회계약(공동체의 출현)을 기대한다. G8이 유명무실해질 때 G20이 세계경제를 일으켜 세우겠다고 나섰다. 현재로선 공조화만이 살 길이다. 거대함 미국의 침몰을 바라는 국가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충분한 시간적인 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상황이 예측된다면 기회의 창은 빠르게 닫혀버릴 것이다. 추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