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중미전쟁>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 / 부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1970년대까지 아프리카는 일본을 제외한 동아시아의 다른 국가들과 그리 차이가 나지 않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사실상의 보호무역과 정부의 규제가 아프리카의 성장률을 유지해 온 것이다. 하지만 1980년대가 들어서면서 모든 것이 뒤바뀌어 버린다. 한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년6%라는 놀라운 성장률을 바탕으로 선진국의 턱밑까지 다가갈 때 아프리카 국가들은 70년대보다 못한 성장률을 기록하며 점점 빈곤과 기아에 휩싸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재정적 지원을 받기위해 국제기구의 문을 두드렸고 IBRD를 중심으로 한 국제기구들과 자유 시장 경제학자들은 철저하게 그들의 체제를 받아들일 것을 요구한다. 결국 아프리카는 극심한 내전과 더불어 자유시장의 최대 피해자가 되고 만다. 반면에 상당한 보호무역과 정부의 규제 하에 금융정책을 펼쳤던 동아시아 국가들은 놀라울 정도의 성장을 기록하게 된다. 자유 시장정책으로 부자가 된다는 자유 시장 옹호론자들의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빈부의 격차는 입장의 차이에 따라 전혀 다른 견해를 보일 수 있다. 자유시장주의자들은 빈부의 격차는 자본주의가 발전하기위해 나타나는 필연적인 결과일 뿐이며 오히려 더욱 부자들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부자들의 투자가 파이를 키울 것이며 커진 파이를 통해 모두가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란 논리를 펼친다. 하지만 소득 불평등의 심화로 성장률이 오른 국가는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부는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다. 합리적인 이기주의 이론이 부자들에게는 정확히 들어맞는 이야기지만 사회적 측면에서 부의 집중화는 결코 좋은 생산성과 성장률을 가져올 수 없었다.

2008년 금융위기는 위기의식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아무리 뛰어난 수학자나 물리학자 만들어 놓은 금융상품이라고 해도 이해할 수 없다면 ‘독’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겨준 것이다. 문제는 아직까지도 금융시장에 대한 의견이 자유 시장에 가깝다는 점이다. 어려울 때 정부의 지원 한방이면 모든 것이 면죄부가 될 수 있다는 모럴해저드와 함께 과도한 레버지리를 수반한 금융상품은 분명히 재고되고 사라져야할 부분이다. 성장일변도라는 경제적 과제가 무분별하게 금융시장을 키워왔다면 자유시장주의자들은 보다 빠르고 신속하게 이윤을 추구할 수 있는 곳은 금융시장밖에 없다는 하소연을 한다. 모든 것이 사라지고 난 후 종이화폐가 사용될 곳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인데 금융시장은 분명 지금보다 훨씬 투명하고 정부의 규제를 받아야 하며 덜 효율적으로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사회적 균등은 공정사회란 말과 함께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과제들 중의 하나다. 특히 교육을 통한 기회의 균등은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데 과연 이러한 기회균등이 결과의 균등까지로 이어지느냐 하는 것은 분명하게 집고 넘어가야할 부분이다.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균등하다고 가난한 아이가 대학을 들어 갈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사회적 보장이나 결과 균등한 조건이 갖추어진다면 기회균등은 평등사회라는 시선을 한 몸에 받을 것이다.

자유 시장 경제를 추구하는 최고 국가를 손꼽으라면 단연 미국과 영국이다. 하지만 지금의 그들 역시 처음부터 자유 시장체제를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산업혁명시대의 영국과 19세기의 미국은 철저하게 보호무역과 높은 관세를 중심으로 자국의 산업을 보호해왔다. 그리고 그들 기업이 혼자 일어서게 될 때 이제야 눈을 뜨고 있는 국가들에게 자유 시장논리를 받아들이라 협박을 해왔다. 30년 이상 세계를 이끌어온 자유 시장 자본주의는 경제학적 관점이 아니라 다분히 정치적인 색채가 강하다. 주주의 최고 가치를 주창해온 GM의 몰락은 그들이 진정 자유 시장을 옹호했는지에 대한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결국 가진 자의 권력과 힘은 영속성이라는 그물에 걸려 스스로를 자멸에 빠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장하준 교수는 자유시장자본주의가 자본주의의 모든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한다고 말한다. 세상은 어느 누구의 독점에 의해 이루어지지도 않을 것이며 그렇게 만들 수도 없기 때문이다. 자유 시장 자본주의는 자본주의의 하나에 불과하다. 우린 보다 현명한 자세를 지닌 채 흐름에 대한 통찰력을 가질 필요가 있다. 왜 부자는 갈수록 부자가 되고 왜 가난한 사람은 갈수록 가난해 지는 것일까? 자유 시장 자본주의에 대한 맹렬한 비판과 보다 나은 자본주의를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다시 한 번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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