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그것은 벚꽃 같은 사랑이었다 - JM북스
히로세 미이 지음, 주승현 옮김 / 제우미디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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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완독한 전자책.
다시 읽고 싶었다. 약간의 아련함과 벚꽃 같은 달달함이 나의 마음속에 남아있었다. 예쁜 책 표지도 종종 떠올랐다. 그때 느꼈던 달달한 감정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었다.

★★스포 있습니다★★

봄을 싫어하는, 정확히 말하자면 벚꽃을 싫어하는 대학교 2학년 20살 이치이 타카야. 10살 때부터 벚꽃 주변에서 물체가 종종 사라지는 초능력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좋지 않은 시선과 오해를 받아왔다. 봄과 벚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자 이모가 운영하는 교토 화과자점 <키쿠야>에서 봄 알바를 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아름다운 여성 사쿠라 유키를 만나게 된다. 알콩달콩 그녀와 사이를 좁혀가는 와중에, 벚꽃길 아래 그녀의 앞에서 어떤 물체가 사라지게 된다.

어떤 결말인지 대강 알고 있어서, 이번에는 서사와 묘사에 중심을 두고 읽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진행되는데, 타카야의 성격에 따라 서술도 잔잔하다. 이러한 서술에 벚꽃 가득한 배경과 아름다운 여성이 잘 어우러진다. 동물원, 유람선, 벚꽃 철도길에서 대리 데이트하면서 나름 흐뭇했다.
또 라노벨 특유의 서술 방식이 적은 점도 좋았다. (이럴 때마다 생각나는 <너췌먹>. 감정적 산통을 다 깨부수는 그 서술은 참..ㅋㅋ)

나의 안전과 생명을 위해서, 미래에서 온 나의 연인.
타임슬립 로맨스를 종종 상상해왔던 나의 망상을 달달하게 문장화했다.
미래에서 온 그녀가 그저 바라보거나 약간의 조언을 해주는 게 아니라, 나의 현실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끼친다는 점이 어떤 면에서는 무섭기도 했다. 미래의 본인과 만나서 잘 지낼 수 있도록, 현재를 조종하고 통제한다는 것이 로맨틱하지만 섬뜩하다.
하지만 이야기 속 유키는 남편 타카야의 목숨을 구하려고, 본인의 힘듦과 고통을 감수하고 과거로 와서 초능력을 사용하고 있다는 설정에는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미래의 아내라면 충분히 이해 가능하다! 본인의 초능력 때문에 타카야가 힘들어하고 있다는 걸 알고 마음 아파하는 그녀를 보고 있자면 오히려 부럽다.
(그래도 다른 여자가 주는 러브레터를 없애버린 건, 단순 질투심 때문이라는 건데.. 귀여운 질투로 봐줘야겠지😄)

가독성 좋은 소설과 함께한 이북 스타트가 나쁘지 않다. 달달한 결말에 기분 좋게 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로맨스 소설에 대한 내공이 부족하지만, 내 기준에서 이 정도면 무난하지 않을까 싶다.

한 줄 평 : 타임슬립 + 로맨스 + 일본 특유의 감성 + 벚꽃 = 달달한 분홍빛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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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케다 신겐 국내 미출간 소설 20
와시오 우코 지음, 박현석 옮김 / 현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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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우에스기 겐신 또는 다케다 신겐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은 거의 없었다. 알고 있는 유일한 소설은 부분 절판된 무사(이자와 모토히코)뿐이다. 그런 와중에 출간된 소설이라니! 일본 센고쿠 시대에 관심이 있는 나로서는 반갑기 그지없었다. 사막의 오아시스를 보는 기분이었다.

원제 고에쓰군기. 군담소설이다.
기대와는 조금 달랐다. 다케다 신겐과 그의 측근의 서사를 중심으로 풀어가는 이야기를 기대했으나, 등장인물들에게 애정을 주기는커녕 주요 인물을 제외하고는 누가 누군지를 알아보기가 힘들었다.
더군다나 신겐과 겐신의 명성만 알고 있는 나에게는 초면인 인물들이 대부분이었기에, 즐기지 못했던 것 같기도 하다. 배경지식이 있는 독자라면 복습하는 기분으로 읽을 것 같다.

이야기의 구성은 단순하다.
다케다 가문과 신겐에 대한 이야기에 이어서 우에스기 가문과 겐신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신겐과 겐신이 대치하고 맞붙는 이야기까지. (정확히 말하자면 4차 가와나카지마 전투까지.)

재미는 그다지 없었다.
‘오오 신겐! 오.. 오.. 음.... 오? 겐신?! 오~ 오.. 오 둘이 이제 싸워?! 오오오... 오!‘ 이런 느낌이다.
등장인물에게 정을 붙일 시간과 여지가 거의 없다. 대국적인 서사는 있지만, 개인적인 서사는 매우 부족하다. 차근차근 세력을 넓히고 기반을 마련하는 다케다 가문과 우에스기 가문의 서사에서도 그다지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래도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인, 극 후반부 가와나카지마 전투는 기대감을 가지고 책 말미에 수록된 지도를 참고하면서 재밌게 읽었다. (전투의 향방을 몰랐기 때문에 은근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 전투는 겐신이 신겐에게는 이겼지만, 에치고군(우에스기)는 고슈군(다케다)에게 진 전투라고 봐도 될 것 같다.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이렇게 신겐과 겐신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읽을 수 있었음에 의의를 둔다. 사막 속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했지만, 그 오아시스가 목만 축일 정도로 작은 오아시스인 기분이다.
센고쿠 시대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읽지도 않겠지만, 배경지식이 없다고 따라가지 못할 정도의 난이도도 아니다. 물론 재미는 보장 못 한다.

한 줄 평 : 신겐과 겐신, 그들을 소설로 만난 것에 의의를.
(여담) 희붐하다, 예봉이라는 새로운 단어를 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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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당당 - 성석제 장편소설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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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터 한 번은 읽어보자고 벼르고 있던 성석제의 소설을 드디어 읽었다.
여러 권의 소설들 중에 <위풍당당>이라는 제목에 이끌려서 이 책을 선택했다.

★★스포 있습니다★★

(간단 줄거리) 불우하고 고통스러운 과거에서 벗어나고 도망쳐서 ‘태강 면 지천 벽‘이라는 사람 없는 곳에 모여사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위기가 닥친다. 마을 유일한 젊은 여성 새미에게 깡패 한 놈이 찝쩍거리다가 봉변을 당하게 되면서, 한 조직 전체가 복수를 위해 이 마을로 들이닥친다. 과연 마을 사람들은 깡패들을 물리칠 수 있을까.

기대하지 않았던 한 편의 마당극을 관람한 기분이다.
성석제의 표현력과 문장부터 등장인물들의 대화와 이야기 전개까지 한 편의 시트콤 같기도 하다. 그의 글솜씨를 따라가다 보면 페이지가 술술 넘어간다. 구수하고 웃긴 문장에 입꼬리가 저절로 위로 휘어지기도 한다. 글이 재밌다.

하지만 한계 또한 명확하다. 중반부까지는 괜찮다. 아니 후반부까지도 어느 정도는 괜찮다.
이야기 마지막 10퍼센트 부근부터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이야기가 점점 더 경박해지고 가벼워진다. 깡패들의 두목 정묵이 여산과 맞다이를 뜰 때부터 이야기가 한없이 가벼워진다.
명색이 깡패 두목인 정묵이 어중이떠중이까지는 아니더라도 나이 50이 코앞인 김여산에게 상대가 되지 않고, 준호의 울부짖음에 기적적으로 제정신을 차린 여산이 정묵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그 와중에 느닷없이 각종 내연기관들이 이 마을 부근으로 오고... 정신없다.
이러한 마무리를 작가가 의도했다면 달리 할 말은 없다만, 나에게는 너무 갑작스러운 전개였다. 이제 막 메인 클라이맥스를 지나 리틀 클라이맥스에서 이렇게 고꾸라져버리는 전개에 당혹스러웠다. 어설프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결말을 제외한다면 괜찮은 소설 읽기였다.
아프고 힘든 현실에 밀려 지천 벽으로 하나둘씩 모여든, 개성 있는 캐릭터들의 대화와 일상을 지켜보는 것과 동시에, 깡패들의 이런저런 모습과 대화를 비교하는 것도 흥미롭다. 두 집단이 다르게 정의하는 ‘식구‘에 대해 좀 더 포커스를 맞추고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남는다.

한 줄 평 : 한편의 마당극을 본 기분! 근데 뒤로 갈수록 억지스럽고 경박해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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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프티 피플 - 2017년 제50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정세랑 지음 / 창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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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스포 있습니다★★

언젠가 ‘팔레타운‘이라는 유튜버에서 추천을 했던 책.
50명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얽히고 얽힌다고 해서, 이사카 코타로의 <러시 라이프>의 확장판이려나 생각을 했지만, 차이가 크다. <러시 라이프>에서는 소수의 행동이 톱니바퀴처럼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면, <피프티 피플>은 실 같은 선이 조금씩 얽혀있달까.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속성으로 짧게 짧게 엿볼 수 있다. 병원을 메인으로 다양한 생활 모습을 보여준다.
표지에 떡하니 장편소설이라고 씌어있지만, 사실상 초단편소설 50편이 미세한 연결고리를 가지며 독립적으로 공존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소설 하나 하나가 10페이지를 넘어가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끊어서 틈틈이 읽기에도 괜찮다. 다만 ‘장편소설‘이라고 명명한 만큼, 각 단편의 등장인물이나 사건이 다른 단편에서도 등장하기 때문에, 이전의 단편을 얼추 기억할 수 있다면 이야기를 좀 더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역시 이렇게 등장인물이 많은 소설은 마지막에 등장인물들을 한 장소에 모아야 제맛이지만, 등장인물들이 너무 많아서... ㅋㅋㅋㅋ 조금은 아쉬운 마무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작가가 ‘이렇게~ 저렇게~ 사람들이 살아갑니다‘라는 의미를 전달하고자 했다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별히 좋았던 세 가지 이야기를 간단히 나열한다.
문우남 : 아내 진선미의 그 호방함, 슬퍼도 힘들어도 하하하하하하하 웃는 그런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소설을 읽는 내내 떠올랐다. 이런 아내, 나도 만나고 싶다.
남세훈 : 콜라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고등학생. 이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신사 할아버지가 꽤 인상적이었다. 나도 이렇게 늙을 수 있다면..
윤창민 : 연애 이야기. 사람이 좋아서 사람이 끊기지 않는 여자친구 소은과의 에피소드가 부러웠다.

가볍게 읽기에 괜찮은 장편소설이자 초단편소설집이다.
각각의 단편들을 읽을 때마다 충분히 몰입해서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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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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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있습니다★★

8개의 하드 SF 중단편집.
‘테드 창‘의 명성을 여러 번 들었던 터라 이번에 도전해 봤다. 어쩌면 올해 최고의 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함께.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니었다. 큰 기대감으로 인한 실망을 감안하더라도, 그렇게 극찬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아이디어와 소재는 기발하다. 다수의 소설에서 현재 지구와는 다른 자연법칙이 지배하는 환경을 설정한다. <바빌론의 탑>에서는 하늘에 천장이 있다는 설정을, <일흔두 글자>에서는 현대 과학이 미신, 거짓이라고 증명한 신비학이 과학이라는 설정을, <지옥은 신의 부재>에서는 천사들이 실제로 강림하여 물리적인 영향력을 주는 설정을 이용한다.

<바빌론의 탑>에서 수직적으로 한계가 없는 환경, 즉 끝없이 올라가는 탑을 묘사하는 건 꽤 사실적이어서, 글을 읽으면서 감탄했다. 올라가고 내려가는데도 수십 일이 걸리기 때문에, 아예 탑 중간중간마다 공동체를 형성하여 생존한다. 이 단편을 읽다가 잠깐 잠들었는데, 거의 벗어날 수 없는 탑에서 평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묘사가 주는 불안함 때문이었던 걸까, 자다가 깼을 때 그렇게 찝찝하고 불쾌할 수가 없었다. 낮잠 속에서 이 소설을 계속 곱씹었달까.
<이해>는 마치 영화 <루시>가 떠올랐는데, 이 소설 역시 묘사가 생생했다.

아쉬운 점은 명백하다. 글은 잘 쓰지만, 감정적인 임팩트나 울림이 미미하다. 결말에서조차 ‘그럴 수 있겠다‘, ‘그렇구나‘라는 기분을 느낄 정도로, 소설 내 등장인물들이 주는 감정선의 영향력이 희미하다.

리뷰를 쓰고 소설을 복기하면서, 이 소설집의 여운을 느낄 수 있을 것도 같다. 먹을 때는 잘 몰랐지만, 되돌아보고 곱씹으면서 나름 괜찮았다고, 아니 좋았을지도 모르겠다고 입맛을 다시는 느낌이다. (이게 하드 SF의 맛일까.)
나무위키에 줄거리를 비롯한 간단한 설명이 있으니, 생각나면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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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단편에 대해 간단한 감상평을 남기고 싶다.

<네 인생의 이야기>
표제작. 아무래도 가장 기대를 가지고 읽었다.
‘헵타포드‘라는 외계인과 조우하여 그들의 독특한 문자를 배우면서 미래를 알 수 있게 된다는 설정이 참 독특했다. 인간이 시간에 따라 순차적으로 사고하는 것과 달리, 동시에 시간을 인식하는 헵타포드의 사고를 배우게 되면서, 본인과 딸의 미래까지 알게 된다.
기대만큼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괜찮았던 소설이다. 흥미와 신선함을 잡았다.

<지옥은 신의 부재>
이건 SF 소설이 아니지 않나?
종교 그 자체가 물리적으로도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세계에서 천사 강림에 아내를 잃은 절름발이 남편의 이야기.
결말이 충격적이었다. 고생 끝에 천사의 빛을 받은 닐 피스크는 그렇게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옥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천국으로 간 아내를 만날 수 없음에도 신을 사랑하게 된 주인공을 바라보며, 묘한 기분을 느꼈다.
불공평함, 그게 신앙일까. 이 정도면 약물을 통한 세뇌, 정신개조에 가깝지 않나 하는 기분까지 든다. 묘하다.

<외모 지상주의에 관한 소고 : 다큐멘터리>
외모에 대한 평가를 꺼버릴 수 있는 테크놀로지가 개발된 사회. 통칭 칼리. 칼리를 의무화하려는 캠퍼스를 두고 다양한 사람들의 갖가지 발언을 보여준다.
실생활 그 자체이기 때문에, 생각할 거리를 엄청 많이 준다. 사람의 외모를 평가하지 않는 공동체 속에서 산다면 어떨까? 과연 나라면 칼리를 켜고 살까? 섣불리 답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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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마플 2022-08-13 11: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정적인 임팩트나 울림이 미미하다는데 동의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오히려 이책보다 켄리우의 ‘종이 동물원‘이 좋았어요.

성석 2022-08-13 11:49   좋아요 0 | URL
안 읽어봤는데 읽어봐야겠네요ㅎㅎ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