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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A 그리고 좀비 - 제9회 ZA 문학 공모전 수상 작품집
배예람 외 지음 / 황금가지 / 2026년 2월
평점 :
#서평단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국내 앤솔러지이자 단편집이 황금가지에서 (고맙게도!) 계속 출간하고 있는 ZA문학상 수상 작품집이다.
좀비 자체는 징그럽기도 하고 그닥 새롭지도 않아 별로 안좋아하는데, 좀비로 인해 만들어지는 아포칼립스 또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적의 분위기와 사회상이 다양한 작가들의 개성있는 필치로 그려지는 점이 매번 새롭고도 재밌다.
특히나 재밌게 봤던 지난 7, 8회 수상 작품집 '좀비 낭군가'를 포함한 이전 작품들이 전통적?인 좀비 영화, 소설의 문법에 따라 사건 발생 이후의 사회상이자 인간 군상들의 어떤 외형적인 모습을 엔터테인먼트에 중점을 두고 긴박하게 그려냈다면, 이 작품집은 거의 완전히 느낌이 다르다.
개인적으로 느낀 이 작품집의 테마는 '인간'과 '가족'이다. 책에 실린 네 편의 단편들은 하나같이 좀비 발생이후의 사회적 혼란을 그리기 보단 그 사건으로 인해 드러나는 인간성 상실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즉, 기존의 다양한 작품들이 좀비 발생 이후에 뒤집어진 사회의 문법덕에 인간성이 '잠시'훼손되었다 (해피엔딩을 통해) 복구되는 과정을 그린다면, 이 작품집은 이미 이 잔인한 사회 속에서 상실되어버린 인간성(우리는 그런지도 인식하지 못한)의 민낯이 좀비라는 촉매제 또는 매개체를 통해 불편하게 드러나는 과정을 보여준다.
특히, 이 과정에서 자신과 가장 가까운 '가족'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깊은 고뇌가 이 작품집의 독특한 개성이다.
액션 스릴러 영화라면 좀비에 물린 또는 좀비떼에 같혀 뒤처진 가족에 대해 오열하고 슬퍼하긴해도 그 슬픔은 잠깐이다. '산 사람은 살아야되므로' 훌훌털고 나간다면, 이 작품집에선 좀비가 된 이후에 그렇게 쉽사리 털어버리지 못한, 남겨진 가족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대한 어려운 결정을 요구한다.
네 개의 작품 모두 이런 깊은 철학적, 문학적 고민을 바탕으로 쓰여져 있기에, 채 200페이지도 안되는 작은 책이지만 분위기가 상당히 무거울 뿐 아니라 가독성이 그리 높진 않다.
얼마전 읽었던 '괴물 요리사'가 엔터테인먼트적 관점에 충실하면서도 한 사건을 다양한 시각에서 보는 신선한 시도를 했다면, 이 작품집은 보다 문학적 충실도를 높인 입장에서 다양한 사건을 하나의 시각으로 분석한듯한 느낌을 주었다.
더이상 좀비로 만들 수 있는 이야기가 있을까 싶은 현실에서 다른 의미로 놀라움과 새로움을 준 이야기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