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의 비극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서계인 옮김 / 검은숲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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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사이코패스에게 범죄의 동기는 갖다 붙이기 나름 아닌가?
명성에 비해서는 아쉽다.
(재미-중, 난도-중하)

원제 『The Tragedy of Y』.
드루리 레인 비극 시리즈 4부작의 2번째 소설. (시리즈 첫 작품인 『X의 비극』을 먼저 읽을 필요는 없다.)
출간 당시에는 ‘엘러리 퀸‘이 아닌, ‘바너비 로스‘라는 가명의 저작으로 출간되었다.
세계 3대 추리소설로 꼽히는, 추리소설계의 고전이다.

(간단 줄거리)
① 12월에 실종된 ‘요크 해터‘가 2달 후에 시체로 발견된다.
② 4월에는 해터 가문의 ‘루이자 캠피언‘이 독살당할 뻔한다. (루이자는 보지도 듣지도 못한다.)
③ 6월에는 ‘에밀리 해터‘가 둔기에 맞아 사망한다.
말 많은 해터 가문에 재앙이 들이닥치는데... 섬 경감과 브루노 검사, 그리고 드루리 레인은 사건의 전말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인가!

(전반적으로) 속도감 있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형사와 탐정을 따라가며 단서를 확보하고 사건을 추리해가는 과정도 흡인력 있다.
사건을 풀어가는 캐릭터들뿐만 아니라, 해터 가문과 연관된 모든 캐릭터들이 생동적이다.
개인적으로는 셰익스피어 빠돌이(?)이자 은퇴한 연극배우 ‘드루리 레인‘이 ‘셜록 홈스‘보다 더 매력적이다.
독순술로 청각 상실을 극복하고, 철저한 자기 관리와 범상치 않은 두뇌로 나이를 극복하여 문제의 실마리를 찾아나가는 모습이 멋지기 그지없다. 오만하기 짝이 없는 셜록 홈스와는 달리, 범인과 전말을 알고 나서 고뇌하고 주저하는 모습에서는 레인의 인간적인 면모도 볼 수 있다.

(3대 추리소설?) ‘세계 3대 추리소설‘이라는 명성에 너무 기대가 컸던 탓일까.
가려져있던 베일이 벗겨졌을 때, ‘헉!‘하면서 정신이 번쩍 들거나 화들짝 놀라기를 기대했지만, ‘음? 뭐? 이게 맞아? 말이 돼?‘하는 감정이 훨씬 더 컸다.
말 그대로 납득하기 힘들었다. 범죄의 방법보다 범죄의 동기를 더 납득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드루리 레인‘의 설명을 듣다 보니 그럴 듯 하긴 해서, 책을 덮을 즈음에 이해는 할 수 있었다.
‘추리‘ 소설로 봤을 때는 아쉬움이 남는다.

(핏줄과 유전) 해터 가문을 통해, 유전과 핏줄에 대해서 충분히 생각해 볼 거리가 있다.
포악하기 그지없는 에밀리 해터와 그녀의 핏줄을 물려받은 자녀들...
‘유전적 요인 때문에 천성이 모난 사람들, 그들에게 책임을 부여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 점에 대해 주인공 ‘드루리 레인‘도 고뇌하다가, 나름의 결론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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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병 환자 창비세계문학 59
몰리에르 지음, 정연복 옮김 / 창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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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현재의 시선으로 보면, 오가는 대화의 재미를 제외하고는 특별하달 건 없다.
(재미-중, 난도-중하)

창비 세계문학전집 59권.
불문학을 전공한다면 모를 수가 없는, 아니 몰라서는 안 되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극작가이자 배우 ‘몰리에르(1622~1673)‘의 후기작 3편을 엮었다.
이 작품은 2010년에 출간된 쁠레이아드 총서 『몰리에르 희곡 전집』을 번역 저본으로 삼았다.

수록된 작품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부르주아 귀족』 (1670)
- 돈 많은 부르주아 ‘주르댕‘은 귀족 사회를 너무나도 동경하고, 주변에는 그를 이용하려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귀족이 되려고 안간힘을 쓰는 그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두드러진다.
『스까뺑의 간계』 (1671)
- 두 귀족 가문 아들들의 큐피드를 자처하는 하인 ‘스까뺑‘의 이야기.
그의 원맨쇼에 속아넘어가는 귀족들을 보는 재미가 있다.
『상상병 환자』 (1673)
- 제목 그대로 건강염려증에 걸린 ‘아르강‘은 돌팔이 의사와 약사에게 속아 넘어가고 있다. 자신의 건강을 위해, 딸을 의사와 결혼시키려고 하는데...
멍청하고 이기적인 주인공과 각자의 목적이 있는 주변 인물들이 얽히고설킨다.

(티키타카) 희곡인 만큼, 특히 음악과 춤이 있는 희극인만큼, 티키타카 재미난 말장난과 대화가 많다.
주거니 받거니 하는 짧은 대화는 실제 연극에서 보면 재미없을 수가 없을 것이다.
이러한 대화는 이야기 속 인물들에게 생동감을 주기도 한다.

(풍자의 대상) 『부르주아 귀족』은 제목처럼 이해하기 쉽다.
현시대의 모습과도 크게 다르지 않은 풍자극이다. 부르주아 ‘주르댕‘은 귀족처럼 보이기 위해서 행동과 외형을 꾸미고 인정받으려고 애쓰는데, 그 광경이 우스꽝스럽기만 하다.
유행하는 것과 타인의 부러운 것을 어떻게든 다 해보려고 하는 허영심 가득한 현시대의 모습들을 보면, 이 풍자극은 여전히 유효하다. 개그우먼 이수지의 유튜브 영상을 위시한 각종 패러디 풍자물이 떠오른다.
반면, 『스까뺑의 간계』에서는 어떤 대상을 웃음거리로 만들려고 하는지 파악하기 쉽지 않았다.
귀족 사회에 대한 전반적인 풍자일까? 수록된 세 작품 모두에서 정략결혼에 대해 비판적인데, 유독 이 작품에서 직접적으로 풍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상상병 환자』는 당시 의학계를 풍자하는 작품이다.

(공통점) 세 작품 모두 직접적으로 한 인물을 풍자하는데, 바로 한 가정의 아버지다.
자녀는 자유연애를 추구하는 반면, 아버지는 정략결혼을 요구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물론 모두 아버지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
당시 프랑스 사회에서 아버지의 권위가 얼마나 강력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버지의 권위에 대한 공통적인 풍자가 있다고 봐도 될 것이다.

(총평) 희극인만큼 무대 위 인물들을 상상하면서 재밌게 읽을 수 있는 희곡 대본이다.
마일드한 글은 읽기 시작하면 술술 넘어간다.
재미로만 따지면, 『스까뺑의 간계』가 제일이다.
능청스럽게 말 잘하는 스까뺑이 주변 사람들을 속이는 과정은 꽤 볼만하다.
다만 뻔하고 단순한 스토리와 중간중간 이해하기 힘든 전개는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마일드한 만큼 임팩트 역시 강력하지 않으며, 시트콤처럼 마무리되는 마무리도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17세기 당시 프랑스의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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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심리학 (30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 당신은 왜 부자가 되지 못했는가
모건 하우절 지음, 이지연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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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재테크 시작 전, 마인드셋 하기 괜찮은 책.
극단적인 투자를 일삼는 일부 한국인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유익-중, 난도-하)

원제 『The Psychology of Money : Timeless lessons on wealth, greed, and happiness』.
전 <월스트리트저널> 기자, 현 경제 매거진 [모틀리풀] 칼럼니스트 ‘모건 하우절‘의 출세작이자 대표작.
다른 저서로는 『불변의 법칙』, 『돈의 방정식』이 있다.

2018년, 나는 돈을 다룰 때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잘못된 행동 원인, 편향, 결함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 20가지를 골라 개략적으로 설명한 보고서를 썼다. (20-21p.)
저자는 금융을 과학이 아닌, 소프트 스킬이라고 말한다.
20장에 걸쳐 돈과 관련된 심리, 고정관념과 편견, 제언 등을 늘어놓는다.

(평가) 제목처럼 ‘돈‘에 대한 태도, 역사적 흐름, 현실 등을 이야기해 준다.
구체적인 투자 방법에 대해 기대를 했다면, 이 책에서 얻을 것은 없다.
재테크와 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마음가짐을 다잡기 좋은 내용들이다.
이 책의 내용을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면, 적어도 투자로 쪽박 찰 일은 없을 것이다.
설명과 예시가 적절해서 쉽게 읽을 수 있다. (함께 독서한 친구들은 투자에 관심이 없는 탓인지 읽기 쉽지만은 않았다고 했다.)
얻어 갈 것도 충분한 책으로, 재테크에 대한 방향성을 정하지 못한 독자들이 일독하기 좋은 책이다.
다만 그렇게 깊이 있는 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정리하자면) 책의 요지를 나만의 방식으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① ‘난 모른다‘라는 태도 (예측 불가능한 현실, 안다는 건 착각, 나도 결국 바뀐다)
→ 안전마진이 필요하다 → 목적이 없더라도, 일단 저축하라
→ 극단을 피하라 (작은 확률이라도 파산할 수 있다면 피하라)
② 비교하지 마라 (출발점, 환경, 운, 사람, 성향, 능력 모두 다르다)
→ 자신만의 게임을 하라 (타인의 게임을 하면 절대 이길 수 없다)

(비교는 기쁨을 훔쳐 가는 도둑이다) 내 좌우명이다.
실천하기 쉽지 않아서, 비교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알아차리면 되뇌기도 한다.
저자도 ‘문제는 남과 비교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은 절대 이길 수 없는 게임이라고 말한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은 게 문제다. 실제로든 온라인으로든, 지인의 삐까뻔쩍하거나 색다른 모습을 보게 되면, 마음이 절로 요동친다.
그래서 ‘충분함‘을 가지고, 이에 만족하라고 한다.

(변동성) 15장에서는 장기투자에 도움이 되는 멋진 말을 해준다.
변동성과 불확실성에 제대로 대처하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다. 그냥 참는 것이 아니라 지불할 가치가 있는 입장료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264p.)
변동성은 벌금이 아니다!
장기투자를 하면 많이 흔들린다. 나 역시도 엄청난 변동성을 참지 못하고 팔아버린 주식이 있다. (JOBY)
장기투자하고 싶은 다른 주식도 있는데, 이 글 덕분에 변동성에 대해 조금이나마 둔감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저자의 투자) 20장에서는 저자의 저축과 투자 스토리도 보여준다.
모건 하우절의 방식은 굉장히 보수적이다. 그래서 지금의 나로서는 동의할 수 없다.
대출 없이 저축으로 돈을 모아 집을 샀고, 지금 소유한 투자자산은 저비용 인덱스펀드가 전부라고 한다.
물론 이는 본인 가족들끼리 합의한 투자 방식이며, 타인에게는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모건 당신은 수입이 어마어마하니까, 그렇게 저축만으로 집을 사고, 인덱스 펀드만으로 충분하겠지ㅠ)
하지만 가진 게 없는 나로서는, 인덱스 펀드에 투자해서는 소위 ‘대박‘을 터뜨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전문직 또는 은수저 이상이 아닌데,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개별 주식 투자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큰 리스크를 감수하고라도.
(비판하는 건 아니다. 동의하지 못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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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 준지의 고양이일기 욘&무
이토 준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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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그림체로 웃기는 건 반칙 아니냐고 ㅋㅋㅋ
공포 만화에서나 보던 그림체가 일상 코믹물에도 이렇게나 잘 어울리다니...!
(재미-중상, 웃음 타율-중상)

공포 만화의 거장 ‘이토 준지‘의 일상 코믹 만화책.
약혼자와 동거하기 시작하면서, 고양이 2마리와도 함께 하는 일상 이야기를 소재로 한다.
총 10개의 에피소드를 다룬다.

(그림체) 공포 만화에 어울리는 이토 준지 특유의 기괴한 그림체가 코믹물과 잘 어울린다.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역설적으로도 잘 어울려서 그게 웃음 포인트다.
보통의 이토 준지 만화에서 경악할 만한 순간에 나오는 과장된 감정 표현이, 이 만화에서는 사소한 사건에서도 발현된다. 그래서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낄낄거리면서 본 장면들도 있다.
약혼자를 눈동자 없는 여자로 표현한 것도 웃기다. (그녀의 항의 때문인지 뒤로 가면 눈동자가 생긴다.)
순수 그림 체급으로 독자의 허파에 바람을 불어넣는다. 이건 재능이다.

(이야기) 집에서 포유류를 길러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지만, 고양이 집사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그런 만큼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없다. (탈출, 수술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긴 하다.)
고양이와 연관된 소소한 일상을 소재로 사용할 뿐인데, 그림체 덕분인지 충분히 재밌다.

(총평) 애초에 가볍게 접근했던 만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이토 준지의 팬이라면, 아니 그의 팬이 아니더라도, 심심하면 한 번 읽어보시기를.
별 내용은 없는데, 가볍고 즐겁게 읽으면서 기분 전환할 수 있다.
언젠가 공포 만화에 사용할 소재가 안 떠오다고 한 작가의 글을 봤었는데, 이제는 코믹 만화로 전향해도 괜찮지 않을까? 일상 유머물은 2009년에 출간된 이 작품이 유일무이한 것 같은데...

이토 준지가 여캐를 예쁘게 잘 그리는 걸로 유명한데, 이 만화에서 미녀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예쁜 여자는 없지만, 그래도 예쁜 고양이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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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트란토 성 환상문학전집 2
호레이스 월폴 지음, 하태환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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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아침 드라마 같은 순수 재미만으로 추천해 줄 수 있는 고딕 소설의 아버지.
(재미-중상, 난도-중하)

고딕 소설의 시초라고 불리는 소설 『The Castle of Otranto』.
영국 문학사에서 서한(서간) 작가로 손꼽히는 호레이스 월폴(1717~1797)의 대표작.
이 소설의 공간적 배경처럼, 그는 훗날 자신의 별장을 고딕 양식으로 꾸미기도 했다.

(줄거리) 11세기, 오트란토 성.
영주 만프레드의 아들 결혼식 당일, 아들 콘라드는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검은 투구에 깔려 급사한다.
모두가 불가사의한 사건에 당황하고 있는 와중에, 만프레드는 아들의 약혼자 이사벨라에게 자신과 결혼하자고 말한다.
기겁한 공녀 이사벨라는 도망을 가고, 영주 만프레드는 그녀를 뒤쫓는데...
며칠에 걸쳐 오트란토 성과 그 일대에서 벌어지는 스펙터클한 사건을 다루는 이야기.

(재미지다!) 18세기 중반의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면, 이 책은 엄청난 도파민을 선사하는 소설이 아니었을까?
종잡을 수 없는 전개와 갑작스러운 반전의 연속은 재미없을 수가 없다.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가늠할 수 없게 하는 사건들은, 클래식한 이야기 구성을 예상하던 나의 정신을 번뜩이게 했다. A로 흘러갈 것 같던 이야기가 갑자기 다른 방향으로 튀어버리면서, 마냥 클리셰를 따라가지만은 않는다.
거대한 검은 투구와 같은, 오트란토 성에서 발생하는 불가사의한 현상 때문이 아니다.
등장인물들의 드러나는 정체와 놀라운 언행들 때문이다.

(다른 재미) 전지적 시점에서 인물들의 내면을 속속들이 보여주는데, 이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마음과 불타오르는 정념은 인간의 갈대 같은 내면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작중 악당이자 문제의 시발점인 폭군 만프레드의 내면도 숨김없이 묘사되는데, 유약하게 흔들리는 내면 묘사가 해당 인물을 마냥 미워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그는 실제로 아무런 죄도 범하지 않은 이 농부를 용서해 주고 싶은 마음까지도 들었다. 만프레드는 아무 이유 없이 잔인성 자체를 즐기는 그런 잔인한 폭군은 아니었다. (50쪽)
같은 남자에게 마음을 빼앗긴 마틸다와 이사벨라가 서로를 경계하는 모습, 영웅처럼 등장한 기사가 방금 본 여자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모습, 서로 격식을 차리다가 이판사판이 되는 모습 등 재밌는 묘사가 참 많다.
작중 다양한 러브라인과 구구절절 기나긴 대화도 재미의 한 축을 담당한다.

(고딕 소설) 고딕 소설을 ‘중세 고딕 양식 건물을 배경으로 한, 공포와 사랑의 혼합물‘로 정의해도 괜찮을까?
고딕 소설의 효시로 일컬어지는 『오트란토 성』은, 공포만 빼면 이 정의에 부합한다.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몇 가지 등장하는데, 그다지 공포스럽지 않다.)
개인적으로 고딕 소설의 핵심은 배경이 주는 분위기라고 생각하는데, 이 점에서 본다면 ‘오트란토 성‘은 충분히 합격이다.
중세 유럽 성이 주는 으스스하면서도 익숙한 이미지, 규모는 크지만 제한된 환경, 비밀통로가 있는 구조... 오트란토 성과 주변 환경이 주는 분위기 자체만으로도 매력적이다.

(총평) 고딕 소설이 주는 분위기, 소설 본연의 재미만으로 추천해 줄 수 있는 소설이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다.
급하게 종결되는 이야기는 확실한 단점이고, 연극을 해도 될 정도로 많은 대화로 인해 늘어지는 전개는 답답하기도 하다. (번역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중세 봉건사회의 여성관과 기독교적 색채의 결합으로, 여성 인물들 역시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한 답답하는, 소설과 상관없는 서문은 건너뛰어도 무방하다.
‘답답 쓰리 콤보‘에도 불구하고, 고딕소설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작품에서, 아침 드라마급 반전과 전개와 재미를 볼 수 있음은 신선하다!
메이저 출판사의 세계문학 전집 라인업에 들어가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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