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서머스 1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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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소설을 읽고 주관적인 평을 남깁니다.

스티븐 킹의 2021년 작품. 이렇게 빨리 한국어로 번역 출간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는데, 장르소설 시장에서 한 따까리 하는 <황금가지> 출판사가 또 한 건 해냈다.

<줄거리>
은퇴를 생각하는 44세 청부살인업자 저격수 ‘빌리 서머스‘는 마지막 한탕으로 200만 달러짜리 의뢰를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전의 의뢰들과는 달리, 치고 빠지기가 불가능하다. 풍경 속으로 녹아들어서 때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빌리는 작가로 위장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쓰면서 저격의 대상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는데...

빌리가 쓰는 자신의 불우한 어린 시절 이야기가 액자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쓰면서 잠들어 있었던 아픈 과거를 맞닥뜨리게 된다.
(어린 여동생의 죽음, 책임감 없는 엄마와의 헤어짐, 아동 위탁소에서의 날들, 그리고 해병대원으로서 임무를 수행하던 시절.)
독자는 빌리의 과거를 알아가면서, 그의 생각과 심정을 좀 더 세밀하게 알 수 있다. 빌리 1인칭 시점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작가 스티븐 킹이 빌리 서머스의 삶을 살아본 적이 있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사소한 부분까지 묘사해서 현실성을 더해가며 독자의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주는데, 역시 스티븐 킹은 엄청난 스토리텔러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빌리가 자신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 다른 사람으로 위장을 하고 이웃들과 가까이 지내는 상황을 보는 재미가 있다.
이웃들과 친해지면서 이번 의뢰를 맡은 걸 후회하는 한편(그렇게 가깝게 지내던 이웃이 청부살인업자라니!), 이미 선금 50만 달러를 받았기 때문에 의뢰를 취소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갈등하고 속상해하는 빌리가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보는 재미도 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사람 좋은 빌리 서머스에게 감정 이입하면서 그의 일이 잘 풀리기를 기대하게 된다.

1권만으로 소설 전체를 판단하기에는 많이 섣부르다. 1권만으로도 흥미진진하지만, 아직 조금씩 끓어오르는 중이다. 메인이벤트인 줄 알았던 저격 의뢰 달성 여부는 부차적인 요소로 느껴진다.
1권에서는 탄탄하게 빌드 업을 하다가, 막판에 주인공 빌리에게 돌발 상황 하나가 생겼다.(위기에 처한 젊은 여자를 구했다. 생뚱맞은 상황이다.)
2권에서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그래서 기대된다. 킹이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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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 놀이
크리스토프 하인 지음, 박종대 옮김 / 작가정신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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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언젠가 중고서점에서 구입한 책. 아마도 제목에 끌렸던 것 같다.

★★스포 있습니다★★

(1900년대 중반~후반 배경) 자칭 놀이꾼인 주인공은 어렸을 때부터 본능적으로 ‘놀이‘를 찾고 즐겨왔다. 파란만장한 삶을 보내며 변호사가 된 그는 정치에도 발을 담그게 된다. 오로지 놀이를 위해서 한 남자를 살해하는데, 그는 이를 ‘불가피한 살해‘라고 부르며 본인의 죄를 부정한다.
이 이야기를 자신의 변호사 피아르테스에게 1인칭 독백으로 편지한다.

시작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주인공의 놀이론論이 새로웠고, 어린 시절 아버지의 사탕 공장에서 있었던 일이 어이가 없으면서도 웃겨서 기대감이 커졌다. (꼬마 주인공이 공장 여직원들의 무릎에 올라가 뒤통수로 여자들의 가슴을 부비는... 그러면서 여성들의 반응을 즐기는... ㅋㅋㅋㅋ)
하지만 흥미가 점점 감소하면서, 거의 한 달 만에 이 소설을 다 읽었다.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은 금세 바닥났고 주인공의 독백은 지루해졌다.

뛰어난 머리를 지닌 주인공은 변호사가 되어 승승장구하면서 일 속에서 놀이를 즐기다가, 더 재밌는 놀이를 위해 정치판에 스며든다. 오랫동안 재미를 느끼던 정치판에서도 흥미를 잃은 주인공은 살해를 결심한다. 단지 놀이를 위해서. 놀이로 끝낼 수 있는 대상을 탐색하다가 결국 적절한 대상을 발견하고 조사한 후 지하철에서 당구 큐대로 관자놀이를 터뜨려버린다. 미친놈. 지극히 평범하고 특색 없는, 없어져도 큰 티가 안 나는 대상을 선정했다고 하는데, 이 대목에서 쳇바퀴 돌듯 살고 있는 현대인을 저격한 듯한 기분이 든다.

놀이꾼인 주인공의 놀이론과 삶을 통해서, 작가는 독자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 노예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 놀 때마저 레저 산업의 노예가 되는 사람들.
- 대조적으로 인생을 하나의 놀이로 받아들이고 즐기는 주인공.

주인공은 나폴레옹을 탁월한 놀이꾼에 비유했는데, 관련 내용은 사진으로 일부 첨부했다.
나폴레옹의 모스크바 원정의 실패와는 달리, 주인공은 베른하르트 바크날 살해 후에도 몰락하지 않는다. 출소 이후 오히려 본인의 변호사와 한 인간의 몰락을 목표로 놀이를 하려고 한다.

읽으면 읽히긴 하는데, 그다지 재미를 느낄 수는 없었다.
놀이꾼이 말하는 놀이에 대해서도 좀 더 곱씹어 봐야 할 것 같다.

한 줄 평 : 미친 놀이꾼 뵈를레 씨의 <놀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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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소년 2022-09-09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거운 추석 연휴 되시길바랍니다. ㅎㅎ

2022-09-09 2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채근담 2 만화중국고전 28
채지충 지음 / 대현출판사 / 199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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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충의 <채근담> 2권.
독자가 내면을 잘 다스릴 수 있도록 지침과 조언을 건네준다.
굉장히 도가스럽다. 자연, 여유, 비어있음, 집착 없음, 고요함 등의 키워드를 통해 외부의 상황에 흔들림 없는 태도를 가지라고 말한다.

- 인생은 마치 꼭두각시놀음과 같아서, 줄을 잘 잡고 한치라도 실수 없이 마음대로 풀고 당기면, 움직임과 멈춤이 내 손안에 있어 타인에 의해 조금도 간섭받지 않는다. 이래야만 놀음에서 벗어날 수 있다. 만약 자기의 마음을 장악하여 외부의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 자유를 누릴 수 있다.
- 모든 일은 그 즐거움을 누리면 되지, 훌륭한 맛과 겉모습에 치우칠 필요가 없다. 항상 유유자적하고 환경을 따라 편안히 지내면 된다.

책 말미에 부록으로 <아이디어 대공개>가 있는데, 채지충이 만화를 언제 어떻게 그리는지 보여준다. 보너스 느낌이다.

책 내용이 당장의 나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았지만, 사진으로 찍어서 저장한 몇몇 컷들은 종종 나를 환기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채근담을 가볍게 맛본 기분!

한 줄 평 : 채근담. 유가의 서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도가스러운 내용이 상당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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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 1 만화중국고전 27
채지충 지음 / 대현출판사 / 199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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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채근담 2권 중 1권.
동양적인 처세술과 조언집으로 봐도 무방할 듯하다. 양보, 베풂, 조화, 중도 등을 이야기한다.
은근히 정신 들게 하거나 도움 되는 글귀가 많다.

- 군자는 조물주의 틀에 구속되지 않는다.
- 사람에게 병이 많은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일생 동안 병이 없는 것이 근심이다.

나의 과거와 행동을 떠올리고 비교하면서 읽으니 더 와닿는 기분이랄까. 괜찮았다.
물론 나는 채근담에서 말하는 이상적인 인간상과는 거리가 먼, 소인배스러운 사람이지만.. 허허허
줄글로 풀어쓴 채근담을 읽어보는 것도 꽤 도움이 될 성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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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벚꽃의 비밀
유순열 지음 / 에세이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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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을 메인으로 하는 소설을 읽고 나서, 전자도서관에서 벚꽃을 검색하다가 호기심이 동해서 읽었다.

일본의 꽃 하면 바로 떠오르는 벚꽃.
벚꽃이 한국과 일본 양 국가 사이에서 가지는 의미를 추적해 본다.
일본에서 벚꽃이 가지고 있던 의미와 상징, 벚꽃을 이용하여 드러냈던 군국주의적 야망, 일본 제국에 대한 향수, 패망 이후 일본의 태도와 변화 등이 한국과의 역사적 관계 속에서 어떻게 인식될 수 있는지 알아본다.

일본인이 무슨 의도로 벚나무를 기증했는지, 벚나무 기증에 담긴 역사적 함의가 무엇인지 해석하는 것이 이 책을 쓰게 된 동기이자 핵심 목표이다. (책 속에서)

메이지 유신 이후 급성장한 일본은 조선을 야금야금 침략하면서 벚꽃 묘목을 많이 심는다. 조선의 궁궐인 창경궁은 벚꽃으로 둘러싸인 창경원으로 변모한다. 일제강점기 동안 한반도에서 벚꽃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1945년 해방 이후 이승만의 정책과 국민 정서에 따라 벚나무는 빠르게 줄어든다. 재일 동포와 일본인의 벚꽃 묘목 기증은 꾸준히 이어지는데, 박정희가 대통령이 되면서 벚꽃은 다시 부활한다. 박정희의 취향에 따라 국회 뒷길, 여의도 서로가 벚꽃으로 뒤덮인다. 벚꽃에 대한 반감은 제주도 원산지설로 침묵시켜버린다.

평소에는 별생각 없이 정말 이쁘다고만 생각했던 벚꽃에 이러저러한 의미와 역사가 있을 줄은 몰랐다.
일본인들이 엄청난 돈을 쓰면서 벚꽃 묘목을 기증하고 심지어 직접 관리까지 했다는 사실은 괜한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순수한 의도로 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확실한 물증이나 악한 영향력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벚꽃을 군국주의적 야망 실현 프레임으로 이용했다.
˝천황을 위해 사쿠라 꽃잎처럼 지라˝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주입하고 세뇌하여, 결국 가미카제라는 반인륜적인 전술이 탄생했다. 가미카제에 차출된 사람들의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천황과 조국 일본을 위해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고, 훗날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될 수 있다고 스스로 되뇌면서 죽음을 향해 꾸역꾸역 걸음을 내딛는 심정은 너무나도 고통스러웠을 것 같다.

아들이 특공 작전에 배속된 것을 알고 목을 매단 어머니도 있고, 아들의 머리카락과 손톱이 들어 있는 상자를 받은 다음 물속에 몸을 던진 어머니도 있었다. 이보다 더한 비극은 출격하지 않은 채 종전을 맞아 귀가한 아들이 어머니의 자살을 알게 되는 일이다. (144p)

이승만과 박정희의 벚꽃에 대한 입장을 비교하는데, 벚꽃에 대한 입장만 다를 뿐, 이승만은 친일파 제거는커녕 정치적 입지를 위해 친일파들을 대거 등용했고, 박정희는 창씨개명을 2번이나 했던 전적이 있고 날치기 한일협정을 하는 등, 한국에서 과거 친일 세력을 전혀 처단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서글프게도 한국은 일제의 잔재를 토대로 피어났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이제 와서 벚꽃에 대해 뭔가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거니와, 뭘 어떻게 하려는 움직임 자체가 굉장히 이상한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유라시아 전체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는 벚꽃은 한국에서도 아름다운 자연물 그 자체이다.
반일 감정이 극심했던 2019년도에도 벚꽃에 대해서는 별 태클이 없었던 걸 보면, 이제는 벚꽃과 일본의 과오와 태도는 확실히 구분된 듯하다. 혹여나 일본의 국화 벚꽃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면, 근거가 빈약한 제주도 원산지설에 두들겨 맞을 뿐이다.
늦었다. 시대도 일본의 적극적인 반성에 제동을 걸었다. 소련이 급부상하면서 전범들은 다시 요직을 차지하고 우익들은 다시 날개를 펼쳤다. 지나간 과거보다 닥쳐오는 소련의 공산화가 더 무서웠던 미국도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어쩌겠나. 벚꽃에 그런 어두운 과거, 아니 벚꽃을 이용해먹었던 일본의 어두운 과거가 있음을 알고 다시 반복하지 않아야지.

한 줄 평 : 아름다운 벚꽃을 이런 과거와 현재가 숨어있다니, 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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