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체호프를 편다. 을유세계문학전집 '체호프 희곡선' 중 '갈매기'로부터 옮긴다. 니나의 손 안엔 콩알 한 개가 있다. 아무것도 없는 게 아니라.

Pixabay로부터 입수된 형준 김님의 이미지 


키링북이란 게 있네?





니나(주먹 쥔 손을 트리고린 쪽으로 내밀며) 짝수일까요, 홀수일까요?

트리고린 짝수.

니나(한숨을 짓고) 아니에요. 제 손에는 콩알이 한 개만 있어요. 배우가 될 것인지 안 될 것인지를 점쳐 본 거예요. 누가 조언이라도 해 주면 좋을 텐데.

트리고린 그런 건 조언받을 수 있는 일이 아니랍니다. - 제3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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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회 작가가 쓴 '내향인의 도쿄' 중 가장 인상적인 글 '논알코올 도쿄'로부터 옮긴다. 도쿄에 여행 가서 현지의 단주 모임을 찾아가다니 대단하지 않은가. 처음 간 모임은 영어로 진행하는 곳이었고 일어가 더 편한 저자는 일어로 말하는 딴 모임을 찾아내 또 참석한다.

사진: Unsplash의ayumi kubo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로 알게 된 작가이다.






- 저는 도쿄를 여행 중인 한국인입니다. 사 년 정도 술을 마시지 않았어요. 그런데 일본에 오니까 텔레비전만 틀면 맥주 광고가 나오더라고요. 절로 술 생각이 났어요. 한 잔만 마실까. 여행 중이니까 괜찮지 않을까. 사 년이나 안 마셨으니까, 취하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요.

달아오르는 얼굴을 숨기듯 고개를 푹 숙이자 조금 마음이 진정된다.

- 저에게는 술이 용기였어요. 저는 겁이 많고 낯도 많이 가리는데요. 술을 마시면 힘이 나고 외향적이 되고 사람들도 대면할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점점 가까이했던 술이, 어느새 습관이 되어 제 삶이 돼 있었어요.

말하는 나조차 듣기 괴로운, 엉망진창 일본어를 사람들은 그저 듣는다. 두근대는 심장 소리를 느끼며 한참을 떠들고는 인사로 마무리한다.

- 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시간 반이나 이어진 모임이 어느새 마무리된다. 모임 내내 얼굴에 은은한 미소를 짓던 중년 남성은 도쿄의 단주 모임 일람표를 건넨다.

시간이 되면 또 들러보라면서.

도쿄에서의 두 번째 단주 모임을 마치고 구민회관을 빠져나온다. 잠시 서서 숨을 골라야 할 정도로 강도 높은 모임이었다. 심호흡을 여러 번 하고, 두 눈을 몇 번 끔뻑이며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가슴속으로 부드러운 공기가 밀려온다.

오길 잘했어. 잘 버텼어.

남은 일정 동안 티브이에 술 광고가 나와도 흔들리지 않을 것 같다. 나는 맨정신으로 앞을 향해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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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향인의 도쿄'(김신회)로부터 옮긴다. 술을 끊은 저자는 도쿄에 가서 맥주 광고를 보며 맥주가 마시고 싶어지자 현지에서 단주 모임을 찾아간다. 본인에겐 심각한 일이지만 읽는 이에겐 웃음을 안겨준다. 미안해요, 작가님. 웃긴 걸 어떡해요. 저자는 코미디작가 출신이다.

사진: Unsplash의ayumi kubo


'도쿄 싱글 식탁'이 김신회 작가의 첫 책이다. 






단주 모임은 어느 나라건 있다.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내일 저녁 롯본기의 한 교회에서 단주 모임이 열린다고 한다. 내일은 여기에 가야지. 그 다짐만으로도 마음에 평안이 오백 시시쯤 채워진다.

참석한 사람 대부분이 백인이다. 영어로 진행되는 모임인가 보다. 아니나 다를까 사회자가 거침없이 영어로 모임의 시작을 알린다. 영어로만 진행되는 단주 모임은 처음이라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한다.

다 함께 ‘평온을 구하는 기도’를 읊는 것으로 모임이 끝난다. 그것조차 영어로 진행되어 또 한 번 엉터리 립싱크를 할 뿐이다. 영어 단주 모임에 참석하고 나니 절로 술 생각이 나네. 안전한 참여를 위해서는 일본어로 진행되는 모임을 찾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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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냐, 붉은 길에서 인문학을 만나다'(권은중) 중 볼로냐 출신 라비니아 폰타나에 관한 부분으로부터 옮긴다.

Portrait of Antonietta Gonzalez, 1595 - Lavinia Fontana - WikiArt.org


라비니아 폰타나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6460139&cid=63854&categoryId=63854





볼로냐 대학 출신 여성 가운데는 예술가도 많았다. 그 시작은 볼로냐 대학 박사 출신으로 로마 교황청의 전속 화가가 된 볼로냐 여성 라비니아 폰타나Lavinia Fontana, 1522~1614를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

폰타나는 중세 이전의 성화와 다른 성화의 전형을 개척했다고 평가받는 인물이다. 르네상스의 그림이 고전에 대한 충실한 해석 혹은 모방이었다면, 그녀는 거기에 자신의 주관을 입혔다. 이른바 매너리즘 그림이었다. 매너리즘mannerism은 이탈리아어로 ‘전형’이라는 뜻의 ‘마니에라maniera’에서 나온 미술 양식으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와 같이 위대한 미술가의 작품을 모델로 삼아 거기에 자신의 생각을 부여했던 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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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의 출처는 '나만의 도슨트, 오르세 미술관'(서정욱)이다.

Young Girls at the Piano, 1892 - Pierre-Auguste Renoir - WikiArt.org







음악을 좋아했던 르누아르는 종종 피아노와 어린 소녀를 주제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모네가 대성당 시리즈를 그린 것처럼 자신도 피아노 시리즈를 남기고 싶어했던것으로 보입니다. 마침 프랑스 정부로부터 뤽상부르 미술관에 전시할 그림을 요청 받습니다. 그때 몇 점의 작품을 조금씩 다르게 그렸는데, 그중 하나가 오르세 미술관에 있습니다.

<피아노 치는 소녀들>을 볼까요? 피아노 의자에 앉아있는 금발의 소녀는 왼손으로 악보를 잡고 눈으로는 뚫어지게 보며 오른손으로 건반을 누르고 있습니다. 그 옆의 또 다른 갈색머리 소녀는 오른손으로 의자 등받이를 잡고 왼팔은 피아노에 기대어 서있습니다. 눈은 앉아있는 소녀와 같이 악보를 읽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르누아르의 후기 작품으로 환상적인 색채와 작품을 구성하는 곡선들이 아름다움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고통은 사라지지만 아름다움은 남는다"라는 그의 말처럼 르누아르의 그림은 이처럼 사랑스럽고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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