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회 작가가 쓴 '내향인의 도쿄' 중 가장 인상적인 글 '논알코올 도쿄'로부터 옮긴다. 도쿄에 여행 가서 현지의 단주 모임을 찾아가다니 대단하지 않은가. 처음 간 모임은 영어로 진행하는 곳이었고 일어가 더 편한 저자는 일어로 말하는 딴 모임을 찾아내 또 참석한다.

사진: Unsplashayumi kubo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로 알게 된 작가이다.






- 저는 도쿄를 여행 중인 한국인입니다. 사 년 정도 술을 마시지 않았어요. 그런데 일본에 오니까 텔레비전만 틀면 맥주 광고가 나오더라고요. 절로 술 생각이 났어요. 한 잔만 마실까. 여행 중이니까 괜찮지 않을까. 사 년이나 안 마셨으니까, 취하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요.

달아오르는 얼굴을 숨기듯 고개를 푹 숙이자 조금 마음이 진정된다.

- 저에게는 술이 용기였어요. 저는 겁이 많고 낯도 많이 가리는데요. 술을 마시면 힘이 나고 외향적이 되고 사람들도 대면할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점점 가까이했던 술이, 어느새 습관이 되어 제 삶이 돼 있었어요.

말하는 나조차 듣기 괴로운, 엉망진창 일본어를 사람들은 그저 듣는다. 두근대는 심장 소리를 느끼며 한참을 떠들고는 인사로 마무리한다.

- 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시간 반이나 이어진 모임이 어느새 마무리된다. 모임 내내 얼굴에 은은한 미소를 짓던 중년 남성은 도쿄의 단주 모임 일람표를 건넨다.

시간이 되면 또 들러보라면서.

도쿄에서의 두 번째 단주 모임을 마치고 구민회관을 빠져나온다. 잠시 서서 숨을 골라야 할 정도로 강도 높은 모임이었다. 심호흡을 여러 번 하고, 두 눈을 몇 번 끔뻑이며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가슴속으로 부드러운 공기가 밀려온다.

오길 잘했어. 잘 버텼어.

남은 일정 동안 티브이에 술 광고가 나와도 흔들리지 않을 것 같다. 나는 맨정신으로 앞을 향해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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