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UnsplashBrock Kirk





"여자를 믿지 않는 이 세상에서 여자인 너조차 네 자신을 믿지 않으면 누가 너를, 여자를 믿어주겠니?"

"모험을 하지 않고 어떻게 젊은 학자를 키울 수 있습니까? 당신들이 젊었을 때 누군가가 모험을 감행하며 당신들을 믿어주지 않았다면, 당신들은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이 젊은 여성신학자를 부를까 말까 왈가왈부하며 토론하지도 못했을 겁니다."

"젊은 여성이여, 오늘부터 당신의 삶은 이제까지 살아온 삶으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바뀔 겁니다. 하느님이 당신을 축복하시기를!"

"도자기처럼 깨질 듯이 작고 섬세한 몸에서 세상을 뒤집는 무서운 말을 하는 동양의 젊은 여성신학자"라는, 거의 오리엔탈리즘에 가까운 논평들이 서양 신문, 잡지들에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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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창작과비평 여름호 수록작, 2014년 문지문학상 수상작이다.



남자는 추워서 코트를 여미며 말했고 기타를 메고 가방을 든 채로 코트까지 여미니 뭔가 아주 바빠 보였다. 나는 왠지 화가 치밀어 아니 치미는 화를 참을 수 없어 당신 내일 뭐 해 이제 뭐 해 다음 주는 뭐 해 소리를 질렀고 남자는 내 어깨를 흔들었다. 나는 앞뒤로 흔들거렸다. 힘이 없어서 서 있을 힘만 있는 사람처럼.
- P43

그러나 나는 그 모든 것들과 함께 오래 살아남을 것이다. 아침에는 아침을 먹고 겨울에는 눈이 오고 눈이 아무것도 가져다주지도 가져가주지도 않는다. 이 눈을 맞으면 죽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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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블리아고서당사건수첩'의 진짜 주인공은 나쓰메 소세키의 '그후'와 다자이 오사무의 '만년'이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그후'에도 나쓰메의 책 '그후'가 나온다.

나쓰메 소세키 '그후' 원고  - 漱石全集刊行会『漱石全集 第五巻』漱石全集刊行会、1936年6月10日。国立国会図書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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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Laila Zouaki


https://youtu.be/xowf5fFsg_4 Chopin: 12 Etudes, Op. 25 - No. 11 in A Minor "Winter Wind" 손열음




겨울 산속에 있다 보면 죽은 나무에도 꽃이 피는 것을 보게 된다고, 해가 뜨자마자 그 꽃이 거짓말처럼 사라지는 것도 보게 된다고. 햇빛이 서서히 산 아래쪽으로 밀고 내려왔다.

태백산맥 너머에서 누그러진 바람이 불어오면 금세 봄이었다. 그러면 둘은 고원을 내려가야 했다.

추위는 여전했지만 바람이 볼에 닿는 느낌은 하루하루 달라졌다. 영원히 겨울일 것 같았던 횡계고원에도 봄기운이 올라오고 있었다.

고원 밑에는 봄이 완연했다. 송천을 덮고 있던 얼음도 어느새 녹고 천변가로는 꽃다지 꽃이 노랗게 피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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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동네 산책 중 꽃봉오리가 잔뜩 부풀고 있는 목련나무를 본 후 최은미 소설집 '목련정전'을 읽기 시작. 첫 작품 '창 너머 겨울' - 아, 아직 겨울이 다 안 끝났네. '눈으로 만든 사람'을 지배하는 어둠의 힘이 여기 이미 있다. 이 단편이 2014 젊작상 작품집에도 있기에 찾아 보니 작가노트에 저자가 밝히길 2011년 11월 아래 기사 그리고 사진이 모티브가 되었다고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507111.html

Pixabay로부터 입수된 HeungSoon님의 이미지 (2020년 3월 23일 게시)





내 것이 될 수 없는 것이 내 앞에서 빛날 때, 반짝일 때, 아름다울 때, 그럴 때의 슬픔이 그 안에 있었다. 여자가 서 있는 곳은 겨울햇빛 속이었고 여자 뒤로는 겨울로도 햇빛으로도 걸어들어갈 수 없는 한 남자가 보였다. (작가노트 최은미)

말하자면 이건, 당신도 그래?의 소설, 나도 그래.의 소설인 거죠. 그런 소설이 당신과 내가 가진 어떤 창에 성에처럼 끼었네요. (해설 전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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