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커상 수상 작가 리디아 데이비스의 단편이 실린 작품집이라기에 이 책으로부터 이 분이 쓴 것을 읽고 또 이 분이 고르고 해설을 붙인 딴 작가의 것도 읽었다. 근데 리디아 데이비스가 쓴 소설보다 그녀가 고른 소설이 더 맘에 들고 데이비스의 해설도 참 좋다! 멋진 작품, 멋진 해설, 훌륭한 앙상블. 물론 내 개취. 


[에미 무어의 일기 | 제인 볼스

화자, 서술, 유머 모든 것이 명징하다 - 리디아 데이비스]


헨리 호텔이란 곳에서 글을 쓰는 마흔일곱 살의 여성이 등장하는 제인 볼스의 이 단편 '에미 무어의 일기(1973년 작)'는 누런벽지(샬롯 길먼), 19호실로가다(도리스 레싱), 작업실(앨리스 먼로), 호텔뒤락(애니타 브루크너) 같은 특이하면서도 보편적인 클래식한 분위기를 전달한다. 


제인 볼스 https://en.wikipedia.org/wiki/Jane_Bowles


나는 편지에 헨리 호텔에 와 있는 이유를 정당화하거나 적어도 설명하려고 시도하지 않고는 이곳에서 계속 실험적으로 살아갈 수가 없어. 당신은 생각을 분명히 다듬어야 한다고 느낄 때마다 글을 쓰라고 독려했잖아. 하지만 내 행위를 정당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지. 그러나 나는 내 행위를 정당화할 필요를 분명히 느끼고, 간절히 바랐던 변화가 일어날 때까지는 계속해서 이 필요를 느낄 거라고 확신해. 오, 나는 당신을 너무 잘 알아서 이즈음 당신이 끼어들어 너무 많이 기대하지 말라고 경고할 것까지 알고 있어. 그러니 변화 대신 간절히 바랐던 발전이라고 말해야겠어. 하지만 그때까지도 나는 매일 자신을 정당화해야만 해. 어쩌면 당신은 매일 편지를 받을지도 몰라. 어떤 날은 반드시 토해내야 하는 울음처럼 글을 쓰고 싶은 욕구가 목구멍에 걸려 있어. - 에미 무어의 일기 | 제인 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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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에 대해 찾아보다가 수잔 손택이 1990년대 유고 내전 당시 사라예보에서 그 연극을 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 있다. [‘고도’를 기다리는 변방의 배우들]https://www.joongang.co.kr/article/3371393#home (2008)


손택의 글 '사라예보에서 고도를 기다리며'는 우리 나라에 번역된 책 '강조해야 할 것'에 실려 있다. https://www.nybooks.com/articles/1993/10/21/godot-comes-to-sarajevo/ (원문)


지금 또 저기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중이다. 어떤 용자가 그곳에서 고도를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그리고 여기 우리도 우리의 고도를 여전히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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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라예보의 수전 손택
    from 에그몬트 서곡 2023-11-06 20:35 
    '수전 손택의 말 : 파리와 뉴욕, 마흔 중반의 인터뷰'(수전 손택,조너선 콧 지음, 김선형 옮김) 서문으로부터 발췌한다.Susan Sontag square in Sarajevo By Jennifer Boyer from Fredrick, Maryland, USA - Uploaded by Smooth_O, CC BY 2.0, 위키미디어커먼즈[극단 동숭무대 25주년 기념공연 '고도’] http://www.thepreview.co.kr/news/article
 
 
 

맙소사, 여성참정권을 이렇게 늦게 인정하다니! 여주인공의 이름이 '노라'이다.  [거룩한 분노, 스위스의 여성참정권 투쟁을 유쾌하게 풀어낸 영화]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90569#relay_news_area (김소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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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당시 극장에서 본 영화인데 넷플릭스에서 이 영화가 내일 내려간다기에 챙겨봤다. 원래는 본 영화 또 잘 안 보지만 올해 호랑이해라 호랑이 기운이 들어왔나? 기본 줄거리야 당연히 기억하지만 망각한 잔가지들 덕택에 안 지루하게 봤다. 


씨네21 인터뷰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89851 고현정 - 나의 호랑이는, 나


영화 속 구 남친(이진욱)은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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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ncil graffiti von Mary Poppins in der Freiburger Lutherkirchstraße 3 By Andreas Schwarzkopf - Own work, CC BY-SA 4.0, 위키미디어커먼즈






"저어,그림자들은 뭐든 통과하잖아요. 그러니까 그림자는 몸 속에 아무것도 없는 것 아닌가요?"

"얘들아, 아무것도 없다면 아무것도 아닌 거지. 하지만 바로 그것, 즉 사물들을 통과해서 그 반대편으로 나오기 때문에 그림자는 현명해지는 거야. 너희들이 너희 그림자만큼의 지식을 갖게 된다면, 내 말을 이해할 수 있을 텐데. 그러면 너희는 정말 커다란 지식을 얻게 되는 거지. 너희 그림자는 너희의 또 다른 부분이란다. 너희 내면의 외면이지. 너희가 내 말을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구나."

"그렇게 설명해 주려고 애쓰지 말아요! 그래 봤자 소용 없어요. 그 애들은 아무것도 몰라요!" -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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