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읽기 얼마 전에 젊은 시절의 메릴 스트립이 주연한 영화 '실크우드'를 보았다. DVD소개에 스포일러가 있다. 대강의 줄거리만 알고 봤는데 실화였다. 더스틴 호프만 주연 '졸업'을 연출한 마이크 니콜스 감독의 작품이다. 


핵발전소에서 일하다가 방사능에 오염된 노동자들의 이야기로 사건발생은 1974년, 영화제작은 1983년이다. 레이첼 카슨은 사건 10년 전인 1964년에 별세했다. 만약 이 사건을 알았다면 레이첼 카슨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고 자기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열심히 행동했을 것 같다. 


영화의 분위기는 과장 없이 차분하고 일상적이다. 교과서 진도 나가듯 내용을 따라가다가 마지막 장면을 마주하고 실제 배경을 알고 나니,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용감한 시대정신을 느끼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첫 수록작 '네 번의 만남'은 미국에서 태어났으나 유럽에서 주로 살았던 헨리 제임스가 쓸 수 있고 쓸 만한 주제와 소재의 단편이다. 


화자와 주인공은 친밀하거나 가깝지는 않지만 특별한 지인-친구 관계이다. 


[그는 천성이 다정하고 사교적이기까지 한 사람이었지만, 사교모임이나 자신의 문학세계 내에서는 적극적인 관찰자이며 참가자였던 반면, 중년 말기까지 사람들과의 관계에 '거리를 두는' 경향이 있었고 '연루되는 것'을 조심스럽게 기피했다.] 출처: 헨리 제임스 - Daum 백과


위의 백과사전에 나온 헨리 제임스의 성격을 감안하면 이 소설 속 화자는 최대한 특별한 친구 노릇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제목처럼 '네 번의 만남'으로 이 작품은 끝난다. 한 번 더 만남이 이루어져 주인공의 그 다음 이야기를 듣고 싶지만 소설은 깔끔하게 종결된다. 


피천득이 수필 '인연'에서 아사코와의 마지막 세번째 만남은 없는 게 나았을 거라고 했던 게 기억난다. 이 작품은 뒷일이 궁금한 마음만 접어두면 네 번의 만남이 충분한 것 같다. 




그녀는 잠시 부채질을 하더니 부드럽고 나지막한 목소리에, 확신에 찬 표정으로 시의 나머지 부분을 암송했다. 다 끝내고 나서는 얼굴을 살짝 붉혔다. 나는 그녀를 칭찬하면서 그 정도면 스위스와 이탈리아를 방문할 자격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내가 진담을 하는지 살피려고 나를 비스듬히 쳐다보았고, 나는 바이런의 시구를 직접 확인하려면 한시바삐 해외여행을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슬프게도 유럽에서는 점점 바이런의 낭만적 정신이 사라져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 P1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esare Borgia Leaving Vatikan By Dandyistik - Own work, CC BY-SA 4.0, 위키미디어커먼즈


체사레 보르자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09b3367b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은 오래전 이탈리아 보르자 가의 초대를 받은 손님보다 나을 것이 하나도 없다. 보르자 가에서는 손님을 초대해놓고 독살해 죽이는 일이 다반사였다.

런던의 의사 존 스노는 병이 발생한 지역을 추적하다가 병이 한 지역에서 시작되었음을 알아냈다.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모두 브로드 가의 한 펌프장에서 물을 길어다 마셨던 것이다. 재빠르고 단호하게 예방에 나선 스노 박사는 우선 펌프의 손잡이를 없애버렸다. 그러자 전염병은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콜레라 병원균을 죽이는 마법의 약(그 당시는 알려지지 않은)을 찾아내서가 아니라 병원균 전파를 차단했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ttps://www.much.go.kr/L/41iHzl43K3.do DDT 살포기 (대한민국역사박물관) DDT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14XXE0069019





1945~1946년 겨울, 일본과 한국에서 이 퇴치를 위해 200만여 명에게 DDT를 사용해 성과를 얻었다.

1950~1951년 겨울, 한국에서 실시된 방제는 놀랄 만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한국 군인들에게 DDT 가루를 뿌렸는데 오히려 이가 더 많이 퍼진 것이다. 이를 잡아 분석한 결과 5퍼센트 농도의 DDT로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나 카레니나에서 산딸기가 키티의 언니 돌리의 아이들이 말썽부리고 장난치는 수단으로 등장한다. 돌리는 생각과 기억에, 키티의 남편 레빈은 관찰과 생각에 각자 골몰한다. 


2017년 국립발레단 공연 안나 카레니나 https://youtu.be/aBFwFsWWTxM


"이 아이가 그리샤랑 산딸기 덤불에 다녀왔는데 거기서…… 이 아이가 뭘 했는지 말하기도 민망하네요. 정말 못된 짓을 했어요. 미스 엘리엇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백번 천번 든답니다. 새로 온 여자는 제대로 하는 게 없어요, 그냥 기계예요……. 생각 좀 해봐요, 어린 여자애가(Figurez vous, que la petite)……." 그리고 돌리는 마샤가 저지른 나쁜 짓을 얘기해 주었다. "그건 뭐 별일 아닙니다. 성격이 나쁜 게 아니고 그냥 장난을 친 거네요." 레빈이 그녀를 안심시켰다.

돌리는 아이를 낳을 때마다 갈라지는 유두의 아픔을 기억하고는 몸서리를 쳤다. ‘그다음에는 아이들이 병이 나지, 정말 두려운 일이야. 그다음에는 아이들 가정교육, 못된 버릇(그녀는 어린 마샤가 산딸기를 가지고 저지른 못된 짓을 떠올렸다.)이며 학교 교육, 라틴어…… 이 모든 것이 정말이지 이해가 안 되고 힘들기만 해. 그중 최악은 아이들의 죽음이지.’ 그러자 다시금 모정을 영원히 괴롭히는 끔찍한 기억, 크루프*로 죽은 젖먹이 막내 생각이 났다. *크루프(croup)는 질식성 호흡곤란증이다. (옮긴이 주)

얼마 전에 돌리와 아이들 사이에 있었던 일이 기억났다.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남자 촛불에 산딸기를 끓이고 입에 우유를 분수처럼 쏟아 넣기도 했다. 그걸 목격한 어머니는 레빈이 있는 자리에서 그들이 망쳐놓은 걸 만들기 위해 어른들이 얼마나 수고하는지 알려주고 컵을 깨뜨린다면 무엇으로 차를 마실 것이며, 우유를 마구 흘린다면 먹을 것이 없어져 굶어 죽을 것이라고 설교를 했다.

‘아이들은 모두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거지. 그게 흥미롭거나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언제나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테니까. 즉 언제나 모든 것이 다 똑같으니까. 그에 관해서는 우리가 생각할 필요도 없는 것이, 다 준비되어 있거든. 그러니까 우리는 뭔가 우리만의, 새로운 걸 고안해 내고 싶어 하는 거야. 그래서 찻잔에 산딸기를 채우고 그걸 촛불에 끓이지를 않나, 서로의 입에 우유를 분수처럼 쏟아 넣질 않나, 그런 행동을 하는 거지. 재미있고 새로운 데다 찻잔으로 마시는 것보다 하등 나쁠 것도 없거든.’

‘그런데 우리도 똑같은 짓을 하고 있지 않나? 이성으로는 자연의 힘의 의미와 인간 삶의 의미를 찾았지만, 나도 그러지 않았던가?’ 그는 생각을 이어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