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수록작 '네 번의 만남'은 미국에서 태어났으나 유럽에서 주로 살았던 헨리 제임스가 쓸 수 있고 쓸 만한 주제와 소재의 단편이다.
화자와 주인공은 친밀하거나 가깝지는 않지만 특별한 지인-친구 관계이다.
[그는 천성이 다정하고 사교적이기까지 한 사람이었지만, 사교모임이나 자신의 문학세계 내에서는 적극적인 관찰자이며 참가자였던 반면, 중년 말기까지 사람들과의 관계에 '거리를 두는' 경향이 있었고 '연루되는 것'을 조심스럽게 기피했다.] 출처: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19j1883b
위의 백과사전에 나온 헨리 제임스의 성격을 감안하면 이 소설 속 화자는 최대한 특별한 친구 노릇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제목처럼 '네 번의 만남'으로 이 작품은 끝난다. 한 번 더 만남이 이루어져 주인공의 그 다음 이야기를 듣고 싶지만 소설은 깔끔하게 종결된다.
피천득이 수필 '인연'에서 아사코와의 마지막 세번째 만남은 없는 게 나았을 거라고 했던 게 기억난다. 이 작품은 뒷일이 궁금한 마음만 접어두면 네 번의 만남이 충분한 것 같다.
그녀는 잠시 부채질을 하더니 부드럽고 나지막한 목소리에, 확신에 찬 표정으로 시의 나머지 부분을 암송했다. 다 끝내고 나서는 얼굴을 살짝 붉혔다. 나는 그녀를 칭찬하면서 그 정도면 스위스와 이탈리아를 방문할 자격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내가 진담을 하는지 살피려고 나를 비스듬히 쳐다보았고, 나는 바이런의 시구를 직접 확인하려면 한시바삐 해외여행을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슬프게도 유럽에서는 점점 바이런의 낭만적 정신이 사라져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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