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에서 산딸기가 키티의 언니 돌리의 아이들이 말썽부리고 장난치는 수단으로 등장한다. 돌리는 생각과 기억에, 키티의 남편 레빈은 관찰과 생각에 각자 골몰한다. 


2017년 국립발레단 공연 안나 카레니나 https://youtu.be/aBFwFsWWTxM


"이 아이가 그리샤랑 산딸기 덤불에 다녀왔는데 거기서…… 이 아이가 뭘 했는지 말하기도 민망하네요. 정말 못된 짓을 했어요. 미스 엘리엇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백번 천번 든답니다. 새로 온 여자는 제대로 하는 게 없어요, 그냥 기계예요……. 생각 좀 해봐요, 어린 여자애가(Figurez vous, que la petite)……." 그리고 돌리는 마샤가 저지른 나쁜 짓을 얘기해 주었다. "그건 뭐 별일 아닙니다. 성격이 나쁜 게 아니고 그냥 장난을 친 거네요." 레빈이 그녀를 안심시켰다.

돌리는 아이를 낳을 때마다 갈라지는 유두의 아픔을 기억하고는 몸서리를 쳤다. ‘그다음에는 아이들이 병이 나지, 정말 두려운 일이야. 그다음에는 아이들 가정교육, 못된 버릇(그녀는 어린 마샤가 산딸기를 가지고 저지른 못된 짓을 떠올렸다.)이며 학교 교육, 라틴어…… 이 모든 것이 정말이지 이해가 안 되고 힘들기만 해. 그중 최악은 아이들의 죽음이지.’ 그러자 다시금 모정을 영원히 괴롭히는 끔찍한 기억, 크루프*로 죽은 젖먹이 막내 생각이 났다. *크루프(croup)는 질식성 호흡곤란증이다. (옮긴이 주)

얼마 전에 돌리와 아이들 사이에 있었던 일이 기억났다.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남자 촛불에 산딸기를 끓이고 입에 우유를 분수처럼 쏟아 넣기도 했다. 그걸 목격한 어머니는 레빈이 있는 자리에서 그들이 망쳐놓은 걸 만들기 위해 어른들이 얼마나 수고하는지 알려주고 컵을 깨뜨린다면 무엇으로 차를 마실 것이며, 우유를 마구 흘린다면 먹을 것이 없어져 굶어 죽을 것이라고 설교를 했다.

‘아이들은 모두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거지. 그게 흥미롭거나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언제나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테니까. 즉 언제나 모든 것이 다 똑같으니까. 그에 관해서는 우리가 생각할 필요도 없는 것이, 다 준비되어 있거든. 그러니까 우리는 뭔가 우리만의, 새로운 걸 고안해 내고 싶어 하는 거야. 그래서 찻잔에 산딸기를 채우고 그걸 촛불에 끓이지를 않나, 서로의 입에 우유를 분수처럼 쏟아 넣질 않나, 그런 행동을 하는 거지. 재미있고 새로운 데다 찻잔으로 마시는 것보다 하등 나쁠 것도 없거든.’

‘그런데 우리도 똑같은 짓을 하고 있지 않나? 이성으로는 자연의 힘의 의미와 인간 삶의 의미를 찾았지만, 나도 그러지 않았던가?’ 그는 생각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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