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다와 스콧 1924


젤다의 단편소설 '미친 그들(원제 a couple of nuts)'은 당연히 젤다와 스콧, 피츠제럴드 부부 본인들을 떠오르게 한다.


'여성과 광기'에 젤다에 관한 내용이 있다.





그는 20년 전에 태어났다면, 또는 시골 타운에서 태어났다면, 금발 퐁파두르 가발을 쓰고 마을 잡화점 직원으로 일했을 사람이었다. 그는 우리 세대 지식인층의 지적 갈망을 공유했고, 그래서인지 자신의 직업을 살짝 낯뜨거워했다.

그의 눈 밑으로 넓고 다정한 구릿빛 초원처럼 만개하는 얼굴은 단연 최고였다. 그가 미소 지으면 비에 젖은 보도에 닿을까 봐 치켜든 공단 치마처럼 한쪽 귀 뒤의 피부가 접혀 올라갔다. - P9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 책의 '중년'에 나오는, 바로 뒤에 실린 '양탄자 무늬'에도 성스러이 등장하는, 작가의 그것, 다른 말로 대신할 수 없는 그것! 







덴콤은 아주 열심히 문장을 수정했고 또 문체를 아주 중시했다. 그가 도착하게 될 종착점은 그 자신을 위한 최종적 형식이었다. 그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출판 형식은 남들 몰래 출판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 다음 이미 발간된 문장 위에다가 지독할 정도로 수정을 가하여 언제나 초판본을 희생시키면서, 후세를 위하여 그리고 수집가를 위하여 수정본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그날 오전에도 그는 발간된 ‘중년‘에다 연필로 열 군데 이상 수정을 가했다.
- P273

아주 똑똑한 사람이기는 하지만 휴 선생은 처음 읽었을 때는 그것을 알아내지 못했다. 좌절감을 느낀 소설가는 그렇다면 이 세상에서 과연 누가 그것을 알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그처럼 작가의 의도를 놓쳐 버리고 엉뚱한 곳에다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보고서 덴콤은 다시 한 번 정말로 우습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그는 오늘날 사람들이 보여 주는 그런 일반적인 마음가짐에 분노하지 않으려 했다. 비록 그렇게 화를 내는 것이 과거에는 다소 위안을 주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 자신의 의도가 천천히 드러나기 때문에 온갖 어리석은 해석들이 오히려 신성한 것으로 여겨지는 듯했다.
- P281

"아, 아니요. 그 문구들은 내가 해낼 수도 있었던 것을 말해 주려 하는 것일 뿐이오." "사람들이 ‘‘해낼 수 있었던‘ 것은 대체로 그들이 실제로 한 것입니다." "대체로 그렇지요. 하지만 나는 바보였소!" "그것은 이미 발생했습니다! 이미 발생했다고요! 두 번째 기회는 일반 대중의 것입니다. 선생님의 관점을 발견하고, 진주알을 집어 드는 것 말입니다!" "오, 진주알! 진주알은 글로 쓰지 않은 것이오. 진주알은 합금되지 않은 것, 그 나머지 것, 잃어버린 것이오!" - P28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 책 '젤다'에 실린 다섯 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된 원저는 부부가 공저자인 'Bits of Paradise'란 작품집이다.https://www.goodreads.com/book/show/895828.Bits_of_Paradise

젤다와 스콧 부부 1922 By Staff photographer - Cocosse Journal






젤다의 전기 작가 샐리 클라인에 따르면 1920년 스콧은 젤다의 일기를 책으로 출판하자는 에디터의 제안을 거부했고, 대신 그녀의 일기와 편지를 자신의 작품 <아름답고 저주받은 사람들>과 <젤리 빈>에 써먹었다. 이를 두고 젤다는 1922년 <뉴욕 트리뷴>에 발표한 장난스러운 서평 <친구이자 남편의 최근작>에서 "피츠제럴드 씨는 - 스펠링 제대로 쓴 것 맞죠? - 표절은 집안에서 시작된다고 믿나 봐요."라고 했다. 이때만 해도 젤다는 자신의 묵인으로 인해 자기 글이 스콧의 것으로 영속되리라는 예상은 못했던 것 같다. 이후에는 그녀가 쓴 단편과 기고문조차 대부분 스콧의 이름이나 부부 공저로 나갔다.
- P12

젤다의 작품에 스콧의 이름을 붙이면 더 높은 고료를 받을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젤다 본인도 거기에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스콧 ‘측‘의 주된 견해였다. 적어도 처음에는 그랬을지 모른다. 하지만 젤다는 점차 예쁘고 분방한 아내의 역할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성과를 내고 싶어 했고, 진지한 커리어 추구를 막는 남편에게 분개했다. - 서문 - P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년'은 내가 이 책에서 먼저 읽은 '양탄자 무늬'와 마찬가지로 명성 있는 작가와 그의 작품을 열독하며 흠모하는 독자가 등장한다. 차이는 전자에는 3인칭 화자로서 작가가 관찰의 주체로 나서고, 후자에서 작가는 이해하고 도달해야 할 목표로서 대상이 된다. 






시간이 사라지고, 기회가 없어져 간다는 느낌이었다. 이제 자신에게 마지막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는 게 아니라 이미 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야 하는 것을 다했으나 정작 하고 싶은 것은 하지 못했다. 그것은 파열이었다. 사실상 소설가로서 그의 경력은 끝났다. 그것은 강하게 멱살을 잡힌 것 같은 폭력이었다.

그는 다시 한 번 자신의 이야기 속으로 자맥질했고, 세이렌의 손길에 잡힌 듯이 허구의 어두운 지하세계로 이끌려 들어갔다. 예술의 윤이 나는 거대한 수조인 그 세계에서는 기이하면서도 말없는 주제들이 표류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동기를 알아보았고 자신의 재주에 감탄했다. 비록 별것은 아니지만 그의 재주는 그때처럼 빛난 적이 없었다.
- P263

그는 어린 시절부터 문학을 추구해왔고 평생에 걸쳐서 그 문학과 나란히 걸으려고 애써 왔다. 그러나 마침내 오늘에야 깨닫게 되었다. 그가 지금까지 보인 것이라고는 방향 없는 움직임일 뿐이었다는 걸 말이다. 그는 너무 늦게 성숙했고 너무 엉성한 성격이라 실수를 하며 그 스스로 깨우쳐야만 했다.

"그렇지만 전 다른 사람들의 과일보다는 선생님의 꽃을 더 좋아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성공보다는 선생님의 실수를 더 높이 평가합니다." 휴 선생이 씩씩하게 말했다. "전 그 실수 때문에 선생님을 존경합니다."

"행복한 당신은 그게 뭔지 모릅니다." 덴콤이 대답했다.
- P278

"선생님은 좀 더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셔야 해요!" "아니, 아니, 나는 시간이 조금 더 있었으면 좋겠소. 나는 한 번 더 시도해 보고 싶소." "한 번 더 시도요?" "나는 확장을 원해요" "확장요?" "모르겠나요? 나는 사람들이 말하는 ‘삶‘을 원해요." "선생님은 삶을 사시게 될 겁니다." "그렇게 피상적으로 말하지 말아요. 이건 아주 심각한 겁니다!" "삶을 살아가시게 될 거에요." "아, 그러면 더 좋지요!" - P27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The Banshee Appears, 1862


수지 앤 더 밴시스(Siouxsie and the Banshees) https://blogs.ildaro.com/329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두 사람은 항구의 요트들에서 마시고 연주하고 밴시*처럼 울부짖으며 왕족 수준으로 흥청망청 지내는 모양이었다. *Banshee: 아일랜드 설화에서 구슬픈 울음소리로 가족 중 누군가의 죽음을 예고한다는 여자 유령 - 미친 그들 - P10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