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5개가 동시에 떴다…NASA “매우 희귀한 현상”]https://cm.asiae.co.kr/article/2018100514351457949 2018년 가을


톨스토이의 자연 묘사를 좋아합니다. 비가 내렸다가 무지개가 뜨네요.

Murnau with rainbow, 1909 - Wassily Kandinsky - WikiArt.org





네흘류도프는 생각에 깊이 빠진 나머지 날씨가 바뀌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태양은 전방에 낮게 드리워진 조각구름 뒤로 숨었고 서쪽 지평선에서는 희끄무레한 먹구름이 저 멀리 들판과 숲에 이미 한바탕 소낙비를 뿌리고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먹구름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촉촉했다. 가끔씩 번개가 구름을 여러 조각으로 난도질했고 천둥소리는 점점 더 자주 기차의 굉음과 뒤섞이기 시작했다. 먹구름은 점점 더 가까워졌다. 바람을 타고 비스듬히 떨어지는 빗방울들이 객차 연결부 바닥과 네흘류도프의 외투에 얼룩을 남겼다.

네흘류도프는 뒤로 돌아 객차 연결부의 다른 쪽으로 이동했다. 그는 촉촉하고 신선한 공기와 오래 전부터 비를 기다리고 있던 대지의 곡식 냄새를 들이마시면서 빠르게 지나가는 과수원과 숲, 노랗게 변해가는 호밀밭, 아직 초록빛을 띠는 귀리밭, 검은 이랑 사이로 꽃이 피는 진녹색 감자밭을 바라보았다. 모든 풍경이 광택제를 바른 것처럼 선명했다. 초록은 더 푸르게, 노랑은 더 노랗게, 검정은 더 검게 보였다.

"더 내려라, 더 내려!" 네흘류도프는 복된 비를 맞고 생기를 찾아가는 밭과 과수원, 텃밭들을 보며 기쁨에 넘쳤다.

억세게 퍼붓던 비는 이내 그쳤다. 먹구름 일부는 비가 되어 떨어졌지만 나머지는 재빨리 지나가버렸다. 축축하게 젖은 대지 위에 마지막으로 가는 빗방울들이 흩뿌려지고 있었다. 다시 태양이 나타나자 만물이 반짝반짝 빛을 발했다. 동쪽에는 보라색이 도드라진 중간 크기의 무지개가 지평선 위로 피어 올랐다. 선명하게 솟아오른 무지개의 한쪽 끝이 희미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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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나무 By Lokal_Profil, CC BY-SA 2.5, 위키미디어커먼즈


산사나무 Hawthorn , 山査木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41XXXXX00025


데이비드 호크니가 그린 산사나무 https://www.thedavidhockneyfoundation.org/artwork/2475


호크니의 기념비적인 그림은 길가의 흔한 존재를 확대하고 가시나무의 오랜 힘을 해방시켜 이 흔하디 흔한 나무를 그 누가 짐작했던 것보다 천 배는 더 사랑스럽고 더 위험한 존재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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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프루스트와 산사나무
    from 에그몬트 서곡 2023-07-20 13:56 
    By Dalgial - 자작, CC BY-SA 3.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4010695 산사나무꽃[네이버 지식백과] 산사나무 [山査─]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572871&cid=46640&categoryId=46640https://www.hockney.com/works/paintin
 
 
 

전에 멧돼지 꿈을 꾼 참가자가 이번엔 흑돼지 꿈을 꾸고 왔다.


프레이르 By Jacques Reich -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커먼즈


지난번에는 멧돼지 꿈을 꿨는데, 오늘은 흑돼지 꿈을 꿨어요. 처음에는 굵은 돼지 열한 마리가 산에서 내려왔는데, 그다음에는 최근에 태어난 새끼 돼지 다섯 마리가 내려왔어요. 굵은 돼지들은 전부 산으로 다시 올라가버렸고요. 근데 살펴보니까 새끼 돼지가 여섯 마리가 되어 있더라고요. 어미가 새끼를 또 낳았나 보다 했지요. 제가 예전에 양돈을 했어요. 그래서 돼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요. 새끼 낳는 것도 많이 봤고요.

근데 어미 돼지가 다가와서는 새끼 돼지를 덜컥 삼키더라고요. 씹어 먹는 게 아니라 통째로 삼켜서 자기 배에 담는 거예요. 또다른 새끼 돼지 한 마리가 얼쩡얼쩡 어미 입 주위에서 놀고 있는데, 이걸 어미 돼지가 삼켜버릴까봐 불안하더군요. 그래서 막대기로 어미 돼지의 머리와 목을 쳤어요. 근데 도망을 안 가길래 다시 나무 망치로 때렸어요. 펑 소리가 날 정도로요. 어미 돼지가 놀라서 저를 쳐다보는데, 저에게 달려들 것 같더군요. 제가 시선을 떼니까 막 저에게 달려왔어요.


- 그래서 도망갔지요.

- 도망은 가지던가요?

- 잘 도망갔어요. 돼지가 흙먼지를 날리면서 시골 돌담을 끼고 달려오더라고요. 저는 길로 막 뛰어가다가 이웃집 대문을 열고 들어가서 그때까지 돼지가 쫓아오면 나무에 올라가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어요. 돼지는 나무를 못 타니까요. 그런데 돼지가 안 따라오더군요. 그러고서 꿈에서 깼어요.

*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프레이르는 신의 손에조차 길들여질 것 같지 않은 멧돼지를 거느리고 다닌다. 이 멧돼지의 이름은 굴린부르스티로, 황금 갈기를 휘날리며 하늘과 물속을 날아다닌다.


이전 꿈과 비교해보면, 멧돼지에서 집돼지로 바뀐 게 먼저 눈에 들어오네요. 꿈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돼지 시리즈예요. (중략) 멧돼지에 비해 집돼지는 내가 감당하기 훨씬 수월한 짐승이에요. 내가 양돈을 해본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겠지요. 돼지는 옛날 옛적에 자연에 살던 짐승이었어요. 서서히 인간이 길을 들여서 집에서 사육이 가능해졌지요. 이 꿈이 재미있는 대목이 바로 이 지점인데, 인류 역사에서 이루어낸 일을 개인의 꿈에서 되풀이하고 있어요. 내면 작업을 통해 인간의 야성적 본능을 다룰 때도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야생 그대로일 때의 엄청난 파괴력을 마주하고 싸울 힘을 기르면서 점차 이를 감당해내는 법을 배워가요. 이 변화가 양측에서 동시에 이루어지는데, 돼지에게서는 점차 야성이 빠져나가는 반면 나는 돼지를 상대할 줄 아는 점점 강한 사람이 되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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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지식백과] 에바 헤세 [Eva Hesse]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276628&cid=40942&categoryId=34391


Expanded Expansion, 1969 - Eva Hesse - WikiArt.org


[요절한 60년대 미국 화단의 별…에바 헤세의 천재성을 보다] https://www.mk.co.kr/news/culture/5119741


Repetition Nineteen III, 1968 - Eva Hesse - WikiArt.org 이 작품은 '모마'에 소장되어 있다.


뉴욕 현대미술관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04n0863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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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숙식했던 작은집에 가서 숙모의 김치를 받아오다가 교통사고가 난 꿈.


Untitled (Aunt), 2020 - Jammie Holmes - WikiArt.org 




- 꿈은 왜 나를 작은집으로 데려갈까요? 어쩌면 내가 천둥벌거숭이라 엄격한 훈육을 위해 작은집에 보내졌던 것처럼, 꿈속의 여성성이 이제 작은집으로 가서 훈련을 받을 때라고 나에게 말을 해 주는 게 아닐까 해요.

- 꿈에서 스님이 딱 이렇게 한마디 하셨어요. "차가 저렇게 굴러 떨어졌는데 사람이 안 다쳐서 정말 다행이다."

- "너 지금 여기 살아 있어. 이 긴 꿈에서 정말로 중요한 지점은 이거야"라고 방점을 찍어주는 것 같아요. "귀한 숙모 김치도, 차도 못쓰게 망가졌지만 너는 이렇게 건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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