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멧돼지 꿈을 꾼 참가자가 이번엔 흑돼지 꿈을 꾸고 왔다.


프레이르 By Jacques Reich - 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커먼즈


지난번에는 멧돼지 꿈을 꿨는데, 오늘은 흑돼지 꿈을 꿨어요. 처음에는 굵은 돼지 열한 마리가 산에서 내려왔는데, 그다음에는 최근에 태어난 새끼 돼지 다섯 마리가 내려왔어요. 굵은 돼지들은 전부 산으로 다시 올라가버렸고요. 근데 살펴보니까 새끼 돼지가 여섯 마리가 되어 있더라고요. 어미가 새끼를 또 낳았나 보다 했지요. 제가 예전에 양돈을 했어요. 그래서 돼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요. 새끼 낳는 것도 많이 봤고요.

근데 어미 돼지가 다가와서는 새끼 돼지를 덜컥 삼키더라고요. 씹어 먹는 게 아니라 통째로 삼켜서 자기 배에 담는 거예요. 또다른 새끼 돼지 한 마리가 얼쩡얼쩡 어미 입 주위에서 놀고 있는데, 이걸 어미 돼지가 삼켜버릴까봐 불안하더군요. 그래서 막대기로 어미 돼지의 머리와 목을 쳤어요. 근데 도망을 안 가길래 다시 나무 망치로 때렸어요. 펑 소리가 날 정도로요. 어미 돼지가 놀라서 저를 쳐다보는데, 저에게 달려들 것 같더군요. 제가 시선을 떼니까 막 저에게 달려왔어요.


- 그래서 도망갔지요.

- 도망은 가지던가요?

- 잘 도망갔어요. 돼지가 흙먼지를 날리면서 시골 돌담을 끼고 달려오더라고요. 저는 길로 막 뛰어가다가 이웃집 대문을 열고 들어가서 그때까지 돼지가 쫓아오면 나무에 올라가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어요. 돼지는 나무를 못 타니까요. 그런데 돼지가 안 따라오더군요. 그러고서 꿈에서 깼어요.

*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프레이르는 신의 손에조차 길들여질 것 같지 않은 멧돼지를 거느리고 다닌다. 이 멧돼지의 이름은 굴린부르스티로, 황금 갈기를 휘날리며 하늘과 물속을 날아다닌다.


이전 꿈과 비교해보면, 멧돼지에서 집돼지로 바뀐 게 먼저 눈에 들어오네요. 꿈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돼지 시리즈예요. (중략) 멧돼지에 비해 집돼지는 내가 감당하기 훨씬 수월한 짐승이에요. 내가 양돈을 해본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겠지요. 돼지는 옛날 옛적에 자연에 살던 짐승이었어요. 서서히 인간이 길을 들여서 집에서 사육이 가능해졌지요. 이 꿈이 재미있는 대목이 바로 이 지점인데, 인류 역사에서 이루어낸 일을 개인의 꿈에서 되풀이하고 있어요. 내면 작업을 통해 인간의 야성적 본능을 다룰 때도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야생 그대로일 때의 엄청난 파괴력을 마주하고 싸울 힘을 기르면서 점차 이를 감당해내는 법을 배워가요. 이 변화가 양측에서 동시에 이루어지는데, 돼지에게서는 점차 야성이 빠져나가는 반면 나는 돼지를 상대할 줄 아는 점점 강한 사람이 되어가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