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14XXE0039984


입춘이 지나고 또 우수가 지나갔다. 언젠가부터 달력에서 절기를 찾아본다. 여전히 쌀쌀하지만 봄으로 터벅터벅 가는 길이다. 이 달도 어느새 이십일. 


작년 오늘의 포스트로부터 옮긴다. 무민 연작 '마법사가 잃어버린 모자'가 출처이다. 폭풍 이후 바닷가 풍경으로서 무민마마의 버터통이 사라졌다.

* 작년 2월에 마신 커피인데 라테아트가 은행잎 모양으로 보인다.




무민마마가 안타까워했다.

"애들 샌드위치에 뭘 발라 주나?"

무민파파가 말했다.

"대신 폭풍이 다른 어떤 걸 가져왔는지 찾아봅시다. 커피를 마시고 나서 바닷가를 따라 걸으며 바다가 뭍에 뭘 던져 줬는지 살펴보자고요!"

그리고 모두 그렇게 했다.

무민마마가 생각했다.

‘잠깐 쉬어야지.’

그러나 이윽고 무민마마는 따스한 모래밭에서 깊은 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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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단편소설 '문조'의 결말을 밝힙니다.


문조를 키우게 된 이 사람은 - 저자 본인의 분신으로 보이는데 - 문조에게 관심을 갖고 애정을 느끼지만 돌보는 일은 잘 하지 못하여 결국 문조는 죽는다. 실제 발생한 일화를 담은 느낌이 든다. 아래 옮긴 글의 출처는 '런던탑/취미의 유전(김정숙 역)'이다.


문조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08m0831a

문조(1927) By Bucknill, John A. S.; Chasen, Frederick N.; Kloss, C. Boden; Levett-Yeats, G. A. - CC BY 2.0


by rawpixel - CC BY 2.0


문조(1869) By John Gerrard Keulemans - Onze vogels in huis en tuin







돌아온 것은 오후 3시경이다. 현관에 외투를 걸고 복도로 해서 서재에 들어갈 요량으로 예의 툇마루로 돌아가니, 새장이 상자 위에 꺼내어져 있었다. 그렇지만 문조는 새장 밑바닥에 발랑 뒤집혀져 있었다. 뻣뻣하게 모은 두 발이 배와 일직선이 되어 막대기처럼 뻗어 있었다. 나는 새장 곁에 서서 미동도 하지 않고 문조를 지켜보았다. 검은 눈을 감고 있다. 눈꺼풀 색은 파르스름 변했다. - 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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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오늘의 포스트로부터: 김솔의 '유럽식 독서법'이 아래 글의 출처이다.


[험난한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소설이라는 차량] (은희경) https://v.daum.net/v/20211108043044426 김솔 소설집 '유럽식 독서법'에 대한 글.

브뤼셀, 벨기에 - 사진: UnsplashAleksandra (2023년 11월 30일에 게시)


2016년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수록작이다.





자재 창고와 생산 라인을 오가면서 하루 생산량만큼의 재료들을 어깨에 메고 옮긴다. 잠시 땀을 식히면서 담배 한 대를 피운 다음 가마솥에 초콜릿 덩어리와 팜유와 설탕과 저질 탈지분유를 함께 넣고 주걱으로 저으면서 한 시간 가량 약한 불로 끓인다. 사장이 다가와서 성분과 배합 비율을 알 수 없는 첨가물을 집어넣고 지나가면 나는 다시 재료들을 반시간 동안 젓고 정육면체의 틀에 붓는다. 이렇게 해서 사장은 한덩어리의 고급 초콜릿 원료로부터 세 덩어리의 저급 초콜릿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대부분의 생산공정이 사람의 손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우리가 만든 초콜릿도 당연히 벨기에산 수제 초콜릿으로 분류될 수 있다. 다만 우리의 상품이 아무런 포장 없이 아랍계 제과점으로 배달된다는 사실과, 특별한 추억을 담으려는 목적보다는 평범한 일상의 구색을 맞추기 위해 소모된다는 사실만이 특이할 뿐이다. - 김솔, 유럽식 독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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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planders in snowstorm, 1905 - John Bauer - WikiArt.org


Laplandian castle, 1918 - Nicholas Roerich - WikiArt.org


Spitsbergen (2005년 1월 2일 촬영) By Stian Danenbarger - CC BY 2.0






라플란드는 눈과 얼음으로 가득한 곳이야. 얼마나 아름다운 땅인지! 눈에 덮인 드넓고 눈부신 벌판을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 있지. 눈의 여왕은 그곳에 여름 별장을 두고 머물러. 하지만 여왕의 성은 그보다 더 북쪽, 북극에 가까운 스피츠베르겐이란 이름의 섬에 있어. - 눈의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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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코딩 라틴아메리카 - 20개의 코드' 중 'Part 2. 라틴아메리카 깊게 읽기'로부터 옮긴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Loren Biser님의 이미지


'디코딩 라틴아메리카' 필진으로 참여했으며 '커피밭 사람들- 라틴아메리카 커피노동자, 그들 삶의 기록'을 썼고  '21세기 중앙아메리카의 단면들'을 엮은 임(림)수진 박사는 현재 멕시코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다. cf. '커피밭 사람들'(2011)의 후속작 '커피밭 사람들, 그 후 20년 - 커피의 쓴맛이 시작되는 곳의 삶에 대하여'가 작년 가을 출간되었다.





라틴아메리카에서 커피 생산은 분명 오랜 시간 부의 상징이었다. 해당 국가들의 근대사 면면에 커피가 있어 가능했던 부의 흔적들이 오늘날에도 역력하다. 국운의 성쇠가 커피 가격에 의해 좌우된다 할 만큼 커피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도 높았다. 물론 오늘날에도 커피는 세계 도처에서 엄청난 부를 만들어내고 있다. 다만 부가 만들어지는 곳이 생산현장이 아닌 소비 현장이라는 점이 과거 19세기 라틴아메리카가 향유했던 ‘커피의 세기’와 다르다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Code 13. 커피라는 작물이 미친 영향-커피와 커피밭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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