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오늘의 포스트로부터: 김솔의 '유럽식 독서법'이 아래 글의 출처이다.
[험난한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소설이라는 차량] (은희경) https://v.daum.net/v/20211108043044426 김솔 소설집 '유럽식 독서법'에 대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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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 벨기에 - 사진: Unsplash의Aleksandra (2023년 11월 30일에 게시)
2016년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수록작이다.
자재 창고와 생산 라인을 오가면서 하루 생산량만큼의 재료들을 어깨에 메고 옮긴다. 잠시 땀을 식히면서 담배 한 대를 피운 다음 가마솥에 초콜릿 덩어리와 팜유와 설탕과 저질 탈지분유를 함께 넣고 주걱으로 저으면서 한 시간 가량 약한 불로 끓인다. 사장이 다가와서 성분과 배합 비율을 알 수 없는 첨가물을 집어넣고 지나가면 나는 다시 재료들을 반시간 동안 젓고 정육면체의 틀에 붓는다. 이렇게 해서 사장은 한덩어리의 고급 초콜릿 원료로부터 세 덩어리의 저급 초콜릿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대부분의 생산공정이 사람의 손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우리가 만든 초콜릿도 당연히 벨기에산 수제 초콜릿으로 분류될 수 있다. 다만 우리의 상품이 아무런 포장 없이 아랍계 제과점으로 배달된다는 사실과, 특별한 추억을 담으려는 목적보다는 평범한 일상의 구색을 맞추기 위해 소모된다는 사실만이 특이할 뿐이다. - 김솔, 유럽식 독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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