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은

 

삶을 사랑하는 것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을 때에도,

소중히 쥐고 있던 모든 것이

불탄 종이처럼 손에서 바스러지고

그 타고 남은 재로 목이 멜지라도

 

삶을 사랑하는 것

슬픔이 당신과 함께 앉아서

그 열대의 더위로 숨 막히게 하고

공기를 물처럼 무겁게 해

폐보다는 아가미로 숨 쉬는 것이

더 나을 때에도

 

삶을 사랑하는 것

슬픔이 마치 당신 몸의 일부인 양

당신을 무겁게 할 때에도,

아니, 그 이상으로 슬픔의 비대한 몸집이

당신을 내리누를 때

내 한 몸으로 이것을 어떻게 견뎌 내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당신은 두 손으로 얼굴을 움켜쥐듯

삶을 부여잡고

매력적인 미소도, 매혹적인 눈빛도 없는

그저 평범한 그 얼굴에게 말한다.

그래, 너를 받아들일 거야.

너를 다시 사랑할 거야.

 

-엘렌 바스 (류시화 옮김)

Pixabay로부터 입수된 Eva Michálková님의 이미지


크리스마스 즈음에는 김혜자 배우가 낭독한 릴케의 '아기 예수'를 오디북으로 들었다. 안데르센 동화 성냥팔이 소녀 같은 이야기이다.


미국 뉴저지 출신의 시인 엘렌 바스는 시의 어느 구절이 의미하는 바에 대한 나의 질문에 친절히 답하며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불행한 시기에 그 시를 썼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그러했듯이 때로는 슬픔이 촉매가 되어 강한 의지가 우리를 일으켜 세운다고 했다.

엘렌 바스 1947~ .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에서 ‘자기 삶을 글로 쓰기’ 워크숍을 30년 넘게 진행해 오고 있는 시인. 시집 『걸인처럼』, 『인디고』 외에도 로라 데이비스와 공동 집필한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비소설 『치유하려는 용기』가 백만 부 넘게 판매되었다. 여성 시인들의 시선집 『가면은 이제 그만』을 공동 편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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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12-30 18: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혜자님 목소리 참 좋네요 ~ 서곡님도 즐거운 연말 보내세요 *^^*

서곡 2022-12-30 18:58   좋아요 1 | URL
아 반갑습니다 ㅎㅎ 네 김혜자 님 대배우다운 절절한 표현력을 목소리로부터 느꼈습니다 ~미니님도 연말 잘 보내시고 회복 기원합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다르질링 [Darjeeling] (세계지명 유래 사전, 2006. 2. 1., 송호열)

By Arne Hückelheim, CC BY-SA 4.0


아래는 인도 연구자 이옥순 교수의 저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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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위로' 저자 에마 미첼은 1월에 스노드롭 새순을 본다(장소는 영국). 1월 편 제목이 '무당벌레가 잠들고 스노드롭 꽃망울이 올라오다'.

사진: UnsplashRoman Datsiuk


사진: UnsplashRoman Datsiuk






1월의 첫 며칠 사이 나는 애니를 데리고 숲으로 산책을 나간다. 오솔길 왼편에 있는 이웃의 땅에는 분명 스노드롭snowdrop이 싹을 틔웠겠지. 울타리 안을 넘겨다보지만, 평소에 스노드롭 새순이 나타나던 지점은 너무 멀어서 보이는 것이 새순인지 그냥 풀잎인지 확인할 수가 없다. 나는 산울타리 안쪽으로 연결되는 쪽문을 발견하고 슬그머니 그리로 들어간다. 바로 거기에 있다. 겨우 몇 센티밖에 자라지 않았지만 믿을 수 없을 만큼 파릇파릇하게 물이 오른 새순이다. 최초의 꽃망울을 목격하는 것은 나에게 한 해의 중요한 분기점이다.

이 스노드롭은 식물 세계의 <스타워즈 4: 새로운 희망Star Wars Episode IV: A New Hope>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스노드롭을 본 이후 곧 날씨와 주변 풍경이 축축하고 음울해진다. 일조 시간은 여전히 짧고 일조량도 부족하다. 기분 저하를 막아주는 신경전달물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활력이 급감한다. 이런 날씨가 며칠씩 이어지자 움직이기가 어려워진다. 오두막집 안에 움츠린 마음은 침체와 부동의 담요 아래 무겁게 내려앉는다. 태양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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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에 읽은 책 메이브 빈치의 '올해는 다른 크리스마스' 에 실린 단편 '함께 모여서'의 페니는 성탄절 휴가를 함께 보내기 어려운 남자친구와의 관계에서 받는 스트레스로 인해 페미니스트 저메인 그리어의 '여성, 거세당하다'를 펼친다. 

저메인 그리어 1972 By Hans Peters / Anefo - Nationaal Archief Fotocollectie Anefo


거세당한 여성의 발칙한 반란 "맞짱 뜨자!" (정희진)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68082 





잭은 페니의 모든 재미있는 면을 사랑한다고 했다. 재미있고 활기 넘치고 자유분방한 면을. 그녀는 자기중심적인 대사만 반복하는 예측 가능한 여자들과 전혀 달랐다. 페니는 이 대사라는 것이 그에게 언제 시간이 나는지 궁금해하는 것과 연관이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초창기에 그녀는 그쪽 길로 절대 가지않았다. 그에게 그녀도 자유롭고 싶다고, 매여 있다는 생각만 해도 견딜 수가 없다고, 이제 와서 성격을 바꿀 수도 없다고, 인생의 사반세기 지점을 지난 마당에 느닷없이 남자에게 안정감을 원한다고 말할 일은 없다고 장담했다. 그녀는 저메인 그리어의 책 『여성 거세당하다』를 펼쳐 들고 안정이라는 건 없다고 역설한 장을 다시 읽었다. 그 말을 믿기로 작정하고 저메인그리어의 생각이 바뀌었을지 모른다고 시사하는 글은 읽기를 거부했다. - 함께 모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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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지식백과] 지신허 [地新墟]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 여성지리학자들의 책 '세계의 틈새를 보다'에 나온 연해주 지신허 마을에 '발해를 꿈꾸며'의 뮤지션 서태지가 기념비를 헌정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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