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위로' 저자 에마 미첼은 1월에 스노드롭 새순을 본다(장소는 영국). 1월 편 제목이 '무당벌레가 잠들고 스노드롭 꽃망울이 올라오다'.

사진: UnsplashRoman Datsiuk


사진: UnsplashRoman Datsiuk






1월의 첫 며칠 사이 나는 애니를 데리고 숲으로 산책을 나간다. 오솔길 왼편에 있는 이웃의 땅에는 분명 스노드롭snowdrop이 싹을 틔웠겠지. 울타리 안을 넘겨다보지만, 평소에 스노드롭 새순이 나타나던 지점은 너무 멀어서 보이는 것이 새순인지 그냥 풀잎인지 확인할 수가 없다. 나는 산울타리 안쪽으로 연결되는 쪽문을 발견하고 슬그머니 그리로 들어간다. 바로 거기에 있다. 겨우 몇 센티밖에 자라지 않았지만 믿을 수 없을 만큼 파릇파릇하게 물이 오른 새순이다. 최초의 꽃망울을 목격하는 것은 나에게 한 해의 중요한 분기점이다.

이 스노드롭은 식물 세계의 <스타워즈 4: 새로운 희망Star Wars Episode IV: A New Hope>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스노드롭을 본 이후 곧 날씨와 주변 풍경이 축축하고 음울해진다. 일조 시간은 여전히 짧고 일조량도 부족하다. 기분 저하를 막아주는 신경전달물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활력이 급감한다. 이런 날씨가 며칠씩 이어지자 움직이기가 어려워진다. 오두막집 안에 움츠린 마음은 침체와 부동의 담요 아래 무겁게 내려앉는다. 태양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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