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월에 나온 개정신판 김붕구 역 '지상의 양식'(문예출판사)으로부터

Red Interior. Still Life on a Blue Table, 1947 - Henri Matisse - WikiArt.org






나는 보았다. 바람이 저 멀리 지평선 끝에서 모래를 불러일으켜 오아시스를 허덕이게 하는 것을. 오아시스는 폭풍우에 휩쓸린 배와도 같았다. 폭풍으로 쓰러질 듯했다. 그리고 작은 마을의 거리거리에서는 벌거벗은 파리한 남자들이 열병의 지독한 갈증에 못 이겨 몸을 뒤틀고 있었다. - 7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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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테의 수기'(릴케) 2부 중 탕자 이야기로부터

Prodigal son - Constantin Brâncuși - WikiArt.org 콘스탄틴 브랑쿠시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10b2133b






그는 집 안에 남아서 그들이 상상하고 있는 생활의 껍데기로만 살 것인가? 그들 모두의 얼굴까지도 닮게 될 것인가? 의지의 섬세한 성실성과 그 성실성을 그의 내부에까지 부패시키는 서투른 기만 사이에서 자신의 감정을 나누며 살아갈 것인가? 겁쟁이 같은 마음만을 가진 가족들을 해칠 수 있는 존재가 될 것을 단념할 것인가?

아니, 그는 떠날 것이다. 이를테면 그들이 어설픈 추측에 따라 선택한 선물, 또한 모두를 부드럽고 온화하게 만들 선물을 준비하고 생일 테이블을 열심히 장식하고 있는 그 순간에도 소년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떠날 것이다. 아무도 당시의 그를 사랑받는다는 무서운 처지로 끌어들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느 누구도 결코 사랑하지 않겠노라, 그가 얼마나 굳게 결심했는지는 여러 해가 지난 후에야 비로소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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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어령 교수가 쓴 '이야기의 힘' 중 앙드레 지드의 '탕아 돌아오다'에 대한 부분으로부터 옮긴다. 지드가 쓴 '지상의 양식'도 언급된다.

The prodigal son, 1952 - George Pemba - WikiArt.org






그래요. 이젠 정말 지쳤노라고, 자신은 실패자라고 고백하는 탕자에게서, 그 마음속 자유를 향한 욕망은 완전히 잠들지 않은 겁니다. 아버지가 차린 잔칫상을 받은 후에도 들판에서 주워 먹었던 야생 도토리의 씁쓰름한 맛이 자신이 맛보았던 최고의 진미였음을, 그는 이미 아버지에게 토로했던 겁니다. 그 쓴맛이 불러일으킨 갈증 때문에 해갈할 길을 찾고자 열병과도 같은 방랑을 멈출 수 없었다는 거예요. 마치 앙드레 지드의 또 다른 작품 「대지의 자양(혹은 지상의 양식)」에 등장하는, 갈급함으로 인해 목말라하는 열병 환자처럼 말이죠. 그 열병 환자는 손에 물병을 쥐고 있을지라도, 입안에 물을 한가득 머금고 있을지라도 죽음과 같은 그 갈증을 결코 해소할 수 없는 겁니다. 오히려 신열로 인해 더욱 갈급해지기만 합니다. 생生을 향한 열병이란 바로 그런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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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루트 - 사진: UnsplashMarten Bjork


[1년 만에 레바논 휴전 오나…이스라엘 안보내각 26일 타결 기로에]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7887613&plink=ORI&cooper=DAUM



‘중동에 구름이 몰려들면 레바논에 비를 뿌린다’는 아랍 속담이 있다. 서구 강대국들의 비열한 식민지 분할 경영과 아랍과 이스라엘 간의 뿌리 깊은 갈등이 만들어 온 불행한 후유증이 레바논 내전을 야기했다는 슬픈 역사를 잘 표현하고 있다. 중동에 평화가 찾아오는 날, 베이루트는 다시 한 번 중동의 진주로 눈부신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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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크네히트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06r3465a


By Post of India 1983






파리 시절 이래로 마르크스의 학문적 욕구는 감퇴한 적이 없었다.

그는 엄밀한 학문 연구가 옳다고 믿었고, 그다지 가고 싶어 하지 않는 자신의 지지자들을 단호하게 대영박물관 열람실로 끌고 갔다. 리프크네히트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어떻게 ‘인간 쓰레기들’이 마르크스가 지켜보는 가운데 날마다 대영박물관 열람실 책상에 순순히 앉아 있을 수 있었는지에 대해 적고 있다.[리프크네히트에 따르면, 마르크스는 자신들에게 공부하라고 계속 다그쳤고 직접 모범을 보였다. 그래서 다른 망명자들이 세상을 뒤집을 계획을 세우고 날마다 술과 대마초에 취해 있는 동안, 자신들은 대영박물관 열람실에 앉아 미래의 전투를 위한 무기와 탄약을 준비했다. 리프크네히트는 이런 자신들을 가리켜 스스로 ‘강도떼’, ‘지상의 쓰레기들’이라고 부르고 있다. 자신들의 처지에 대한 자조와 자부심이 뒤섞인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사회 운동이나 정치 운동 가운데 이 정도로 연구와 학식을 강조한 것은 없었다. 마르크스가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는지는 『자본』의 참고문헌 목록만 봐도 알 수 있다. 거기에는 고대, 중세, 현대를 가리지 않고 사람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저술과 자료들까지 들어 있다. - 10 붉은 테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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