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오늘 포스트로 뜬 손보미의 '위대한 유산'('나의 할머니에게' 수록) 중 불 붙이는 장면이다. 손 작가는 창작과 비평 2021 가을호에 발표한 '불장난'으로 2022년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불장난'은 소설집 '사랑의 꿈'에 실려 있다.


저자가 불에 끌리나 보다. [이상문학상 대상 손보미 "어린시절 불장난 경험서 출발한 작품"] https://www.yna.co.kr/view/AKR20220127044300005?input=1179m


Children Playing with Fire, 1947 - Rufino Tamayo - WikiArt.org


손보미 작가가 2024년 이효석 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그녀는 커튼을 친 후, 가지고 온 책을 뜯어서 러그 위에 차곡차곡 쌓아두었다. 손이 곱아서 뜻대로 되지가 않았지만, 그녀는 거의 필사적으로 그렇게 했다. 그리고 라이터 불을 종이에 붙였다. 불이 붙었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 포기하면 안 돼. 그녀는 부엌으로 가서 테이블 러너를 몇 장 가지고 왔다. 그러고 나서 종이 위에 올려놓은 후 다시 라이터 불을 붙였다. 아까보다는 불이 오랫동안 남아 있었지만, 이번에도 결국은 꺼지고 말았다. 다시 거실의 서랍장 하나를 분리해서 라이터로 불을 붙이려고 애를 써보았다. 역시나 실패였다. 그래도 잠깐의 온기가 그녀를 덥혀주었고, 그녀는 약간의 자신감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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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저녁이다. 이제 음력으로도 새해, 송구영신을 미룰 수 없는 시점이구나. 아래 글의 출처인 '모든 삶은 흐른다'는 데카르트 전공인 프랑스 철학자가 쓴 책이다.

ESA - Envisat image of a patch of Sargassum By Envisat satellite - CC BY-SA 3.0


사르가소 해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11s0012a


저자의 근작도 담아둔다.





그저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다른 방법은 없다. 사막을 건너려면 그저 묵묵히 걷고 걸어서 건너는 수밖에 없다. 어쨌든 걸어야 한다. 쓸데없이 뒤를 돌아보지 않아야 한다. 항해를 한다는 것은 길을 정해 따라 가는 것이니 확신이 들지 않아도 묵묵히 따라 가보는 것이다. - 사르가소 _ 피해야 할 후회라는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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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 때 읽은 '무민의 겨울'로부터

Harbin International Ice and Snow Sculpture Festival 2009년 1월 28일 By Rincewind42 from China-CC BY 2.0


그림책 '무민 골짜기와 무민의 첫 겨울'은 무민 연작 중 하나인 '무민의 겨울'(1957)이 토대이다. 올해 2025년이 무민 탄생 80주년이라고 한다.




골짜기가 달의 표면처럼 우스꽝스러워 보였다. 눈 더미는 거대하고 둥근 빵이나 칼날처럼 날카로운 가장자리가 예쁘게 굽이치는 산등성이가 되어 있었다. 나뭇가지는 온통 커다란 눈 모자를 썼다. 게다가 숲은 어느 독특한 제과업자가 창의적으로 만들어 낸 거대한 생크림 케이크처럼 보였다.

이번에는 약속이나 한 듯이 손님들이 모두 몰려나가 한바탕 눈싸움을 했다. 잼은 이제 거의 바닥을 드러냈지만, 그나마라도 먹으니 팔다리에 힘이 솟았다. - 제5장 외로운 손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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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제국 이탈리아의 음식문화사, Al dente'(파비오 파라세콜리) 중 '8장 마을과 지역의 나라, 이탈리아의 캄파닐리스모'로부터 옮긴다.

Tossicia - Chiesa di Santa Maria Assunta - 2023-09-16 By *DaphnePhoto* - Own work, CC BY-SA 4.0 책에 실린 종탑 사진과 비슷한 사진을 찾아 보았다. cf. 아브루초 지방 토시차 마을 Tossicia - Wikipedia









향토색을 강조하는 근래의 경향이 이탈리아의 강력한 문화 요소인 캄파닐리스모Campanilismo를 더욱 부추기고 강화하고 있는 듯하다. ‘캄파닐리스모’라는 심오한 이탈리아어 표현은 자신과 이웃의 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 은유적으로 말해서 같은 교회 종탑(캄파닐레campanile)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동네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과 애착을 의미한다. 종탑주의는 음식 문화에서도 드러난다. 크고 작은 도시, 그리고 조그마한 시골이나 산골 마을까지 인접한 지역끼리만 공유하고 있는 독특한 전통을 자랑한다.

내 할아버지의 고향인 아브루초 지방 토시차 마을에 있는 종탑. 향토애를 의미하는 ‘캄파닐리스모’라는 말은 ‘종탑(캄파닐레)’에서 유래한다. - 종탑 아래에서―이탈리아 음식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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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오늘 포스트에 뜬 책 '맛의 제국 이탈리아의 음식문화사'로부터 옮긴다.


cf. 위키백과 아브루초 요리 항목 Cuisine of Abruzzo - Wikipedia

벤트리치나 By Nightrain83 - Own work


'음식해부도감'(줄리아 로스먼)에 아브루초 꼬치구이 아로스티치니가 있다.

아로스티치니 By Ra Boe - selbst fotografiert SP-550 UZ, CC BY-SA 3.0



'음식으로 읽는 로마사'에 소시지 이야기가 나온다(3장의 '이교도의 축제와 소시지 금식령' 참고).





내가 어릴 적에 아브루초의 할아버지 댁에서 방학을 보내면서 친숙해졌던 아로스티치니arrosticini(양고기 꼬치구이)나 벤트리치나ventricina(돼지고기와 비계를 갈아 양념해서 돼지 방광에 채워 넣은 것)를 내 로마 출신 친구들은 얼마 전까지 전혀 알지 못했다. 할아버지 댁이 있는 도시는 로마에서 불과 160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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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5-01-28 2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곡님
즐겁고 행복한 명절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서곡 2025-01-29 09:0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ㅎㅎ 페넬로페님 오늘 음력 설날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