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클래식코리아 '위대한 개츠비'에 실린 산문 '무너져 내리다'는 3부작으로서 - 균열/다시 붙이다/취급 주의 - 아래 옮긴 글은 마지막 3부 '취급 주의'가 출처이다.


사진: UnsplashKier in Sight Archives


The Crack-Up -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The_Crack-Up





선량한 사람들은 선량하게 행동하게 하라. 일 년에 일주일뿐인 ‘휴가’도 가족들 뒤치다꺼리를 하는 데 바치는, 과로하는 의사들은 일하다 죽게 하라. 태만한 의사들은 1달러짜리 환자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싸우게 하라.

그리고 성인에게 있어서 지금보다 더 나은 기질을 갖고자 하는 욕망, 즉 (이 말을 하는 것으로 밥을 벌어먹는 사람들이 늘 말하는) ‘끊임없는 노력’은 우리의 젊음과 희망이 끝났을 때 그 불행을 더 크게 만들 뿐이다.

나는 얌전한 짐승이 되려고 노력하겠지만 만약 당신이 나에게 살점이 잔뜩 붙은 뼈다귀를 던져 준다면 나는 당신의 손을 핥을지도 모른다. - 무너져 내리다 (에세이 번역 황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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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여성 작가 나탈리아 긴츠부르그가 쓴 '친구의 초상'('작은 미덕들' 수록)은 스스로 세상을 떠난 체사레 파베세를 추모하는 글이다. 아래 글 속 도시는 토리노로서, 파베세는 토리노 태생은 아니지만 토리노에서 교육을 받았다. 

토리노(2021년 1월 24일 게시) 사진: UnsplashDavid Salamanca


[네이버 지식백과] 달과 화톳불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 2007. 1. 15., 피터 박스올)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876736&cid=60621&categoryId=60621




우리 도시는 본질적으로 우울하다. 겨울 아침이면 역 특유의 냄새가 나고 매연 냄새가 도시의 거리마다, 넓은 가로수 길마다 퍼져 있다.

이따금 희미한 햇살 한 줄기가 안개 사이로 스며들어 쌓인 눈과 앙상한 가지들을 분홍색과 연보라색으로 물들인다. 거리와 가로수 길의 눈은 삽으로 치워져 무더기를 이뤘지만, 공원은 여전히 아무도 손대지 않은 부드러운 이불 같은 눈에 덮여 있다.

강 건너편에 언덕이 자리 잡고 있는데 그곳 역시 아직도 하얀 눈에 덮여 있지만 여기저기서 불그스름한 관목들의 흔적이 보인다.

이제야 알아차렸는데 우리 도시는 우리가 잃어버린 친구, 도시를 사랑했던 그 친구와 많이 닮았다. 도시는 그가 그랬듯이 부지런하며, 고집스럽고 열정적으로 활동한다. 무기력한 동시에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며 꿈꾸길 원한다. 그를 닮은 도시에서 우리는 어디를 가나 그 친구가 되살아나는 기분을 느낀다. - 친구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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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우크라이나 등 인도적 난민 입국 차단]https://www.eb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49880


평화와 공존이 이토록 어려운 일이란 말인가.

By Cornell University Library


“난민·소수자 배제하면서 민주주의 사회라 할 수 있나”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europe/1179327.html ‘10대가 꼭 알아야 할 세계의 민주주의’ 저자 인터뷰




 


평등에 근거한 적법한 정치체는 아렌트가 재발하는 무국적성과 고통에 대항해서 추구할 수 있었던 유일한 안전장치다. 소속은 인간 삶의 필요조건이지만 결코 한 정치체의 적법한 토대로 사용될 수 없다. - 한나 아렌트와 민족국가의 종식? (5장 유대주의는 시온주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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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할머니에게' 수록 '위대한 유산' 작가노트(손보미)로부터 옮긴다.

By Father of dok1 / Don O'Brien - Flickr photo Christmas Eve 1928, CC BY 2.0





이 소설에는 내가 지난 1년 동안 써온 여러 가지 작품의 모티프들이 뒤섞여 있다. 그중 한 가지는 작년 여름에 썼던 짧은 소설 「크리스마스이브」(원래는 ‘크리스마스의 추억’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지만, 『맨해튼의 반딧불이』에 실을 때 제목을 바꾸었다)로부터 비롯되었다. 어머니를 떠나 할머니 집에 머물게 되는 어린 소녀─이 모티프는 나를 완전히 사로잡았고 그 후로 다른 소설들을 쓸 때도 나는 계속 그 영향권 안에 있었다. - 작가 노트(손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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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유산'(손보미)의 화재 장면으로부터 옮긴다.

사진: UnsplashFlorian Winkler






그녀는 거실로 나가보았다. 커튼에 불이 붙어 있었다. 아래로부터 타오른 불길은 커튼의 위까지 솟아 있었다. 그녀는 들고 있던 할머니의 코트로 불길을 잡아보려고 했지만, 오히려 코트에 불길이 번졌다. 뜨거워서(방금 전까지 그토록 원하던 불꽃이었는데!) 그녀는 코트를 집어 던졌다. 불길이 순식간에 러그와 쌓아놓은 책과 테이블 러너 위로 번졌다. 그리고 결국엔 소파에도.

그녀는 화재 현장을 실제로 접한 건 처음이었고, 불에 타는 소리가 원래 이렇게 요란한 건지 어쩐 건지 알지 못했다. 불길하게, 끊임없이 마음을 요동치게 만드는 소리. 마음속의 무언가가 계속 잘그락거리며 운동하게 만드는 소리. 침묵에 잠겨 있던 지난 세월을 보상받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마지막으로 자신의 존재를 뽐내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그건 마치 마지막 포효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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