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여성 작가 나탈리아 긴츠부르그가 쓴 '친구의 초상'('작은 미덕들' 수록)은 스스로 세상을 떠난 체사레 파베세를 추모하는 글이다. 아래 글 속 도시는 토리노로서, 파베세는 토리노 태생은 아니지만 토리노에서 교육을 받았다. 

토리노(2021년 1월 24일 게시) 사진: UnsplashDavid Salamanca


[네이버 지식백과] 달과 화톳불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 2007. 1. 15., 피터 박스올)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876736&cid=60621&categoryId=60621




우리 도시는 본질적으로 우울하다. 겨울 아침이면 역 특유의 냄새가 나고 매연 냄새가 도시의 거리마다, 넓은 가로수 길마다 퍼져 있다.

이따금 희미한 햇살 한 줄기가 안개 사이로 스며들어 쌓인 눈과 앙상한 가지들을 분홍색과 연보라색으로 물들인다. 거리와 가로수 길의 눈은 삽으로 치워져 무더기를 이뤘지만, 공원은 여전히 아무도 손대지 않은 부드러운 이불 같은 눈에 덮여 있다.

강 건너편에 언덕이 자리 잡고 있는데 그곳 역시 아직도 하얀 눈에 덮여 있지만 여기저기서 불그스름한 관목들의 흔적이 보인다.

이제야 알아차렸는데 우리 도시는 우리가 잃어버린 친구, 도시를 사랑했던 그 친구와 많이 닮았다. 도시는 그가 그랬듯이 부지런하며, 고집스럽고 열정적으로 활동한다. 무기력한 동시에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며 꿈꾸길 원한다. 그를 닮은 도시에서 우리는 어디를 가나 그 친구가 되살아나는 기분을 느낀다. - 친구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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