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유산'(손보미)의 화재 장면으로부터 옮긴다.

사진: UnsplashFlorian Winkler






그녀는 거실로 나가보았다. 커튼에 불이 붙어 있었다. 아래로부터 타오른 불길은 커튼의 위까지 솟아 있었다. 그녀는 들고 있던 할머니의 코트로 불길을 잡아보려고 했지만, 오히려 코트에 불길이 번졌다. 뜨거워서(방금 전까지 그토록 원하던 불꽃이었는데!) 그녀는 코트를 집어 던졌다. 불길이 순식간에 러그와 쌓아놓은 책과 테이블 러너 위로 번졌다. 그리고 결국엔 소파에도.

그녀는 화재 현장을 실제로 접한 건 처음이었고, 불에 타는 소리가 원래 이렇게 요란한 건지 어쩐 건지 알지 못했다. 불길하게, 끊임없이 마음을 요동치게 만드는 소리. 마음속의 무언가가 계속 잘그락거리며 운동하게 만드는 소리. 침묵에 잠겨 있던 지난 세월을 보상받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마지막으로 자신의 존재를 뽐내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그건 마치 마지막 포효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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