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시 '저녁의 소묘 4'를 읽는다. 마지막 세 줄 - 무엇인가/반짝인다//반짝일 때까지 - 은 이탤릭체 표기이다. 그리고 "무엇인가/반짝인다" 두 줄은 여백을 품고 있다.

사진: UnsplashZdeněk Macháček


한강의 유일한 이 시집은 11월에 큰글자도서로 출간되었다.






잊지 않았다

내가 가진 모든 생생한 건
부스러질 것들

부스러질 혀와 입술,
따뜻한 두 주먹

부스러질 맑은 두 눈으로

유난히 커다란 눈송이 하나가
검은 웅덩이의 살얼음에 내려앉는 걸 지켜본다

무엇인가
반짝인다

반짝일 때까지 - 저녁의 소묘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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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의 집' 6권 '기나긴 겨울'로부터 옮긴다. 올 겨울이 필요 이상으로 길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대설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04d2947a 그러고 보니 절기 상 대설이 지나갔다.


By Winkelvi 로라 잉걸스는 '초원의 집' 저자이다.


'초원의 집' 삽화가 가스 윌리엄즈는 '샬롯의 거미줄' 삽화도 그렸다.





읍내를 보려고 고개를 돌렸지만, 읍내는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가게들의 높은 정면과 굴뚝에서 피어 오르는 희미한 연기도 사라졌다. 하늘 밑에 있는 것이라고는 하얀 눈밭과 바람에 날리는 눈발, 그리고 바람과 추위뿐이었다. -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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욘 포세 희곡집 '가을날의 꿈 외'(정민영 역)로부터. 조용한 겨울을 원한다......근데 글렀지! 일요일 밤이 깊어간다.

Building the Winter Studio. Ekely, 1929 - Edvard Munch - WikiArt.org


뭉크 내년 달력들이다.





고립은 글쓰기를 위해 내겐 삶의 필수 요소와 같은 것이다. 조용한 삶을, 특별한 사회적 삶을 살아갈 수 없다면 나는 작업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내 고향은 무척 조용하다. 특히 겨울에. 사람들은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그들이 무엇인가 말할 경우에는 아이러니로 가득하다. 그들은 의심할 바 없이 강한 자신들의 감정을 직접 표현하지 않는다. 그런 곳에서 성장했다는 것이 나의 언어와 많은 관련이 있다.

의미가 아니라 형식에 대해 말하자면, 나는 닫힌 텍스트를 쓴다. 이때 나는 무언가 깊이 생각하고 싶진 않다. 왜냐하면 나는 내가 아는 것을 쓰기 때문이다. -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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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key - Gabriel von Max - WikiArt.org


[고전에서 길 찾기]‘학술원에의 보고’ https://www.khan.co.kr/article/200805271801115

Monkeys and painting - Gabriel von Max - WikiArt.org






정신분석학적 연구에서는 술을 마신다는 상징적 행위로 원숭이가 인간세계로 수용되는 것을 작가가 성인 남자의 사회로 진입하는 것에 비유한다. 빨간 피터는 사냥꾼에게 잡힐 때 총 두 발을 맞는데 한 발은 음부 부위에 상처를 주고 이것을 카프카의 거세공포로 풀이하기도 한다. 또 우리에 갇혀 지내는 고통을 카프카의 성적 궁핍으로 해석한다.

한편 원숭이가 인간이 된다는 것을 기독교의 개종으로 생존환경에 적응하려는 유대인의 동화 노력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말하자면 빨간 피터에게 출구로 강요된 인간화는 유대인의 생존투쟁으로서 어쩔 수 없이 살아남기 위해 주변 세계에 억지로 동화된 쓰라린 현실을 풍자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 7. 빨간 피터의 고백 -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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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카프카를 생각하며'(박병화) 중 '학술원 보고' 관련 부분으로부터

프라하(2024년 7월) 사진: UnsplashYelizaveta Yarema






체코의 프라하에서 독일어를 사용하는 유대인으로서 카프카의 소수 민족적 한계를 보고 "소수집단의 탈영역화"라는 해석도 있다. 기존의 지배집단에서 출구를 모색하는 노력이 침팬지 피터의 고백에서 드러난다는 주장이다.

카프카가 즐겨 읽은 니체의 문명화의 과정에 대한 관점이 투영되었다는 지적도 있다.

사회적 강요와 억압으로 형성된 인간존재에는 중요한 무언가가 결핍되었다는 것이다. 이 결핍상태는 언젠가 새로운 인간형으로 극복되어야 하며 현재의 인간은 일종의 과도기적 존재라고 니체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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