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를 인터뷰한 '정'은 소설가 정용준이다.


서시 육필 원고 (1942) By 윤동주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2013)를 낸 시인 한강의 신작시가 올해 9월 '문학과 사회' 가을호에 발표되었다. [‘시인 한강’도 주목…시로 등단, 최신작도 시 2편] https://www.donga.com/news/Culture/article/all/20241013/130204571/1


[운명이여, 안녕 - 죽음, 인생 끝에서 쓰는 서시] 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747740.html 신형철의 이 글에 한강의 '서시' 전문이 실려 있다. 윤동주의 '서시'가 글의 마지막에 호출된다. '인생의 역사' 중 '3부 죽음의 점' 수록.

윤동주 시비 By yknok29 - 자작, CC BY-SA 3.0


내년 윤동주 달력 커버에 '서시'가 놓였다.





정 선생님이 쓴 「서시」라는 시가 있어요. 제가 그걸 읽고 오래전에 다이어리에 옮겼던 적이 있어요. ‘어느 날 운명이 찾아와/ 나에게 말을 붙이고/ 내가 네운명이란다, 그동안/ 내가 마음에 들었니, 라고 묻는다면/ 나는 조용히 그를 끌어안고/ 오래 있을 거야.’ 조용히 끌어안고 오래 있을 거라는 문장이 좋아서 한동안 글쓰기를 그렇게 생각해야겠다고 여긴 시절이 있었어요. 혹시 지금도 같은 마음이세요?  

한 이걸 쓴 게 삼십대 초반이어서요.

정 저는 삼십대 초반이 아닌데 왜 이렇게 와닿는 걸까요.

한 지금이라면 원망도 좀 할 것 같은데요.(웃음) 조용히 오래 있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아마 그때는 살았던 시간도 적고, 고통의 양도 더 적어서 그렇게 될 줄 알았던 것 같은데요. 모르죠, 더 살면 또 그렇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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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스트 2022년 첫 호에 실린 한강 인터뷰로부터 옮긴다.


https://youtu.be/u_vJiH5E7ng 한강의 플레이리스트 중 "Philip Glass / 연주: Víkingur Ólafsson - Glass: Étude No. 5"와 "Arvo Pärt - piegel im Spiegel (거울 속의 거울)" 이 연속된다.







처음 초고 쓸 때는 어떤 음악도 들을 수 없어요. 굉장히 방해가 돼요. 그러다가 일단 초고가 끝나면 음악을 들을 수 있어요. 음악의 힘으로 수혈을 받는다고 느낄 때도 있고요.

『작별하지 않는다』 쓸 때는 그렇게 필립 글라스도 듣고, 아르보 패르트의 〈거울 속의 거울〉도 반복해 듣고, 원래 좋아하던 클래식 음반들도 들었어요. -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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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전쟁 1년https://www.yna.co.kr/view/AKR20241004145500099?input=1179m


https://blog.aladin.co.kr/790598133/14973927 작년 10월 11일에 읽기 시작했던 '주디스 버틀러, 지상에서 함께 산다는 것 -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 유대성과 시온주의 비판'(양효실 역)이 아래 글의 출처.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2024년 4월 - 사진: UnsplashEmad El Byed


올해 9월에 번역출간된 '전쟁의 프레임들'(주디스 버틀러)과 '팔레스타인 가자의 핏빛 참극, 무엇을 위한 전쟁인가'가 부제인 10월7일 자 한겨레21, 팔레스타인 평화 연대의 역서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을 찾아둔다.





이 책은 2012년 미국의 컬럼비아대학교 출판부에서 발간한 주디스 버틀러의 책, Parting Ways: Jewishness and the Critique of Zionism(갈림길들—유대성과 시온주의 비판)을 번역한 것이다.

2004년부터 2012년까지 이집트와 이스라엘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강연하거나 발표한 글들을 발전시켜 이 책 한 권으로 묶었다.

외할머니의 친척들이 홀로코스트에서 희생당하기도 한 유대계 미국인 주디스 버틀러는 1948년 이스라엘의 건국 이래 지속되고 있는 ‘팔레스타인 분쟁’을 윤리학자로서 성찰한다. -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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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aladin.co.kr/790598133/14979103 작년 오늘 '터프 이너프' 독서를 시작했다. 그때 완독 목표는 아니었지만 어찌어찌 다 읽었다. 아래 옮긴 글을 다시 읽어보니, 한강 작가가 노르웨이 미래도서관 인터뷰 동영상에서 자신은 낙관주의자가 아니라고 했던 말이 또 떠오른다.

사진: UnsplashDominika Walczak


'터프 이너프' 역자 김선형 번역가가 초상화를 그려 올해 전시를 했었네. 대단! 제인 오스틴 전작을 번역 중이라고 한다. [번역가 생활 30년간 마음으로 그려본 작가들, 초상화로 그려내] https://v.daum.net/v/20240619113802960  토니 모리슨, 마거릿 애트우드, '터프 이너프'에도 등장하는 조앤 디디온 등 여성작가들을 그린 작품 사진들을 이 기사에서 볼 수 있다. 기사에 언급된 김선형 역자의 역서 '테일러 스위프트'와 올해 새로 출간된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 그리고 리커버본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찾아둔다.




이 여성 작가들이 고통스러운 현실을 포용했다고 해서 비관주의자였던 건 아니다. 이들의 전언은 종종 스산하고 황량하지만, 대부분 낙관주의도 비관주의도 품지 않았다. 그보다 그들은 현실주의자라고 자처했다. 직접 겪은 유토피아적 낙관주의에는 깊은 환멸을 느끼고 싸늘하게 반응했다. 그러니 오히려 열렬한 반유토피아주의자였다. - 들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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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유진 오닐이 쓴 '밤으로의 긴 여로' 열린책들 판으로부터 옮긴다.

First edition 1956 Fair use, https://en.wikipedia.org/w/index.php?curid=54569373


'밤으로의 긴 여로'에 등장한 스윈번의 시 '작별' 원문이다. https://www.poetryfoundation.org/poems/45296/a-leave-taking



By SetteTreSette - Own work, CC BY-SA 4.0, 위키미디어커먼즈


한강 작가가 쓴 '밤으로의 긴 여로' 독후감인데 스윈번의 시 '작별' 재인용으로 끝난다.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570325&cid=58814&categoryId=58831 (세계문학의 고전)


cf.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에 작가인 화자가 쓴 '작별'이란 작품의 존재가 언급된다. 실제 한강이 발표한 '작별'(문학과사회 2017 겨울호)은 2018 김유정문학상 수상작이다. 


 



제이미  (얼굴에서 손을 떼고 탁자 위를 응시하고 있다. 그 역시 술이 확 깨어 있다. 멍하니) 소용없어요, 아버지. (스윈번의 「작별」을 인용하는데, 담담하면서도 비통한 슬픔을 담아 멋지게 낭송한다)

이제 일어나 떠나자. 그녀는 알지 못하니.
큰 바람처럼 바다를 향해 가자,
모래와 포말이 날리는 곳으로. 여기 있는 게 무슨 소용인가?
아무 소용 없으니, 여기 모든 것들이 그러하고
모든 세상이 눈물처럼 쓰디쓰네.
아무리 그렇게 보여 주려 해도
그녀는 알지 못하니.

메리  (주변을 돌아보며) 꼭 찾아야 되는 건데. 완전히 잃어버릴 수는 없어. (제이미의 의자 뒤편을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제이미  (메리의 얼굴을 돌아보며 애원한다) 어머니! (메리가 듣는 것 같지 않자 절망적으로 몸을 돌린다) 젠장! 무슨 소용이람? 쓸데없는 짓이야. (더욱 고조된 비통함으로 다시 「작별」을 낭송한다)

그러니 가자, 내 노래들아. 그녀는 듣지 못하니.
두려움 없이 함께 가자.
노래의 시간은 끝났으니 침묵을 지키자.
옛것들도, 소중한 것들도 모두 끝났으니.
우리가 그녀를 사랑하는 만큼 그녀는 당신도 나도 사랑하지 않으니.
그래, 우리가 아무리 귀에 대고 천사의 노래를 부른다 해도,
그녀는 듣지 못하니.

- 4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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