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프 이너프 - 진실을 직시하는 강인함에 관하여'(데보라 넬슨 지음, 김선형 옮김)를 읽기 시작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으로 인해 읽게 된 주디스 버틀러와 한나 아렌트가 이 책까지 인도했다. 전에 한나 아렌트의 절친 메리 매카시에 관해 찾다가 이 책 '터프 이너프'를 발견하여 조금 읽은 적 있고, 사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성 인물들 중 유일하게 글 쓰는 작가가 아닌 사진가 다이앤 아버스에 관한 장이 가장 궁금하다. 아래는 서문 격인 '들어가며'로부터 발췌한 글이다.
Child Crying, 1967 - Diane Arbus - WikiArt.org
국역 '터프 이너프'는 현재 절판.
이 여성 작가들의 거리두기―연대보다 고독을 선호하는 성향―는 감동·감정·정서(비록 기술적으로 감정과 정서는 감동과 다르지만)의 사이성을 소거하고자 하는데, 그 여러 다른 이유가 앞으로 각 장에서 기술될 것이다. 고통스러운 현실의 영역에 머무르면서도 이처럼 감정에 저항하는 태도는 20세기 중반 부상한 각종 진보적 사회운동과도 선을 긋는다. 진보적 사회운동들은 하나같이 정서적 유대와 집단과의 동질성을 옹호했기 때문이다. 실천은 말할 것도 없고, 이론적으로도 거부한 이 여성 작가들은 그들의 지지를 기대했던 집단 내부에서 ‘파리아pariah’(배척당한 사람)로 낙인찍혔다.
20세기 후반 사회운동이 공감능력이 갖는 치유의 힘을 연대를 공고하게 만드는 접착제이자 진보 정치학의 목적으로 권장하자, 이 여성 작가들은 반감으로 움찔하며 한발 물러섰다. 사회정의라는 목표가 아니라 그리로 가는 길이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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