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잘 먹는 예쁜 누나, 라고 적었다가 고침......) 최근 우리 나라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다 봤다. 두 남매로서 남동생을 둔 여주(손예진 분)는 다양한 유형이 있을 한국 K-장녀 중 하나인데, 나대는 동생을 둔 누나. 이 드라마에서 집안의 귀한 자식인 동생은 만만한 누나를 주로 이름으로 부르며 오빠처럼 행세한다.
아래 글은 '스토리: 흥행하는 글쓰기'(오기환)가 출처.
'스토리'의 저자가 올해 4월에 낸 신간도 담아둠.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봅시다. 1부에서 두 주인공 윤진아와 서준희(정해인 분)가 처음 만납니다. 2부에서 두 사람이 같은 건물에 근무하게 되면서 서로의 존재를 인지하고, 윤진아의 전 남자친구 문제로 얽히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보통의 멜로 드라마 구조가 이렇습니다. 1부에서 인물들이 만나고 2부에서 그들이 어떤 사건을 계기로 관계가 얽히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그래서 2부의 끝이 보통 드라마의 설정, 다시 말해 계기적 사건이 일어나는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16부작 드라마를 기준으로 보면 8부에서 9부로 넘어가는 지점이 중간점이 됩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보죠. 제목에서부터 장르를 알 수 있습니다. 멜로죠. 그렇다면 적대자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8부에 여자 주인공 윤진아의 전 남자친구가 나타나 윤진아를 납치하는 사건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9부에서는 윤진아와 남자 주인공 서준희의 사이를 알게 된 가족들 때문에 두 사람이 힘들어합니다. 서준희의 친누나인 서경선과 윤진아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로, 윤진아에게 서준희는 친동생 같은 존재거든요. 그런 두 사람이 사랑을 시작했으니 주위에서는 두 사람의 사랑을 방해합니다. 정리하면 8부는 윤진아의 전 남자친구의 납치로, 9부는 윤진아가 아버지 앞에서 통곡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그런데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최대 적대자는 누구인가요?
저는 여자 주인공인 윤진아의 어머니라고 생각합니다. 후반부로 가면 그녀는 격렬하게 윤진아와 서준희의 사이를 방해합니다. 두 연인은 윤진아의 어머니 앞에서 무릎까지 꿇습니다. 스토리의 중간점인 9부에서요. 이렇듯 중간점에서는 그 드라마의 가장 강력한 적대자가 나타나 스토리를 지배합니다. 반대로도 생각해 볼까요? 드라마를 쓰기 전에 8부와 9부 사이의 중간점에 가장 강력한 적대자를 먼저 배치한다면 어떨까요? 글쓰기가 훨씬 쉬워질 겁니다. 적대자가 배치되었다는 것은 드라마를 관통하는 플롯의 케이블이 생겼다는 증거입니다. 주인공과 적대자가 격렬하게 부딪칠수록 스토리는 재미있어질 테니까요. - 2. 플롯의 삼각형 / 04 공식의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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