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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부사 소방단
이케이도 준 지음, 천선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4월
평점 :
믿고 읽는 이케이도 준 작가의 신작《하야부사 소방단》을 만나본다. 이번 만남은 은행이나 기업, 도시가 아닌 풍경 좋고, 이웃 좋은 한적한 시골 마을 '하야부사'다. 문학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던 미스터리 소설 작가가 아버지의 유산으로 받게 된 시골의 집으로 이사 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주인공 다로는 벚꽃 저택에서의 감상도 아주 잠시뿐 연쇄 화재의 중심에 서게 된다.
이케이도 준 작가는 베스트셀러(『한자와 나오키』,『변두리 로켓』등) 만큼이나 영상화된 작품들이 많다. 이 작품도 2023년 여름 일본 아사히 TV에서 9부작 드라마로 방영했다. 그런데 책과 영상의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작가가 긴 호흡으로 그려놓은 디테일한 묘사를 짧은 영상에 담기는 무리가 따랐을 것 같다.
아름다운 시골 마을의 겉모습은 추리 작가 다로의 마음을 '귀촌'이라는 설렘에 빠지게 했지만 그 속에는 정말 커다란 '악'이 도사리고 있었다. 이 책《하야부사 소방단》도 하야부사 마을과 같다. 겉과 속이 다르다. 겉모습은 700페이지에 가까운 두께를 자랑하는 벽돌책이지만 속은 엄청난 몰입감으로 '순삭'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는 정말 멋진 장편소설이다.
이전에 만나본 작품들(『한자와 나오키』,『일곱 개의 회의』,『노사이드 게임』,『샤일록의 아이들』등)에서 작가가 보여준 '악'이 인간의 내면의 숨은 욕망에서, 심리적인 면에서 발현되었다면 이 작품의 '악'은 사회 구조가 만들어낸 '사회악'이다. 개인의 도덕적인 일탈은 가끔 눈감아주던 작가가 조금 더 크고, 조금 더 혐오스러운 사회악은 어떻게 처리할지 들여다보는 재미도 다른 작품에서는 만날 수 없는 이 작품만이 가진 매력 포인트이다.
여전히 간결한 문장은 속도감을 높여주고, 개성이 확실한 등장인물들의 유머러스한 대화는 스토리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위트와 유머, 그리고 아름다운 풍경 묘사가 이야기의 긴장감을 가끔 풀어주지만 무언가 모를 긴장감이 시작부터 팽팽함을 유지하는 작품이다. 그런데 '연쇄 방화 사건'을 '사소한?' 사건으로 만들어버리는 작가의 스토리텔링 능력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마치 연쇄 방화는 그저 스토리를 풀어가는 '미끼'처럼 느껴진다. 아마도 더 커다란 악의 존재가 그런 느낌을 갖게 한 듯하다. 더 커다란 악의 존재는 무엇일까? 그 악의 중심으로 들어가 보기 바란다.
두꺼운 두께에 망설일 필요가 전혀 없는, 엄청난 몰입감을 만날 수 있는 재미와 흥미 그리고 오늘 우리 사회의 문제를 돌아보게 하는 의미도 찾을 수 있는 매력적인 미스터리 작품이다.
"소미미디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