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클리드기하학, 문제해결의 기술 - 최소 지식으로 최대 아이디어를 만드는 수학적 사고법
박종하 지음 / 김영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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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학문의 기초로 '철학'을 이야기하고는 한다. 아마도 생각하는 힘 즉 사고력에 중점을 둔 이야기일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고대에 유명한 철학자들은 대부분 수학자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만큼 수학적인 사고방식이 중요하다. 그래서 기원전 300년경에 활동하던 유클리드『원론』을 바탕으로 수학적 사고력과 문제해결 방법에 대해 박종하 창의력 연구소 대표가 들려주고 있는《유클리드 기하학 문제해결의 기술》이 더욱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 책과의 만남으로 '수포자'라는 단어는 사라질 듯하다. 수학을 왜 공부해야 하는지 또 수학 공부의 즐거움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멋진 책이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최대 아이디어를 위한 최소 지식에서는 문제 해결을 위한 '최소한'의 지식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편안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동위각이 같다'라는 유클리드의 공리를 소개하고, 삼각형, 사각형, 원의 특징 등 유클리드 기하학의 바탕이 되는 도형에 대한 기본을 알려주고 있다. 2부 아이디어를 찾는 유클리드식 사고법에서는 유클리드 기하학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인 '유클리드식 사고법'을 보여주고 있다. 나누고 더하고 상상하는 계산이 아닌 도형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3부 정답의 틀을 깨는 문제 해결의 기술에서는 보다 깊이 있는 문제해결 방법을 꼼수의 기술을 포함해서 7가지 영역(상상, 전환, 찾기, 조작, 단계, 파악)으로 나누어 제시하고 있다. 1부와 2부의 이야기는 3부의 재미와 흥미를 위한 초석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3부는 매력적인 수학, 기하학 이야기가 넘친다.

저자는 1000개 넘는 유클리드기하학 문제들 중에서 핵심만을 뽑아내서 153개의 문제로 요약했다. 그리고 그 문제들을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친절한 해설을 그리고 있다. 기하학으로 풀어내는 수학 문제는 계산으로 풀어낸 수학 문제보다 더 흥미롭고 재미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수학 공부의 진정한 재미를 선물하고 싶다면 망설이지 말고 이 책을 선택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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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사냥 - 죽여야 사는 집
해리슨 쿼리.매트 쿼리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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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슨 쿼리매트 쿼리 형제의 장편소설 《이웃 사냥》 "제가 처음으로 죽인 사람은 한 명이 아니었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거기에 소설의 부제는 '죽어야 사는 집'이다. 이건 최소한 '연쇄 살인'에 사이코패스 살인범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흥미와 재미가 스릴과 함께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책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는 긴장감은 살인마에 의한 스릴이 아니라 '악령'들이 만든 공포다. 그런데 어려서 이불 속에서 숨어서 보던 '전설의 고향'의 장면을 아무렇지 않게 보게 된 까닭인지 공포보다는 대지의 악령에 대한 호기심이 더 크게 다가섰다.


이야기의 흐름은 굉장히 단순하다. 전역한 해병대인 남자 주인공 해리는 대학생 때부터 자연에서의 삶을 꿈꾼다. '자연인'이 꿈인 것이다. 그런데 그런 꿈을 응원하며 해리와 사랑에 빠진 여자 주인공 사샤가 있어서 해리의 꿈은 실현된다. 그렇게 시작된 아이다호주의 작은 목장에서의 생활은 행복했다. 하지만 그들의 유일한 이웃인 댄과 루시 부부가 들려준 놀라운 이야기는 행복한 일상에 어두운 그림자를 매달게 된다.


그 계곡에는 악령이 존재하고 그 악령들은 계절에 따라 색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그리고 그때마다 대처하는 방법도 다르다는 것이다. 친절한 이웃 부부 댄과 루시는 그 악령들의 특징과 대처 방법에 대해 알려준다. 하지만 이제 검색이 아니라 AI와의 채팅을 통해서도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세상을 살면서 악령이라니 해리는 친절한 부부를 다소 불친절하게 집에서 내쫓는다. 그렇게 해리와 사샤의 자연과의 첫 만남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그리고 봄의 악령과 조우하면서 이들의 악몽은 시작된다. "봄은 가장 쉬운 축이야."(p.137)라는 이웃 댄의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정말 지긋지긋한 악령들이 괴롭힘의 강도를 조절하며 나타난다. 그런데 이쯤에서 의문이 든다. 왜 사계절을 버티고 있는가? 그냥 그곳을 벗어나면 되지 않나? 이 재미없는 질문에 대한 흥미로운 답은 이 책을 통해서 만나보기 바란다.


넷플릭스에서 영상화가 진행 중이라고 하는 데 어쩌면 악령들의 공포보다는 해리와 사샤의 심리 표현에 더 중점을 두어야 할 것 같다. 두 주인공의 심리 흐름을 따라가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아마도 이 소설이 가진 특별한 매력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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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
김지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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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61. "그때의 자기를 사랑하지 않은 거 아닐까? 아니면 지금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해서······그래서 숨고 싶은 거 아닐까?"


김지윤의 장편소설《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특별하지 않다. 지금 당장 밖에 나가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우리들 이웃들이 주인공들이다. 특별하지 않은 배경(빨래방)에 특별할 것 없는 이웃들의 이야기를 녹색 다이어리 하나가 특별하게 또 흥미롭게 만들어준다. 누가 무엇을 위해 가져다 놓았는지는 몰라도 그곳을 찾는 이들의 마음을 털어놓게 하는 신비로운 노트가 되어준다.


그렇게 상처받은 이들의 마음이 열리고 그곳에 다른 이들의 응원이 실리게 된다. 하지만 녹색 다이어리는 어두운 진실을 가지고 있다. 그 진실은 이 소설의 잔잔한 흐름에 엄청난 소용돌이를 몰고 온다.


살기 싫다.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드냐.


'분명 어디서 만난 적이 있는데······.'


약국을 접고 반려견(伴侶犬) 진돌이와 함께 2층 단독주택에 사는 장영감이 빨래방을 찾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빨래방에 있는 다이어리에 실린 문장이 마음에 걸려 그 글을 쓴 이를 응원하며 답글을 단다. 그렇게 다이어리에 마음을 담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사연도 늘어나게 된다. 감성적인 아름다운 사연들이 이어지는 듯싶더니 갑자기 장르를 바꾼다. 흥미진진한 추격신을 더한 범죄 소설이 등장한다.


보이스 피싱으로 동생을 잃은 형이 동생의 복수를 위해 범인을 쫓고 그 과정에 빨래방 식구들이 함께한다. 다이어리라는 작은 소품이 이어준 마음들이 엄청나게 소중한 인연으로 자란다. 다양한 인연들이 등장하지만 기러기 아빠가 다시 가족을 찾는 이야기를 가장 크게 공감하며 만날 수 있었다. 나이 들면서 가장 소중하게 느껴지는 인연은 '가족'인듯하다. 부모님, 형제, 자매 그리고 자녀들. 물론 곁에 있는 사람도.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은 그런 다양한 인연들을 소중하게 이어주는 멋진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누군가의 아픔과 슬픔 그리고 고민을 들어줄 줄 아는 배려가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은 또 다른 행복한 시간들로 채워질 것 같다. 누군가의 상처를 위로하고 함께 할 수 있는 따뜻한 공간을 꼭 찾아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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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로 가는 길 - 선진국 한국의 다음은 약속의 땅인가
조귀동 지음 / 생각의힘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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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사회'는 역설적이게도 한국이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결과이다.


불평등이 심한 국가에서 체제 변화가 쉽지 않다는걸···


《이탈리아로 가는 길》이라는 제목과 '선진국 한국의 다음은 약속의 땅인가'가 책장을 넘기기 전부터 '기대'보다는 '걱정'에 사로잡히게 하는 책이다. 이탈리아는 정치, 경제 등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선진국이라 불리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많이 힘든 상황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왜 하필 우리나라가 이탈리아로 가고 있다는 것이지 시작부터 흥미롭다.


물론 우리나라의 정치는 바닥이 어딘지도 모르게 도덕성과는 점점 더 멀어져서 끝없이 곤두박질치고 있고, 경제는 '갑질','금수저'라는 단어가 수시로 등장하며 부의 세습, 양극화의 절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도 세계 5위 경제 대국의 자리를 너무나 쉽게 내주고 바닥을 향해가고 있는 이탈리아와 우리를 비교하는 것은 조금은 억지스러웠다.


그런데 저자 조귀동이 보여준 근거들은 우리가 이탈리아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것을 제대로 알게 해주고 있다. 그리고 그 원인을 잘못된 정치에서 찾아 제2장에서 제시하고 있다. 진보도 보수도 정당을 떠나 '대중정치'에 몰입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탈리아로 가는 길》의 전체를 만나본 것이 아니라 제1장 미국도 독일도 스웨덴도 아닌 이탈리아로 가는 길제2장 노무현질서의 등장과 모순을 출력본 형태로 만나본 것이라 총 7장으로 구성된 책의 전체의 내용을 논할 수는 없다. 하지만 도입부에 해당하는 1장과 2장을 통해서 저자 조귀동이 펼치려고 한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전달받은듯하다. 강렬한 도입부만큼 의미 있는 해결책 제시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서 나머지 부분의 이야기가 무척이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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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경사 바틀비 원전으로 읽는 움라우트 세계문학
허먼 멜빌 지음, 박경서 옮김 / 새움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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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딕』으로 너무나 유명한 19세기 미국 낭만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허먼 멜빌의 색다른 면을 만나본다. 멜빌의 대표적인 단편소설 3편을 담은 《필경사 바틀비》를 만나보았다. '난해한' 단편 소설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3편의 이야기가 문장도 편안함과는 거리가 좀 있고 이야기가 담은 주제도 쉽게 찾을 수 없다. 그런데 보통 이런 '난해한' 이야기에는 '해설이 존재한다. 이 책도 친절하게 '역자 해설'을 담고 있다. 「필경사 바틀비」에대한 어렴풋한 생각을 정리하게 해주고 있다.


「필경사 바틀비」의 부제는 월스트리트 이야기(A STORY OF WALL-STREET)이다. 지금은 덜하지만 당시 세계경제의 중심은 '월스트리트'였다. 그곳에서 필경사라는 지금은 너무나 낯선 직업을 가진 청년 '바틀비'를 고용한 변호사가 겪는 조금은 황당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런데 변호사라는 갑(甲), 권력이 관찰자, 화자가 되어 필경사 바틀비 을(乙),약자에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당연히 객관적이지 못할 텐데 바틀비나 다른 필경사들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장면은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자본주의에 잠식된 사회의 어둠을 보여주고 싶어서 더 극적인 대비를 만들어낸듯하다.


인권, 근로자의 권리가 많이 향상되었다는 '현재'에도 하기 힘든 '아니요'를 계속해서 외치는 바틀비도 이상했지만 그를 대하는 변호사의 태도나 생각이 더 이상했다. 사람이 사람을 배려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그 사람에 대해 아는 것도 없으면서 아무 이유 없이 무턱대고 동정하는 것은 둘 모두에게 좋지 않을 것 같다. 바틀비가 불쌍하게 보인다며 "안 하는 편이 더 좋겠습니다."를 반복하는 것을 용인하며 자기 합리화에 빠진 변호사의 모습에서 겉으로는 근로자를 위하는 '척'하는 자본주의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출근 며칠 만에 일을 거절하는 바틀비와 특이한 별명을 가진 직원들을 만나는 즐거움을 느껴보기 바란다.


「꼬끼오! 혹은 고결한 베네벤타노의 노래」에서도 톱장이라는 지금은 낯선 직업을 가진 메리머스크가 주인공이다. 바틀비만큼이나 특별한 생각을 가진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으로부터 자유롭게 살 수 있을까? 세 번째로 만나게 되는 「총각들의 천국과 처녀들의 지옥」을 읽으면서 작가 멜빌이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를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된다. 이 단편에서 총각들의 직업은 '변호사'다. 그리고 그렇지 않아도 약자인 여성들의 직업은 공장 노동자들이다. 비교 대상도 비교할 의미도 없을 것 같은 두 존재를 중심으로 들려주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지금이나 19세기나 자본이 갑인 세상이다. 그런 세상에 정말 커다란 경종을 울리는 이야기들을 담은 책이다. 미국 고등학생들의 교과서에 수록되었다는 「필경사 바틀비」는 색다른 즐거움을 선물해 준다. 읽기 어려운 만큼 깊이 있는 생각으로 이어지게 해주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새움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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