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경사 바틀비 원전으로 읽는 움라우트 세계문학
허먼 멜빌 지음, 박경서 옮김 / 새움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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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딕』으로 너무나 유명한 19세기 미국 낭만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허먼 멜빌의 색다른 면을 만나본다. 멜빌의 대표적인 단편소설 3편을 담은 《필경사 바틀비》를 만나보았다. '난해한' 단편 소설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3편의 이야기가 문장도 편안함과는 거리가 좀 있고 이야기가 담은 주제도 쉽게 찾을 수 없다. 그런데 보통 이런 '난해한' 이야기에는 '해설이 존재한다. 이 책도 친절하게 '역자 해설'을 담고 있다. 「필경사 바틀비」에대한 어렴풋한 생각을 정리하게 해주고 있다.


「필경사 바틀비」의 부제는 월스트리트 이야기(A STORY OF WALL-STREET)이다. 지금은 덜하지만 당시 세계경제의 중심은 '월스트리트'였다. 그곳에서 필경사라는 지금은 너무나 낯선 직업을 가진 청년 '바틀비'를 고용한 변호사가 겪는 조금은 황당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런데 변호사라는 갑(甲), 권력이 관찰자, 화자가 되어 필경사 바틀비 을(乙),약자에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당연히 객관적이지 못할 텐데 바틀비나 다른 필경사들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장면은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자본주의에 잠식된 사회의 어둠을 보여주고 싶어서 더 극적인 대비를 만들어낸듯하다.


인권, 근로자의 권리가 많이 향상되었다는 '현재'에도 하기 힘든 '아니요'를 계속해서 외치는 바틀비도 이상했지만 그를 대하는 변호사의 태도나 생각이 더 이상했다. 사람이 사람을 배려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그 사람에 대해 아는 것도 없으면서 아무 이유 없이 무턱대고 동정하는 것은 둘 모두에게 좋지 않을 것 같다. 바틀비가 불쌍하게 보인다며 "안 하는 편이 더 좋겠습니다."를 반복하는 것을 용인하며 자기 합리화에 빠진 변호사의 모습에서 겉으로는 근로자를 위하는 '척'하는 자본주의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출근 며칠 만에 일을 거절하는 바틀비와 특이한 별명을 가진 직원들을 만나는 즐거움을 느껴보기 바란다.


「꼬끼오! 혹은 고결한 베네벤타노의 노래」에서도 톱장이라는 지금은 낯선 직업을 가진 메리머스크가 주인공이다. 바틀비만큼이나 특별한 생각을 가진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으로부터 자유롭게 살 수 있을까? 세 번째로 만나게 되는 「총각들의 천국과 처녀들의 지옥」을 읽으면서 작가 멜빌이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를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된다. 이 단편에서 총각들의 직업은 '변호사'다. 그리고 그렇지 않아도 약자인 여성들의 직업은 공장 노동자들이다. 비교 대상도 비교할 의미도 없을 것 같은 두 존재를 중심으로 들려주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지금이나 19세기나 자본이 갑인 세상이다. 그런 세상에 정말 커다란 경종을 울리는 이야기들을 담은 책이다. 미국 고등학생들의 교과서에 수록되었다는 「필경사 바틀비」는 색다른 즐거움을 선물해 준다. 읽기 어려운 만큼 깊이 있는 생각으로 이어지게 해주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새움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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