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박물관 붉은 박물관 시리즈 1
오야마 세이이치로 지음, 한수진 옮김 / 리드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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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박물관赤い博物館 일본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에 선정되었고 2016년 일본 TBS에서 드라마로 만들었던 예측 불가능한 반전이란 무엇인지 또, 본격 미스터리 소설이 가진 진짜 매력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멋진 작품이다. 시효가 지난 증거품과 사건 기록을 보관하는 곳'범죄 자료관'으로 발령받은 데라다 사토시가 소설의 스토리는 풀어가고 사건의 미스터리는 관장 히이로 사에코가 해결한다.


수사 1과에서 잘 나갈 줄 알았던 형사 데라다 사토시는 엄청난 실수와 함께 '붉은 박물관'으로 좌천당하고 제기를 꿈꾼다. 그런데 첫 번째 이야기「빵의 몸값」에서 보여준 '설녀'관장 히이로 사에코의 추리력이라면 데라다 사토시의 복귀는 빠르면 이 책의 결말 부분에서 가능할 것 같았다. 하지만 첫 번째 사건의 해결로 데라다 사토시 형사는 옛 상사의 눈 밖으로 완전히 사라지고 만다. 이 소설은 사건에 숨은 반전만큼이나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반전도 엄청나게 매력적이다.


이 책은 다섯 편의 엄청난 이야기가 담겨있다. 미해결 사건을 해결하고 해결된 줄 알았던 사건을 다시 완벽하게 해결하는 멋진 팀플레이를 보여주는 데라다 사토시 형사와 히이로 사에코 관장의 케미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어질 것 같다. 아마도 그 어떤 조합의 파트너들보다 재미와 흥미를 보장해 줄 매력적인 추리 팀이다. 직접 사람들을 만나 그들에게서 반응을 감지하는 형사와 책상에서 서류와 증거를 보고 사건을 재구성하는 관장의 엄청난 매력에 빠져보길 바란다. 후회하지 않을 멋진 만남이 될 것이다.


이 책이 가진 많은 매력 중에서 가장 큰 매력은 본격 미스터리물답게 독자들도 추리에, 미스터리 해결에 동참할 기회를 준다. 아주 충분히 주고 있다. 자신들이 가진 증거와 자료를 고스란히 다 알려주며 추리해 보라, 범인을 잡아보라 응원해 준다. 물론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주인공들을 보며 감탄만 하고 말았지만 미스터리, 추리를 즐기는 독자라면 더욱 재미나게 '반전'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


미스터리 소설의 가장 흔한 소개 문구가 '반전의 반전'인듯하다. 이 책의 띠지에도 그 표현이 있다.'반전의 반전'. 너무나 뻔한 소개 문구지만 이 책을 다른 말로 표현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 책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문구가 '반전의 반전'이다. 수사 1과 형사도 놀라게 만드는 '반전의 반전'과의 만남은 빠를수록 좋을 것이다. 사건 해결에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정말 멋진 미스터리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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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이름 붙이기 - 보이지 않던 세계가 보이기 시작할 때
캐럴 계숙 윤 지음, 정지인 옮김 / 윌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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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해보지 못해서 그 가치를 전혀 알 수는 없지만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의 저자 룰루 밀러가 직접적인 영감을 받았다고 언급했다는 책《자연에 이름 붙이기naming nature 를 만나본다. 자신을 '과학의 젖을 먹고 자란 사람(p.20)'이라 소개할 만큼 부모가 모두 과학자인 '모태 과학자'이다. 뼛속까지 과학자인 캐럴 계숙 윤'생명의 분류와 명명'이라는 분류학을 들여다보다가 '과학'에 의문을 품게 되는 과정을 재미나고 흥미롭게 담고 있는 책이다. 과학 책을 읽고 있는데 편안함을 느끼게 되는 까닭은 1992년부터,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뉴욕 타임지》등에 과학 관련 글을 써오고 있는 저자의 필력 덕분인듯하다.


400여 페이지의 분량이니 소설로는 벽돌책이 아니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과학 그것도 처음 접하는 '분류학'을 다루고 있는 책이라 벽돌책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 책이 난해한 과학 책으로 느껴진 부분은 '프롤로그 :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 기이한 사정' 즉 도입부 뿐이었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서 '밈(meme)'을 처음 접했을 때의 당혹감을 '움벨트(umwelt)'와의 첫 만남에서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검색 찬스를 통해서 움벨트의 뜻을 어렴풋하게 새기고 저자의 친절함 덕분에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직관적인 감각과 엄밀한 과학의 정면충돌할 수밖에 없었던 생명의 분류에서 저자는 인류의 감각적이고 주관적인 감각 움벨트의 실종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끝까지 몰입도를 유지한다. 과학을 특히 생명의 분류, 질서라는 쉽지 않은 분류학을 편안하게 안내해 주고 있는 매력적인 과학 책이다. 과학 책도 매력적일 수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p.411. 당신은 생명이 존재하는 곳, 당신 주변 어디에서나 생명을 알아보기 시작할 것이다. 아직 너무 늦은 건 아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호기심을 요구하고 있다. '꽃'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움벨트를 넘어 그 꽃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꽃의 '이름'을 알아내라고 요구하고 있다. 생명을 과학적인 분석, 이성이 아닌 마음, 감성으로 느껴보라 권하고 있는 소중한 만남이 담긴 책이다. 200 년도 더 전前에 생명 세계 전체에 질서를 부여하고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던 분류학과 계통학에서, 과학에서 '물고기'가 사라지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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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를 위한 변론
송시우 지음 / 래빗홀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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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단편소설〈좋은 친구〉'계간 미스터리 신인상'을 수상하면 데뷔한 송시우 작가의 소설 작품집《선녀를 위한 변론》을 만나보았다. 2012년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을 수상했고, 《달리는 조사관》은 2019년에 동명의 드라마로 방영되기도 했던 작가와는 첫 만남이다. 그런데 첫 만남에서 만난 작품들이 너무나 강렬해서 전작前作들을 만나보고 싶다는 팬심에 푹 빠지게 하고 있다.


이 작품집에는 다섯 편의 단편소설과 김수지 평론가 그 소설들을 들여다보고 들려주는 '해설'이 담겨 있다. 그런데 소설집에 담긴 다섯 작품 모두가 특별하다. 정말 재미나게 또 흥미롭게 만날 수밖에 없는 특별함을 가진 이야기들이다. 다섯 작품들을 빛나게 하는 '특별함'을 놓치는 우愚는 범하지 말기를 바란다.


〈인어의 소송〉의 첫 문장은 '맥스 왕자가 살해될 즈음 하이트 왕국에는 혁명이 일어났다.'이다. 이러다가 카스가 나오는 건 아니겠지 하는 순간 카스는 공주로 등장한다. OB 나라의 공주 카스. 인어 공주가 살인 용의자로 재판을 받는다는 설정부터 시선을 사로잡더니 등장인물들의 이름들이 재미와 흥미의 강도를 끌어올린다. 하이트 나라의 맥스 왕자를 죽인 범인은 누굴까? 숙취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선녀를 위한 변론〉인어공주를 재미난 법정 미스터리로 변신시킨 작가가 이번에는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의 선녀를 법정에 세운다. 이번 작품의 등장인물들의 이름은 평범하다. 그런데 법정 공방을 벌이는 검사와 변호사의 이름이 관심을 끈다. 이수일과 심순애. 서로 반대편에서 반론을 제기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지만 우리는 둘의 사이를 알고 있다.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나무꾼을 죽인 살인자는 누구인지 반전의 반전을 기대해도 좋은 작품이다.


〈누구의 편도 아닌 타미〉〈모서리의 메리〉에는 작가가 애정 하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서행 물산 총무부 임기숙 과장. 지극히 평범한 입사 13년 차 직장인이 비범한 탐정이 되는 순간을 놓치지 말기 바란다. '불쑥쟁이' 임 과장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오래 쓴 빗자루같이 부스스한 단발머리'기숙 씨와의 만남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는 찐팬이 될 것이다.


〈알렉산드리아의 겨울〉 사회 문제를 미스터리에 담아낸 정말 매력적인 작품이다. 8살 어린아이의 죽음이라는 무거운 이야기 속에 담긴 근본적인 사회 문제를 들려주고 있는 작품이다. 가상 세계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이들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 생각하게 해준다. '커뮤니티'의 세계관에 몰입된 라라와 치치를 통해서 그들만의 세상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자캐'와 '오너'를 알게 해준 이야기이다.


어떤 작품을 먼저 읽어도 끝까지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을 것이다. 다섯 작품의 단편이 마치 한 작품처럼 '순삭'인 까닭에 그리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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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미스터리 2023.가을호 - 79호
고나무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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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장르를 본격적으로 알게 해준 계간지《 MYSTERY 》 만나본다. 정해진 분야 없이 정말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접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깊이 있는 접근이 아쉬울 때가 많다. 그 아쉬움을 달래주는 책이《미스터리》이다. 미스터리 장르에 대한 깊이 있고 폭넓은 만남을 가능하게 해주는 정말 소중한 책이다. 계간지라는 점이 무척이나 아쉽다. 매월이 무리라면 격월로라도 행복한 순간을 조금 더 자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2023 가을《미스터리》에도 재미나고 흥미로운 미스터리 소설들이 많이 담겨있다. 다수의 미스터리 소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이 가진 세 번째 매력이다. 두 번째 매력은 그 다수의 미스터리 소설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너무나 다양하다는 것이다. 이야기의 주제 그리고 소재까지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다채로운 삶을 만나게 해준다.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매력, 첫 번째 매력은 역시 '신인상'이다. 미스터리 작가를 꿈꾸는 많은 지망생들이 응모한 작품들 중에서 단 한 작품만이 선택을 받는다.


이번 수상작은 제목부터 미스터리해서 반가웠다. 그런데 무경이라는 작가 이름이 반가움을 더해주었다. 《1929년 은일당 사건 기록》시리즈로 만나보았던 작가의 작품〈치지미포雉之未捕,꿩을 잡지 못하고〉를 소중한 책 속에서 만나니 너무나 반가웠다. '치지미포 계가비수雉之未捕 鷄可備數'라는 한자의 뜻을 묻는 질문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악마'가 들려주는 사악한 인간 포섭기인듯하다. 그런데 '꿩 대신 닭'이 등장한 까닭은 무엇일까?


악마와 인간의 대화라는 미스터리한 형식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그 배경 또한 흥미롭다. 미스터리보다는 역사소설, 사회소설의 배경에 더 잘 어울릴듯한 1951년 지리산이 배경이다. 빨갱이 대장을 잡으러 나선 세 명의 군인이 주인공이다. 명문대를 다니다 입대한 윤 소위는 언제라도 타락시킬 수 있는 얄팍한 자였기에 악마 마상병은 박상사의 영혼을 타락시키기로 했다. 악마가 말하는 자기 나름대로의 원칙에 부합한 인물은 누구일까? 누가 꿩이고 누가 닭일까?


미스터리 소설의 매력을 제대로 발산하고 있는 다수의 단편소설과 연재되고 있는 장편소설 〈탐정 박문수_성균관 살인 사건②〉과의 만남은 여전히 설렌다. 추리력을, 생각하는 힘을 레벨 업시켜주는 '트릭의 재구성'과의 기분 좋은 만남과 깊이 있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인터뷰'는 이 책만이 가진 또 다른 매력이다. 매력만점의 미스터리한 선물들의 특별함을 담고 있는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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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궁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시공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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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에드거 앨런 포 어워드 수상작 《붉은 궁》가제본으로 만나보았다. 가제본의 표지가 오래전 드라마를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의녀가 등장하는 드라마〈대장금〉에 가까운 이야기가 아니라 조선시대 다양한 업무에 종사했던 관비 다모가 등장하는 드라마〈다모〉에 가까운 장편소설이다. 책을 소개하는 글에서 궁에서 벌어진 미스터리 스릴러라 해서 혹했지만 '사도세자'가 등장한다는 글에 흥미는 반감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잘 알려진 조선시대 최대의 비극 '사도세자'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낼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p.352. 하지만 평범함은 빼앗겼을 때 비로소 소중한 보물이 되는 법이다.


너무나 솔직한 표지가 알려주듯이 이 소설의 주인공은 내의원 의녀 백현과 포도청 종사관 서의진이다. 둘의 로맨스 속도는 더디기만 하지만 혜민서에서의 살인사건을 둘러싼 미스터리 스릴러의 속도 엄청나게 빠르다. 너무나 빠른 전개는 이야기 속에 빠져 주위를 둘러볼 시간도 주지 않고 결말을 맞이하게 한다. 순삭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려주는 미스터리 소설이다. 역사는 사이드 메뉴일 뿐이다. 그래서 이야기가 더욱 재미나고 흥미롭다.


p.238. 나는 사랑하고 싶었고, 사랑받고 싶었다.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었다. 이해와 인정을 받고 싶었다.


사도세자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소설은 대부분 정치적인 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즉 왕실, 권력 중심의 흐름을 보인다. 하지만 이 소설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인다. 사도세자의 다양한 이야기 중 정설로 받아들여진 것은 사도세자의 '광기'이다. 그 광기로 인해 많은 궁인들이 죽었고 그 기록들은 역사에 남아있다. 그 광기에 희생된 궁녀들의 비극이 이야기의 중심이고 그 비극을 풀어내는 중심에도 내의녀가 중심이다. 내의녀 백현이 혜민서에서 죽은 네 명의 여인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을까? 또 범인으로 지목된 백현의 스승 정수 의녀의 누명을 벗겨줄 수 있을까?


조선시대 가장 천한 신분이었던 관비가 이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지위가 의녀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가장 높은 곳은 궁에서 생활하는 내의녀이다. 엄청난 노력으로 이룬 내의녀라는 자리까지 위태로울 것을 알면서도 스승의 누명을 벗기려는,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백현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 또 백현과 함께 조금씩 로맨스를 키우며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종사관 의진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p.359. 나는 사라질 운명인 꿈도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그 꿈을 떠나보낸다 해서 내 인생을 버린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이름만 있는 백현의 엄마는 기생이다. 하지만 아버지 아니 대감마님은 형조판서다. 서얼 중에 서자도 아니고 얼자인 것이다. 그런데 이 아비라는 인간이 참 한심하고 답이 없는 인간이다. 조선시대 전형적인 양반 캐릭터이다. 그래서 성도 못쓰게 한 것이다. 정말 이 양반 어이없는 '양반'이다. 신분 제도와 성 평등이라는 사회 문제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물론 그 모습은 다양하게 변화했지만 그 근본은 같은 것 같다. 상대방을 같은 사람,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는 모자란 생각. 그 '모자란' 인식을 채워주는 매력적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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