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
김지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p.161. "그때의 자기를 사랑하지 않은 거 아닐까? 아니면 지금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해서······그래서 숨고 싶은 거 아닐까?"


김지윤의 장편소설《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특별하지 않다. 지금 당장 밖에 나가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우리들 이웃들이 주인공들이다. 특별하지 않은 배경(빨래방)에 특별할 것 없는 이웃들의 이야기를 녹색 다이어리 하나가 특별하게 또 흥미롭게 만들어준다. 누가 무엇을 위해 가져다 놓았는지는 몰라도 그곳을 찾는 이들의 마음을 털어놓게 하는 신비로운 노트가 되어준다.


그렇게 상처받은 이들의 마음이 열리고 그곳에 다른 이들의 응원이 실리게 된다. 하지만 녹색 다이어리는 어두운 진실을 가지고 있다. 그 진실은 이 소설의 잔잔한 흐름에 엄청난 소용돌이를 몰고 온다.


살기 싫다.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드냐.


'분명 어디서 만난 적이 있는데······.'


약국을 접고 반려견(伴侶犬) 진돌이와 함께 2층 단독주택에 사는 장영감이 빨래방을 찾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빨래방에 있는 다이어리에 실린 문장이 마음에 걸려 그 글을 쓴 이를 응원하며 답글을 단다. 그렇게 다이어리에 마음을 담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사연도 늘어나게 된다. 감성적인 아름다운 사연들이 이어지는 듯싶더니 갑자기 장르를 바꾼다. 흥미진진한 추격신을 더한 범죄 소설이 등장한다.


보이스 피싱으로 동생을 잃은 형이 동생의 복수를 위해 범인을 쫓고 그 과정에 빨래방 식구들이 함께한다. 다이어리라는 작은 소품이 이어준 마음들이 엄청나게 소중한 인연으로 자란다. 다양한 인연들이 등장하지만 기러기 아빠가 다시 가족을 찾는 이야기를 가장 크게 공감하며 만날 수 있었다. 나이 들면서 가장 소중하게 느껴지는 인연은 '가족'인듯하다. 부모님, 형제, 자매 그리고 자녀들. 물론 곁에 있는 사람도.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은 그런 다양한 인연들을 소중하게 이어주는 멋진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누군가의 아픔과 슬픔 그리고 고민을 들어줄 줄 아는 배려가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은 또 다른 행복한 시간들로 채워질 것 같다. 누군가의 상처를 위로하고 함께 할 수 있는 따뜻한 공간을 꼭 찾아오길 바란다.


"팩토리나인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