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 케어 보험
이희영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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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로 2013년 제1회 김승옥문학상 신인상 대상을 수상하며 데뷔했고, 2018년 『페인트』로 제12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같은 해 『너는 누구니』로 제1회 브릿G로맨스스릴러 공모전 대상을 수상한 이희영 작가의 새로운 장편소설BU 케어 보험》을 만나보았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겪게 될 이별을 대비한 보험이 있다면 가입하겠는가? 이별의 상처를 치유해 주고 슬픔과 아픔을 극복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보험이 있다면 가입하겠는가?


p.264. 마음껏 울게 내버려두고 말없이 손수건을 건네는 것. 그 단순한 일을 위해 BU 케어 보험이 탄생했다.


소설은 산후조리원에서 접하게 된 설명회를 통해 '특별한 보험'에 가입한 산모들의 모습을 그리며 시작한다. 아마도 엄마들 자신을 위한 '이별 보험'이었다면 가입하지 않았을 보험을 자신들의 아이들을 위해 가입했고 세월이 흘러 각기 다른 이유로 또 다른 상황에서 '보험 가입서'를 다시 찾으면서 이야기는 흥미롭게 전개된다.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고 다시 사랑을 하는 순환 고리에 보험이라는 특별한 고리가 들어오면 생기는 재미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p.192. "사랑이든 삶이든 누구나 다 그렇게 깨지고 부서지며 살아요."


환승 연애로 상처받은 마주 이야기에서도, 스토킹 피해를 입은 사하의 이야기에서도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다양한 이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환승 연예에는 통쾌한 복수를 대신해 주고, 스토킹에 적절한 대처를 해주는 재미난 보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죽음으로 인해 맞게 된 이별의 상처는 어떤 처방전으로 치유와 회복을 선물할까? 안 사원은 상상도 못한 나 대리의 치유 방법이 이 보험의 존재 이유를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p.63. "괜찮으십니까?" …(중략)… "괜찮은 게 뭘까요?"


보험 가입자들의 이야기도 흥미롭고 재미나지만 이 소설을 더욱더 매력적으로 만드는 BUC(Break Up Consultant) 이별 전문 상담가 나 대리와 안 사원의 '썸'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별을 사랑의 끝이 아니라 시작으로 여기고 이별의 슬픔과 아픔에 대처하는 두 직원의 썸을 응원하며 이별과 사랑을 생각해 본다.


이희영 작가의 작품들은 대부분 아픔과 슬픔의 '상처'를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이번 작품도 이별의 아픔과 슬픔을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이희영 작가는 그 상처의 깊이, 슬픔과 아픔의 크기가 아니라 치유와 회복에 이야기 흐름의 무게를 두고 있는 듯하다. '희망'을 이야기한다. 과거의 아픔이나 슬픔이 아니라 오늘의 희망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작가의 작품은 늘 따뜻하고 사랑스럽다. 이번 작품BU 케어 보험》도 따뜻하다. 슬프고 아픈 이별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더 큰 희망을 보여주고 있어서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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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그림자 속에서
알비다스 슐레피카스 지음, 서진석 옮김 / 양철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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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를 대표하는 작가이면서 배우로도 활동하고 있는 알비다스 슐레피카스가 들려주는 너무나 아픈 이야기를 만나본다. 소설은 2차대 전후 사라지게 된 동프로이센을 배경으로 한다. 전쟁 후의 참혹한 현실을 마주한 점령지의 여성들과 아이들의 삶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러시아에게 점령당한 패전 독일의 동프로이센은 지금은 러시아의 칼리닌그라드주이다.


이 책 《늑대의 그림자 속에서》의 원제는 『내 이름은 마르톄』이다. 원제가 더 어울리는 제목이 아닌가 싶다. 이야기 속에서 생존을 위해 리투아니아 이름 마리톄를 처절하게 외치고 다니는 독일 소녀 레나테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쟁이 끝난 동프로이센은 '죽음이 일상이 된 세상이었다.(p.23)'


그 속에는 미래도 오늘도 없이 바로 지금만이 존재하는 듯 보인다. 어린아이들은 죽음을 너무나 빨리 배워버렸고, 또 삶을 위해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만 나아갔다.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친구를, 동료를 돌아볼 여유가 없다. 그렇게 독일인이라는 것을 숨기고 살아야 했던 그렇게 자신의 집에서 쫓겨나야 했던 동프로이센 사람들의 아프고 슬픈 이야기다.


p.89. 천국의 바람이 날라다 주는 듯 시간이 게으른 몸짓으로 거무튀튀한 겨울 구름을 밀어내면서 아주 천천히 흐르고 있다.


레나테에게 시간은 너무나 천천히 흐른다. 그렇게 천천히 흐르는 시간을 작가는 위의 문장으로 표현한다. 이 표현만으로도 이 소설의 작가가 시인이기도 하다는 소개가 충분히 이해된다. 250 페이지도 안되는 분량의 소설이지만 내용도 읽는 속도를 늦추게 했고, 시처럼 함축적인 표현을 맛보는 것도 읽는 속도를 늦추게 하는 책이다. 독일인들도 잊은 역사를 찾아서 들려주고 있는 작가의 열정과 생각이 너무나 좋았다.


p.101. "전 레나테 슈카트예요. 1939년 4월 1일에 태어났고 부모님 이름은 루돌파스랑 에바예요."…(중략)… "너희들 독일 사람이라고 어디 가서 자랑하면 안 돼. 하지만 기억하고 있어야 돼."


재미나 흥미로 접근할 수 있는 소설은 아닌듯하다. 동프로이센이라는 곳에서 마지막으로 살다가 추방당하고 죽음을 당한 사람들의 슬픔과 애환을 만날 수 있는 의미 있는 소설이다. 아이들에게 자신을 잊지 말라며 암기를 시키는 엄마의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전쟁은 정말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지금도 전쟁은 벌어지고 있고 아이들은 원인도 모른 체 숲으로 들어가고 있을 것 같아 슬프고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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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째 대멸종 시그널, 식량 전쟁 - 기후 변화와 식량 위기로 포착하는 파국의 신호들 서가명강 시리즈 34
남재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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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째 대멸종 시그널, 식량 전쟁》은 남극 세종기지에서 기상 담당 연구원으로 생활했으며, 기상청장을 역임한 남재철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특임교수가 극심한 기후변화에 올바르게 대처할 수 방법을 알려주고 있는 책이다. 21세기북스 서가명강(울대 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시리즈의 서른네 번째 책으로 전작들처럼 유튜브 채널 서가명강을 통해서 멋진 강연을 별책부록처럼 함께 즐길 수 있어 재미와 흥미가 배가된다.


읽는 재미와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서가명강 시리즈의 책처럼 기본 구성은 동일하다. 총 4부로 구성되고 본문 끝에 이야기를 조금 더 깊이 있게 들려주는 Q/A 묻고 답하기가 있다. 그런데 이번 책에는 특히 흥미롭고 재미난 질문들이 많이 보인다. 빙하가 녹으면 고대 바이러스가 또 활동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럼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타날까? 과연 기후변화가 전쟁의 원인이 될 수 있을까? 등과 같은 흥미로운 질문의 답을 만나는 지적인 행복이 기다리고 있는 책이다.


역사가 흥미로운 점은 역사를 바라보는 많은 관점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인류의 역사를 기후와 농업이라는 과점으로 들여다보고 기후변화가 가져올 미래 농업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농업의 변화는 식량이 자원이 되는 세상을 만들고 그렇게 자원이 부족한 나라들을 전쟁으로 몰아갈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아랍의 봄'이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경고하고 있다.


식량 위기를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과 기후 변화를 최대한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에서 사수하고 스마트 농업을 통해 농업을 조금 더 중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래의 일로 느껴지던 식량 자원화가 벌써 시작되었고 지구 온난화로 지금까지의 농업은 길을 잃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는 우리 개인이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도 알려주고 있어서 더욱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


기후 변화에 따른 농업의 위기는 곧바로 세계 식량 위기로 이어진다.(p.15)는 한 문장에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모든 것이 담겨있다. 기후 변화, 농업 위기, 식량 위기.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이슈는 벌써 미래가 아닌 오늘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하루라도 빨리 행동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정말 흥미로운 미래를 만나볼 수 있다. 흥미롭지만 접하고 싶지 않은 미래를 피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해 주고 있는 고마운 책과의 만남을 늦추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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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읽는 법 - 파리1대학 교양미술 수업
김진 지음 / 윌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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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중반에 프랑스 유학을 떠나 프랑스어를 배우고 파리 1대학에서 조형 예술을 배운 저자 김진이 들려주는 프랑스 대학의 교양 미술 수업을 만나본다. 저자의 친절한 해설과 해설에 해당하는 작품을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어서 도슨트와 함께 미술관 투어를 하는 듯하다. 편안하고 재미난 미술관 투어처럼 만날 수 있는《그림 읽는 법》은 저자가 유튜브 채널 '예술산책'을 통해 소개했던 이야기를 요약해서 책으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p.159. 예술의 목적은 현실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강도의 현실을 창조하는 것이다. - 알베르트 자코메티


미술 사조와 작품을 매칭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1인으로서 이 책이 한동안 미술 교과서가 될 것 같다. 설명과 함께 그림을 볼 수 있게 구성하고 있어서 제목으로 그림 작품을 검색해 보는 번거로움을 배제한 정말 친절한 책이다. 그 친절함은 본문의 흥미로움과 재미로 이어지고 있다. 표현주의를 태동하게 한 천재 에드바르 뭉크「절규」로 시작해서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작가 백남준의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숭고The Subline와 아름다움The Beautiful의 개념 설명을 통해서 미학을 맛볼 수 있었고 다양한 작가들과 작품들을 통해서 미술사도 접할 수 있다. 금빛으로 화려하게 그려놓은 그림 속에 숨겨진 클림트의 철학을 찾아보았고, 「모나리자」가 이탈리아가 아닌 프랑스에 있는 까닭도 들어보았다. 너무나 정교한 미술품 위조범(판 메이헤런)의 삶을 들어보았고, 색에 특허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미술사 산책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고 있는 책이다.


흥미롭고 재미난 미술 이야기들 중에서 일본의 예술가 쿠사미 야요이의 이야기가 조금 더 흥미롭게 느껴진 까닭은 무엇일까? 아마도 야요이라는 작가의 천재적인,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야요이 작가의 아이디어를 아무런 대 가나 말도 없이 모방했던 친구들이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되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그들이 누구인지 꼭 확인해 보길 바라며, 이 책이 선물한 '특별부록(꼭 알아두어야 할 현대미술 아티스트 TOP25)'도 함께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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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거짓말의 세계에서 잊을 수 없는 사랑을
이치조 미사키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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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의 작가 이치조 미사키의 또 다른 사랑을 만나본다. 전작을 포함해서 이치조 미사키라는 작가의 작품은 처음으로 접한다. 전작의 제목과 비슷한 제목의 소설《오늘 밤 거짓말의 세계에서 잊을 수 없는 사랑을》의 첫 문장은 '내가 시한부 선고를 받은 것은(p.11)'으로 시작한다.


어쩌면 이 책 집에서만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생각은 맞았다. 회사나 카페에서 읽었다면 머리 허연 중년의 아저씨가 소설책 들고 훌쩍이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일 뻔했다. 그러니 눈물 참기에 소질이 없다면 이 책은 집에서 읽기를 권한다. 꼭.


고등학교 2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는 봄에 새로운 내일을 그리며 행복해야 할 그때 시한부 판정을 받은 마코토. 그렇게 소설은 어둡게 시작한다. 하지만 이야기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둡지 않다. 오히려 조금씩 밝아진다. 밝은 분위기는 마코토의 버킷리스트에 적혀있는 '미나미 쓰바사에게 내 마음을 전한다.'에 등장하는 쓰바사의 영화 동아리에 마코토가 입회하면서부터다. 그렇게 마코토의 거짓말은 시작된다.


일 년이라는 시한부 인생을 살면서 새로운 사랑을,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것이 좋을까? 너무나 짧은 시간만이 허락된 사랑을 시작하는 것이 맞을까? 슬픈 결말을 뻔히 알면서 사랑을 시작하는 게 맞을까? 시작했다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죽음을 알리는 게 맞을까? 쓰바사의 사랑과 마코토의 사랑이 연결될 수 있을까?


마코토의 거짓말은 죽음을 삶으로 바꾼다. 짧은 인연의 끈을 영원으로 바꾼다. 이별을 사랑으로 바꾼다. 그렇게 마코토와 쓰바사는 거짓말 같은 사랑을 한다. 둘의 사랑을 얼마나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는지, 친구들의 우정을 얼마나 빛나게 그리고 있는지 마코토의 거짓말에 속아보기 바란다. 읽는 내내 불안하고 읽는 내내 설레는, 웃으면서 눈물 흘리는 아이러니한 이야기를 만나보기 바란다.


"모모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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