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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를 위한 변론
송시우 지음 / 래빗홀 / 2023년 10월
평점 :
2008년 단편소설〈좋은 친구〉로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을 수상하면 데뷔한 송시우 작가의 소설 작품집《선녀를 위한 변론》을 만나보았다. 2012년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을 수상했고, 《달리는 조사관》은 2019년에 동명의 드라마로 방영되기도 했던 작가와는 첫 만남이다. 그런데 첫 만남에서 만난 작품들이 너무나 강렬해서 전작前作들을 만나보고 싶다는 팬심에 푹 빠지게 하고 있다.
이 작품집에는 다섯 편의 단편소설과 김수지 평론가 그 소설들을 들여다보고 들려주는 '해설'이 담겨 있다. 그런데 소설집에 담긴 다섯 작품 모두가 특별하다. 정말 재미나게 또 흥미롭게 만날 수밖에 없는 특별함을 가진 이야기들이다. 다섯 작품들을 빛나게 하는 '특별함'을 놓치는 우愚는 범하지 말기를 바란다.
〈인어의 소송〉의 첫 문장은 '맥스 왕자가 살해될 즈음 하이트 왕국에는 혁명이 일어났다.'이다. 이러다가 카스가 나오는 건 아니겠지 하는 순간 카스는 공주로 등장한다. OB 나라의 공주 카스. 인어 공주가 살인 용의자로 재판을 받는다는 설정부터 시선을 사로잡더니 등장인물들의 이름들이 재미와 흥미의 강도를 끌어올린다. 하이트 나라의 맥스 왕자를 죽인 범인은 누굴까? 숙취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선녀를 위한 변론〉인어공주를 재미난 법정 미스터리로 변신시킨 작가가 이번에는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의 선녀를 법정에 세운다. 이번 작품의 등장인물들의 이름은 평범하다. 그런데 법정 공방을 벌이는 검사와 변호사의 이름이 관심을 끈다. 이수일과 심순애. 서로 반대편에서 반론을 제기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지만 우리는 둘의 사이를 알고 있다.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나무꾼을 죽인 살인자는 누구인지 반전의 반전을 기대해도 좋은 작품이다.
〈누구의 편도 아닌 타미〉와 〈모서리의 메리〉에는 작가가 애정 하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서행 물산 총무부 임기숙 과장. 지극히 평범한 입사 13년 차 직장인이 비범한 탐정이 되는 순간을 놓치지 말기 바란다. '불쑥쟁이' 임 과장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오래 쓴 빗자루같이 부스스한 단발머리'기숙 씨氏와의 만남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는 찐팬이 될 것이다.
〈알렉산드리아의 겨울〉 사회 문제를 미스터리에 담아낸 정말 매력적인 작품이다. 8살 어린아이의 죽음이라는 무거운 이야기 속에 담긴 근본적인 사회 문제를 들려주고 있는 작품이다. 가상 세계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이들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 생각하게 해준다. '커뮤니티'의 세계관에 몰입된 라라와 치치를 통해서 그들만의 세상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자캐'와 '오너'를 알게 해준 이야기이다.
어떤 작품을 먼저 읽어도 끝까지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을 것이다. 다섯 작품의 단편이 마치 한 작품처럼 '순삭'인 까닭에 그리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래빗홀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